주간동아 1312

2021.10.29

테슬라는 플랫폼 기업! 완성차 메이커 ‘노키아’ 전철 밟을라

자동차 부품 2만→7000개로 감소… 통합 OS 기반 비즈니스 필요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1-11-0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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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 전기차 ‘모델 S’ 내부 모습. [사진 제공 · 테슬라]

    테슬라 전기차 ‘모델 S’ 내부 모습. [사진 제공 · 테슬라]

    전기차는 자동차 에너지원이 화석연료에서 전기 배터리로 바뀌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자동차산업도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 혁신 기회를 노린다. 휴대전화가 스마트폰 등장으로 일대 혁신을 겪었듯이, 기존 자동차가 스마트카로 바뀔 경우 어떤 플랫폼 서비스가 가능할까.

    휴대전화는 기본적으로 통화와 문자메시지 등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한다. 스마트폰은 본연의 통신 기능 못지않게 음악·영화 감상부터 장보기, 음식 주문, 대중교통 이용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다양한 기능을 똑똑하게 수행하는 것은 제조사가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등 관련 기술을 오픈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앱 스토어라는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서 구현되는 다양한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이를 중개할 플랫폼이 등장해 모바일 생태계가 구축됐다.

    자동차, 스마트폰처럼 똑똑해질까

    자동차가 운송수단을 넘어 새 플랫폼이 되려면 스마트폰과 비슷한 조건이 필요하다. 제조사가 사용자는 물론, 앱 개발사들이 차량 내 자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오픈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차량 관련 서비스가 개발되면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똑똑하게 진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스마트카 시대를 앞두고 자동차 제조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무엇보다 차량의 전자장치화(전장화)가 핵심이다. 전통적 의미에서 자동차는 기계공학 산물이지만, 현재는 다양한 전자부품이 결합되고 있다. 자동차가 일종의 전자장치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화석연료 기반의 내연기관이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장치로 탈바꿈하면서 자동차 부품 수는 2만 개에서 7000여 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전장화 과정에서 반도체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수많은 반도체를 통합해 제어·관리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테슬라 기업가치가 실제 매출이나 차량 판매 대수보다 높게 평가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10월 25일 테슬라 시가총액은 1조100억 달러(1178조6700억 원)를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시장 장악력이 뛰어난 덕에 기존 자동차회사보다 훨씬 적은 수의 반도체로 전기차를 구동한다. 테슬라는 자동차 전장화 과정에서 독자적인 반도체 설계 및 수급 역량을 바탕으로 전기차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판매 실적이 뒷걸음질쳤을 때 테슬라가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테슬러가 앞으로 더 빠르게 이뤄질 차량 전장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자동차 구동에 필요한 반도체와 그것을 제어할 소프트웨어가 따로 움직이면 통합적인 차량 관리가 어렵다. 특히 스마트카로 구현되는 유연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자율주행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차내 콘텐츠를 즐기는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는 개방된 시스템과 유연하면서도 표준화된 통합 소프트웨어가 핵심 전제조건이다. 그렇기에 전장화된 자동차 내 반도체를 통합 관리할 소프트웨어, 즉 통합 OS(운용체제) 기능이 부각된다.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에서 애플 운영체제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가 핵심인 것처럼, 스마트카에도 비슷한 구실을 할 OS가 필요하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첨단 자동차 생산 공장 ‘팩토리56’. [사진 제공 · 메르세데스 벤츠]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첨단 자동차 생산 공장 ‘팩토리56’. [사진 제공 ·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 판매 넘어선 파생 비즈니스

    그런 점에서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은 향후 소프트웨어 중심의 경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스마트폰 시장 확대 속에서 부침을 겪은 노키아, 모토로라, LG전자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말이다. 자동차 부품을 단순 제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스마트카라는 새로운 개방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운전자와 승객으로 하여금 스마트카 안팎에서 자동차를 제어하고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난다면 차량 판매뿐 아니라, 자동차를 매개로 파생되는 여러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다. 스마트카 플랫폼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과정에서는 기술 역량 강화와 자동차에 대한 관점 전환이 필수다. 목적지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하는 수단을 넘어 ‘놀고 일하는’ 삶의 공간으로서 자동차를 상상해야 한다. 전기에너지를 중개하고, 인공지능 운전사가 승객이나 화물을 실어 나르는 등 자동차 비즈니스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자.

    기업은 꿈의 크기만큼 성장한다. 기존 자동차기업이 생각하는 미래와 오늘날 스마트카를 제조하려는 기업의 희망은 그 크기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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