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9

2016.03.16

회사가 절대 알려주지 않는 직장인 성공전략

이력서는 내 인생의 축소판

해마다 고쳐 쓰며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 김성래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 한국대표 mkim@heidrick.com

    입력2016-03-11 17: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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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직과 이직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이력서다. 채용하려는 회사나 서치펌(search firm·헤드헌터)에서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도 이력서다. 보통 이력서를 영어로 Resume 또는 CV라고 한다. 여기서 CV는 라틴어 Curriculum Vitae의 약자로 ‘개인의 인생사’를 의미한다. 따라서 CV는 내 인생 자체를 소개하는 자료라고 보면 된다.
    반드시 유명인사가 아니어도 자신의 경력을 공개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퇴임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나 기업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릴 최고경영자(CEO) 소개, ‘LinkedIn’ 같은 비즈니스 네트워크 인맥 사이트에 올릴 프로필 등이다. 필요할 때 허둥지둥 작성하지 말고 평소 조금씩 이력서를 업데이트(update)해놓으면 학력 및 경력 오류가 발생하거나 허위사실 기재로 도덕성에 흠집이 나는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당장 이직에 관심이 없거나 자기 사업을 하는 오너 또는 CEO라 해도 한 번쯤 이력서를 써볼 것을 권한다. 더 바람직한 것은 해마다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이때 이력서는 한 해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소중한 자료가 된다.
    회사 수십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한탄하는 이들이 있다. 그럴수록 자신의 이력서를 다시 읽어보고 다음과 같은 기준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자. 당신은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인가. 회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인가. 언제든 열정적으로 일할 준비가 돼 있는가. 결국 이력서에 당신만의 ‘매력’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중요하다. 누구나 장점은 있다.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경험도 갖고 있다. 화려한 스펙은 아니더라도 남들과 차별화되는 경험과 일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그것을 이력서에 담아야 한다.



    숨김과 보탬 없이 사실 그대로  

    간단한 경력만 나열하거나 형식적인 이력서가 아닌, 자신만의 영혼이 담긴 이력서를 만들어보자. 고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교 시절 회장으로 선출돼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은 훌륭한 스토리가 된다. 음악, 미술, 스포츠 같은 취미활동도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기 위한 좋은 소재다. 학력과 경력이 아닌 인생 전체의 경험을 써보자. 그런 과정에서 부족함이 드러나고 커리어 패스(Career Path)가 보이기 시작한다. 향후 어떤 경험과 배움을 통해 자신을 완성해가야 하는지 깨닫는 것도 큰 수확이다.   
    법정에서 증인 선서를 할 때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한다. 이력서도 마찬가지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신뢰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이력서에 오류나 허위사실이 있을 경우 그로 인해 모든 신뢰를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 투명성에 문제가 생기면 최악의 경우 해고 사유가 되며, 이직이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
    가령 정치인 등 유명인의 학력사항에서 대학은 빠지고 최종 대학원 졸업만 기술된 경우가 있다. 자신이 나온 대학 이름은 감추고 싶고, 유명 대학원을 나왔다는 사실만 강조하려는 얄팍한 속셈이다. 학력 콤플렉스라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성숙한 리더의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전문대를 다니다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한 사실이나 검정고시 출신임을 당당히 밝히는 게 더 신뢰감을 준다.
    이력서를 검토하다 보면 10명 중 1~2명이 학력을 속인다. 대기업 A사 B부장은 이력서에 해외 MBA(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기재했으나 조회해보니 해당 대학원에서 1년만 수료하고 졸업은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B부장은 그동안 글로벌기업과 국내 대기업 여러 곳에서 근무했음에도 학력을 의심받거나 문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슬쩍 학력을 속여 온 것이다. 허술한 평판조회와 배경조사 탓이지만 거짓말은 언젠가 들통나게 마련이다.
    C글로벌 기업의 D전무는 이력서에 해외 유명 대학 E캠퍼스를 졸업했다고 기재했으나 확인한 결과 해당 재단에서 운영하는 F캠퍼스 출신이었다. 이 캠퍼스는 입학금만 내면 누구나 다닐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사실들이 밝혀지면 도덕성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것으로 인정돼 추천이 중단된다. 박사과정을 마쳤으나 논문을 안 썼다면 ‘박사과정 수료’로 표기하는 것이 마땅하나 이력서에 버젓이 박사(Ph.D.)라고 쓰고, 심지어 명함에도 박사라는 글자를 인쇄해 다니는 이들이 있다. 그러다 문제가 되면 단순한 실수인 것처럼 변명하지만 이미 그 사람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진 셈이다.
    G차장은 대기업 H사의 대리점에서 근무했으나 이력서에 대리점은 빼고 회사 이름만 썼다. I그룹 계열사 기획팀에서 근무한 J과장은 계열사는 빼고 I그룹만 명시했다. K씨는 중소기업 L사에서 대기업  M사로 파견돼 일했는데 이력서에는 M사에서 근무했다고 적었다. 세 사람 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적은 것이다. 이력서에서 자신의 경력을 최대한 자랑하고 성과를 부각하는 것은 필요하나 허위작성은 물론이고 과대포장도 해서는 안 된다.    



    경력에 따라 이력서 분량도 달라져야

    MBA 과정에서는 수강생들에게 이력서를 딱 한 장으로 요약 정리하라고 가르친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한 장짜리 이력서가 흔하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총정리한 이력서라면 한 장으로는 부족하다. 대체로 경력 10년 미만은 1~2장, 10~15년은 2~3장, 16년 이상은 3~4장이 적당하다.
    이력서에서 경력은 최근 연도부터 나열하는 것이 원칙인데, 가급적 근무 기간의 해당 월까지 정확히 기입하는 게 좋다. N이사는 이력서에 모 회사에서의 근무 경력을 2011~2012년이라고 썼다. 이력서만 보면 1~2년간 근무한 것으로 이해하기 쉬우나 면접 과정에서 2011년 11월~2012년 1월로 3개월만 근무한 사실이 밝혀졌다. N이사는 경력상 공백기를 가리고자 꼼수를 쓰다 결국 면접에서 탈락했다.
    해당 직무를 기술할 때는 자신이 해온 업무를 성과 중심으로 기술하고 구체적인 숫자(회사 매출, 담당한 브랜드 매출 및 손익)를 통해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밀 유지가 필요할 경우 정확한 수치를 밝히기 어려워 근사치를 기입했다고 쓰면 된다. 전 직장에서의 최종 부서와 직책만 쓰지 말고 입사 후 근무한 모든 부서와 직책을 기입한 뒤 자신이 맡아온 브랜드나 사업, 자신이 이끈 조직의 규모까지 적는 것이 좋다. 기업들은 인재를 영입할 때 팀을 직접 이끌어본 경험을 높이 평가한다. 이와 함께 6개월 이상 해외 거주 경험이 있다면 이력서 제일 뒤에 ‘글로벌 경험’을 따로 분리해 외국에서 살았던 모든 경험을 구체적으로 적는다.
    기업에는 매일 수많은 이력서가 접수되고, 한 자리를 채용하는 데 수백 개의 이력서가 몰린다. 그럴수록 이력서만 봐도 개인의 성격과 스타일을 알 수 있게 작성해야 한다. 이력서가 매력적이어야 면접으로 이어진다. 면접은 이력서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력서는 흠잡을 데 없는데 막상 만나보니 이력서 내용과 차이가 나고, 심지어 허위사실까지 드러난다면 더는 면접을 진행하기 어렵다.
    올해는 진지하게 이력서를 써보자.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무슨 성과를 냈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업무와 관련해 어떤 네트워크를 구축했는지 상세히 기술해보자. 그리고 자신의 삶을 점검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상사, 선배, 멘토, 직업 상담사 또는 헤드헌터)을 찾아가 이력서를 점검받고 커리어 패스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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