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6

2011.07.18

중소기업서 7년 열정 화려한 ‘직급 역전’

  • 임정우 (주)피플스카우트 대표 hunter@peoplescout.co.kr

    입력2011-07-18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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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서 7년 열정 화려한 ‘직급 역전’
    며칠 전 필자가 시니어 컨설턴트로 활동할 때 구직 후보자로 만난 K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요즘 잘나가는 게임회사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취임하게 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7년 전 K씨는 대기업인 이동통신 단말기 제조회사의 재무회계팀장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경기불황으로 예기치 않은 구조조정을 당했다. 남의 일로만 여겼던 일을 막상 당하고 보니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는 필자 권유로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로 이직했다. 대기업 팀장에서 중소기업으로 이직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명예퇴직 후 6개월간 재취업을 위해 뛰어봤지만 세상 분위기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만 체험한 그는 필자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K씨는 대기업 시스템에 익숙해 있던 탓에 처음에는 중소기업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초기 단계 사업에서 자신의 전공 분야인 재무 관련 업무를 총괄한 그는 비록 중소기업이지만 자신에게 제2의 진로를 열어준 회사라는 생각에 적극적인 자세로 남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그 덕에 게임 산업에 대한 흐름을 비교적 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동료들조차 K씨가 중소기업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K씨의 진심을 알면서 차츰 마음의 문을 열었다. K씨 주변에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그는 탁월한 친화력을 발휘해 주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부하직원은 물론 경영진과의 관계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K씨에 대한 주위 평판이 업계에도 소문 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K씨는 국내 메이저급 게임회사로부터 연봉 1억5000만 원에 상무급 CFO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대기업에서 명예퇴직한 후 7년 만에 예전 회사 규모보다 큰 기업에 임원으로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K씨는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만약 K씨가 명예퇴직한 후 자기 처지를 생각지 않고 예전에 다니던 직장 규모와 연봉에 맞는 일터만 계속 고집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K씨를 스카우트한 배경에는 대기업 재무회계 출신이란 점과 게임업계 관련 업무 능력을 갖췄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부하직원과의 관계가 원만하고 조직을 이끄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판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

    중소기업서 7년 열정 화려한 ‘직급 역전’
    명예퇴직한 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재취업하게 된 현실을 감사히 받아들인 K씨의 긍정적 마인드와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조직에서의 탁월한 친화력이 결국 그에게 성공을 가져다준 셈이다.

    * 임정우 대표는 대기업 인사부장 출신 헤드헌터로 각종 초청강연과 칼럼 연재를 하는 커리어 컨설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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