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3

2011.04.18

고생 고생 뒤늦은 유학 오히려 발목 잡힐라

  • 임정우 (주)피플스카우트 대표 hunter@peoplescout.co.kr

    입력2011-04-18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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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 고생 뒤늦은 유학 오히려 발목 잡힐라
    최근 필자와 만나 상담을 나눈 한 재취업자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자기계발을 통해 새로운 직장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대기업 계열 자동차부품 관련 회사 인사팀에 근무하는 K과장은 주변 친구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가슴 한구석에는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포기해야 했던, 학부 시절 이루지 못한 고시의 꿈이 남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38세라는 늦은 나이에 미국 로스쿨 진학을 위해 유학을 결심하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주변 사람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늦은 나이에 유학을 떠나는 그를 만류했지만, 결심이 확고한 상태라 설득하기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유학생활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변호사 자격증만 취득하면, 남은 인생을 국제변호사라는 전문직으로 활동할 수 있으리라는 강한 믿음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3년여의 노력 끝에 그는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미국변호사 자격증을 손에 들고 귀국했다. 그러나 그를 맞은 것은 장밋빛 인생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현실적으로 맞닥뜨린 것은 경제적 빈곤이었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은 유학비와 생활비로 쓴 탓에 이미 바닥 난 상태였다. 당장 가족의 생계가 걱정이었다. 서둘러 취업하려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아무리 전문 자격증이 있어도 40대 초반의 나이에 재취업은 쉽지 않았다. 간혹 면접을 보자고 연락 오는 곳도 있었지만, 예전에 다니던 직장보다 못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매년 수만 명의 외국 유학 출신자가 한국에 들어오고, 각종 고시 합격자도 1000명 이상씩 배출되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K씨 같은 경우를 종종 만난다. 이직을 원하는 많은 사람이 K씨처럼 꿈을 안고 유학이나 해외연수를 다녀와 예전보다 좀 더 좋은 직장과 처우를 기대하며 재취업에 나선다. 하지만 좋은 대학을 졸업한 뒤 안정적인 대기업에 다니면서도 안주하지 않고 도전에 나섰건만, 현실에서 느끼는 좌절감으로 공황에 빠지는 이가 너무 많다. 큰 꿈을 위해 시작한 유학(연수)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것이다.



    유학을 생각한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야 한다. 늦어도 30대 초반에 귀국해 취업을 준비하거나, 유학 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재직 중 회사 사규에 의거해 휴직하고 유학이나 연수를 다녀오는 것이지만 짧은 기간이라면 모를까, 1년 이상 소요되는 연수를 일반 기업에서 허락하기는 어렵다.

    고생 고생 뒤늦은 유학 오히려 발목 잡힐라
    차라리 직장생활과 병행하면서 국내 대학원 과정, MBA 과정, 전문자격증 취득 과정, 단기 해외연수 과정을 통해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훨씬 추천할 만하다. 이것이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경력 관리를 통해 본인의 몸값을 높이는 묘수다.

    * 임정우 대표는 대기업 인사부장 출신 헤드헌터로 각종 초청강연과 칼럼 연재를 하는 커리어 컨설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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