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8

2007.10.30

고가 & 저가시장 ‘동시에 잡는 법’

  • 성균관대 SKK GSB 부학장

    입력2007-10-24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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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가 & 저가시장 ‘동시에 잡는 법’

    질렛은 고급 상표인 오랄비와 둘째 상표 프루덴트를 동시에 판매하는 ‘두 상표 전략’으로 성공했다. 질렛의 오랄비 전동칫솔 신제품 발표회.

    오늘날 인텔, 소니, 보쉬 등 일류회사들은 기존의 고급상표를 보호하는 동시에 매력적인 저가시장도 놓치지 않기 위해 두 상표(two-brand) 또는 다상표(multi-brand) 전략을 구사한다. 인텔의 셀레론(Celeron), 소니의 아이와(Aiwa), 보쉬의 네프(Neff) 등이 그런 상표다. 미국의 쓰리엠(3M)도 사무용품 시장에서 이미 잘 알려진 포스트잇(Post-It) 상표 외에 가격에 민감한 고객을 겨냥한 타탄(Tartan)이란 상표를 동유럽에 내놓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동유럽 시장 개발을 맡고 있는 이 회사의 경영자 샌드로 베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두 상표 전략이 시행되는 거의 모든 시장에서 쓰리엠의 고급상표와 둘째 상표 모두 판매가 늘고 있습니다.”

    ‘두 상표 전략’을 쓰려 할 때 가장 큰 위험은 원래 상표의 판매(이른바 ‘제 살 깎아먹기’) 또는 그것의 이미지가 떨어질 가능성이다. 그래서 회사는 먼저 둘째 상표를 원래 상표와 충분히 다르게 해야 한다. 이런 차별화 작업은 회사가 표적 고객들의 욕구와 그들이 해당 제품의 가격, 품질, 상표 등에 어느 정도 가치를 부여하는지 정확히 이해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질렛, ‘두 상표 전략’으로 두 개 시장 공략 성공

    또한 두 개 상표를 차별화하려 할 때 힘든 부분은 품질을 얼마나 다르게 하느냐는 것과 가장 알맞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회사가 값이 더 싼 이른바 투쟁상표(fighting brand)를 내놓을 경우 그것의 품질이 원래 고급상표에 못 미쳐야 함은 당연하다. 이때 새 상표의 품질은 원래 상표와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품질하한선 사이에 자리해야 한다. 고객이 주관적으로 품질하한선을 설정할 때 그들이 저가 경쟁제품 품질의 영향을 받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둘째 상표를 개발하는 주목적은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저가시장에 내놓음으로써 그 시장에서 이익을 내며 동시에 점유율도 높이려는 것이다. 이때 둘째 상표의 가격은 원래 상표보다 현저히 낮아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다른 저가 경쟁제품과 현지 생산제품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대부분의 경우 고급상표와 투쟁상표의 가격 차이는 30~40%다. 따라서 회사가 이렇게 낮은 가격에 둘째 상표를 팔 수 있으려면 그것의 생산원가가 주력상표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 그래서 둘째 상표의 생산을 아웃소싱하거나 인건비, 생산비가 적게 드는 나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프록터 앤드 갬블(P·G)의 일부가 된 질렛이 인도의 구강용품 시장에서 구사했던 전략은 두 상표 전략의 전형적인 성공사례다. 인도의 구강용품 시장은 미국의 콜게이트파몰리브와 현지 회사인 힌두스탄 레버가 지배하고 있었다. 오랄비(Oral-B)라는 고급상표를 갖고 있던 질렛은 인도의 중가 및 저가 칫솔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둘째 상표를 내놓고 싶어했다. 이 시장이 빨리 성장하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값을 내리지 않는 한 오랄비로는 이 시장에 진출할 수 없었던 질렛은 1999년 인도회사 팔르로부터 프루덴트(Prudent)라는 상표를 사들인다. 인수 후 질렛은 제품을 가다듬고 포장을 개선했으며, 정교한 판매전략을 세웠다. 이 회사는 이런 작업을 한 뒤 프루덴트를 대중을 위한 양질의 상표로 포지셔닝했고, 오랄비는 고급시장을 겨냥하게 했다.

    질렛의 복수상표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프루덴트는 시골과 도시의 중가시장을 파고들었고, 오랄비는 고급 칫솔을 쓰려는 소비자들의 덕을 톡톡히 봤다. 그 결과 질렛은 인도 칫솔시장의 약 10%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 사례에서 보듯, 둘째 상표는 소비자를 서서히 더 높은 가격의 주력상표로 옮겨가게 하는 진입로 구실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점점 많은 경쟁사들로 붐비는 시장에서 둘째 상표를 가장 먼저 내놓는 것 자체가 승리의 비결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말 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둘째 상표 등을 통해 가격과 포지셔닝을 세련되게 관리하는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갈무리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두 상표를 충분히 차별화하지 않으면 주력상표의 매출이 줄거나 그것의 이미지가 떨어질 염려가 있다.

    -차별화를 제대로 하려면 표적시장의 욕구와 가격, 품질, 상표 등에서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둘째 상표의 품질은 고급상표보다는 낮고,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품질하한선보다는 높아야 한다.

    -둘째 상표의 가격은 원래의 고급상표보다 훨씬 낮아야 하며, 저가 경쟁상표 및 현지생산 제품의 가격에 의해 정해진다.

    -둘째 상표의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회사는 아웃소싱이나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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