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2

1999.12.09

자동차가 인터넷을 만나면

  • 입력2007-03-21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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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통신망 중계 기기인 라우터의 개발과 판매로 급성장한 미국의 시스코시스템스는 일본 최대의 자동차메이커 도요타의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이는 도로변에 깔린 통신 네트워크와 위성통신 회선, 차량탑재 컴퓨터를 연동시킴으로써 자동차를 이동수단으로서뿐 아니라 인터넷 단말장치로도 이용한다는 시스코의 전략에 따른 것으로….’ 일본의 경제 주간지인 ‘닛케이 비즈니스’가 그리는 미래의 가상 시나리오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여전히 자동차는 ‘산업의 꽃’이었고, 미국의 경영학계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선진’ 생산방식을 연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일제 자동차를 부수던 미국인들의 모습은 마치 쇠락해 가는 국가의 몸부림으로 비쳤다. 그러나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다. 일본이 거의 10년째 장기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미국은 ‘신경제냐 아니냐’는 여유있는 논쟁을 즐기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인터넷이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 통해 협력업체 공개 입찰 … 생산원가 크게 줄여

    미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인터넷 산업은 이미 그 힘과 속도 면에서 자동차산업을 압도하고 있다. 시스코의 시가총액이 도요타를 추월한 것은 물론, 몇년 전만 해도 중견 컴퓨터 업체에 불과했던 델컴퓨터의 시가총액마저 도요타를 앞질렀다. 올해 초 인터넷업체 ‘앳 홈’이 ‘익사이트’를 인수하면서 지불한 금액은 67억달러로, 자동차업체 포드가 스웨덴 볼보의 승용차 부문을 인수하는 데 들어간 64억달러보다 많았다.



    그렇다면 자동차산업의 시대는 이제 끝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상 인터넷은 자동차를 포함한 다른 산업의 발전을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다. 다시 말해 자동차산업은 인터넷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비약적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생산과 판매활동에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미국의 GM이다. GM은 최근, 내년부터 2년에 걸쳐 연간 약 950억달러에 이르는 부품 및 기계류 구매를 모두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전자상거래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GM은 이를 통해 건당 평균 100달러에 이르던 구매비용을 10달러 수준으로 줄이고 최대 16주가 걸리던 구매기간도 몇시간 또는 며칠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미국의 완성차 3사가 각 사의 통신 네트워크를 인터넷을 매개로 모두 통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이 ‘꿈 같은’ 계획이 실현된다면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의 관계는 획기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즉 완성차 업체들은 더 이상 특정 업체들과 고정적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입찰을 통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업체들과 거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엄청난 규모의 온라인 판매망은 다시 인터넷 기술의 발전을 크게 자극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 자동차업계의 존립도 인터넷이라고 하는 ‘혁명적’ 기술의 활용 여하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진 자동차업체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생산원가를 크게 낮춘 자동차를,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우자동차가 일본에 서 인터넷 판매방식을 통해 마티즈를 팔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특히 미국 빅3의 예에서 보듯이 통신 네트워크간의 통합이라고 하는 기술적 흐름에 대해서는 깊이있게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의 핵심은 호환성과 통합이며, 통신 네트워크가 통합되면 될수록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일본식 계열 시스템은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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