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6

2006.03.14

땅 살 때 ‘등기부등본’ 100% 믿지 마!

  • 고준석 /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 koj888@hanmail.net

    입력2006-03-08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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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땅과 나쁜 땅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농사짓기 좋은 땅을 최고로 쳤다. 무엇보다 자연적인 조건을 우선시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도시 팽창과 공장 건설이 가속화하고 지역개발이 시작되자 좋은 땅의 조건이 변하기 시작했다. 자연적 조건이 무시되고, 개발할 수 있는 땅이 각광받게 된 것이다. 결국 좋은 땅이란 투자가치가 있는 땅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투자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좋은 땅을 고른다는 것, 투자가치가 있는 땅을 산다는 것은 초보자는 물론이고 경험 많은 사람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땅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땅 투자에서는 누구나 전문가를 자처하지만 성공한 사람보다는 실패한 사람이 더 많다.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권리도 많아

    일반인들은 대개 땅에 관한 한 “임차인 문제도 없으니 그냥 사면 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생각을 한다. 특히 매도자나 중개업자가 재촉하면 ‘지금 당장 투자를 결정하지 않으면 좋은 물건을 놓칠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곤 한다. 한 번쯤 더 생각해보고 객관적으로 따져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와 침착함을 잃어버린 채 투자에 나서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토지의 흐름을 알려면 4가지 기본 사항을 충실하게 지켜야 한다. 첫째, 자연적인 조건을 들 수 있다. 지형과 향(向)을 잘 살펴야 한다. 산악 지형이 많고, 겨울이 긴 지역일수록 햇볕이 많은 향을 고른다. 경사도가 심한 지역과 나무 수령이 30년 이상 된 임야는 피한다. 또 토질이나 토사, 자갈, 암반지역인지 확인해야 한다. 토질은 부드럽고 황토색을 띠어야 하며, 토사가 20~30% 정도 섞여 있으면 좋은 땅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자갈이나 암반이 있는 곳은 피한다. 강이나 저수지, 하천과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둘째, 행정적인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우선 토지이용계획 확인원을 참고하여 토지 이용상 제한사항을 살펴본 뒤 미래가치를 계산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군사시설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 땅을 이용하는 데 제한사항이 있는지 확인한다.

    접근성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아무리 입지가 좋다 하더라도 지도상에 도로가 없는 땅(맹지)이라면, 다른 사람 소유의 땅을 이용해 진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또 도로에 접해 있다 해도 사도인지 국도인지 확인해야 한다. 주변 지역의 개발계획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변 땅이 개발되면 인근 땅도 덩달아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셋째, 법률적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법률적인 권리관계는 등기부를 기준으로 한다. 등기부등본은 권리에 대한 사항을 나타내는 장부다. 여기에는 근저당권을 비롯하여 가압류, 처분금지가처분 등 각종 물권과 채권에 대한 사항이 나타나 있으므로 권리관계를 정확히 정리하여 거래해야 한다. 문제는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권리다. 특히 땅에는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유치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특수지역권, 분묘기지권 등의 권리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습법상 권리가 존재하는지 현장을 방문하고 지역 주민에게 물어 확인한다.

    넷째, 투자를 결심했다면 기본적인 서류부터 확인해야 한다. 기본 서류에는 앞에서 언급한 토지이용계획 확인원과 등기부등본을 포함해 토지대장, 지적도 등이 있다. 토지대장이란 토지의 현황을 알려주는 서류로 토지의 소재지·지번(地番)·지목(地目)·지적(地積) 및 소유자의 주소·성명 등을 등록하는 공부(公簿)를 말한다. 지적도란 임야를 제외한 토지의 소재·지번·지목·경계, 그밖에 행정자치부령이 정하는 사항을 등록해놓은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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