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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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루나? 현실 세계로 나온 드라마 속 아이돌

[미묘의 케이팝 내비] 새로운 K-컬처가 온다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1-11-1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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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너의 밤이 되어줄게’에 등장하는 아이돌 밴드 루나가 현실에서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사진 제공 · 빅오션ENM, 슈퍼문 픽쳐스]

    드라마 ‘너의 밤이 되어줄게’에 등장하는 아이돌 밴드 루나가 현실에서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사진 제공 · 빅오션ENM, 슈퍼문 픽쳐스]

    11월 8일 ‘루나(LUNA)’라는 이름의 밴드가 음원을 발표했다. 소개 글에 따르면 데뷔 4주년이라는데, 예전 음반은 찾아볼 수 없다. 언더그라운드 활동만 한 걸까. 사실 이 아티스트는 SBS 드라마 ‘너의 밤이 되어줄게’에 등장하는 가공의 밴드다. 작중의 음악가 명의로 음원이 발매되는 것이 놀랍지는 않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도 작중 밴드 ‘미도와 파라솔’ 명의로 여러 곡을 냈다. 다만 루나는 음반 커버나 소개 글에서 이것이 드라마 OST이며 가공의 아티스트라는 점을 밝히지 않은 것이 특이하다.

    비슷한 사례는 더 있다. KBS 2TV 드라마 ‘이미테이션’의 작중 아티스트 라리마, 샥스, 티파티 등이 음원을 발매했고 일부는 음악방송에도 출연했다. 이들의 음원도 ‘이미테이션’과 아티스트의 컬래버레이션 형태로 표기됐을 뿐, 소개 글에서는 아티스트가 작중 인물이라고 언급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JTBC 드라마 ‘IDOL(아이돌: The Coup)’에 등장하는 걸그룹 ‘코튼캔디’는 정통파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제목과 커버에 드라마 제목이 들어가고 소개 글에 배우 실명과 극본, 연출까지 기재돼 있으니 말이다.

    음악 소재 드라마가 많아지는 요즘이다. 기존에는 OST 발매에 그쳤을 미디어믹스도 다양해지는 듯하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작품 속 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흩뜨리는 경향이 엿보인다. ‘윤지성이 출연한 드라마의 OST를 듣는다’는 것과 ‘루나의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사뭇 다른 행위다. 청자는 드라마가 펼쳐 보이는 가상세계 속 청중이 되고, 음원 사이트는 이를 위한 포털이 된다. 작품 속 세계는 삶에 입주한 또 하나의 현실이다. 그렇게 작품은 외연을 확장하며 감상자에게 더 큰 몰입감을 안긴다.

    마케팅 전용으로 악용될 수도

    ‘메타버스’까지 언급하기에는 조금 섣부를 수 있겠으나, 유명인이 새로운 이름과 캐릭터로 전혀 다른 활동을 전개하는 이른바 ‘부캐’가 대대적으로 유행한 점 또한 배경으로 짚을 수 있다. 영화 속 웹사이트를 현실에서도 접속하게 해 작중 인물이 할 법한 경험을 제공하는 마케팅 기법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계에선 이미 1999년 ‘블레어 위치’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깐깐하게 볼 여지도 있다. 드라마와 무관한 실제 아티스트 음원과 구별되지 않아 혼돈을 줄 수 있다. 특히 시일이 지나 해당 작품이 널리 회자되지 않게 된 후라면 더욱 그렇다. 오래도록 기록으로 남는 음원 플랫폼이 눈속임을 포함한 단기간의 마케팅을 위해 ‘전용’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책이 출간되면 국회도서관에 납본되듯, 모든 주류 음원 플랫폼에 거의 모든 음원이 동일하게 게재되는 환경인 만큼 음원은 기록물로서 가치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국내 음악 드라마들이 몰입도와 충성도를 이끌어내지 못하기는 하나, 이른바 ‘과몰입’을 조장한다는 혐의도 무시할 수만은 없겠다.



    달리 보자면 케이팝과 OST가 그만큼 유연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지금의 ‘K-컬처’를 일군 비결이 원칙과 명분을 넘어서는 유연함에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동안 흔치 않았던 음악 소재 드라마가 부쩍 많아진 것에서 케이팝과 드라마의 결합이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음을 예감하게 된다. 흥미로운 시도에 일단은 기대감을 더 갖고 싶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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