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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他지역 거주자 이주 선호 3대장은 노원구 · 동대문구 · 서초구

‘익숙함의 이익’ 포기하는 요인은 ‘집값 상승 기대감’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입력2021-06-1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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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써보고 결정하세요! 행동경제학은 30초가량 만지는 짧은 ‘소유경험’만으로도 머그잔 가격을 높게 평가하는 ‘소유효과’를 밝혀냈다. 소유효과란 어떤 물건이나 상태(재산뿐 아니라 지위, 권리, 의견 등)를 실제로 소유할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높게 평가하는 인지편향을 말한다. 한 번 먹어보고, 한 번 입어보고, 한 번 타보는 체험 마케팅이 바로 이 같은 소유효과를 바탕으로 한다.

    불황기에 건설사들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처분하고자 “한 번 살아보고 결정하세요”라는 ‘애프터 리빙’ 제도를 도입했다. 저렴한 보증금을 내고 일정 기간(2~3년) 살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소유효과를 일으켜 물량을 털어내는 데 도움을 줬다. 머그잔을 만져만 봐도 소유효과가 생기는데 수년간 살 집은 어떻겠는가.

    애프터 리빙 제도와 관련한 소유효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부동산은 여느 재화와 달리 지리적 한계를 지닌다. “초기 자금 부담이 없으니 몇 년 살아보고 결정하자”면서 입주했다 그 집을 계약한 후 소유효과로 훗날 그 지역을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매입 후 그 지역 집값이 평균 이상으로 상승한다면 상관없지만, 준공 후 미분양이던 이유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더 좋은 곳으로 이주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양재 R&CD 특구’ 개발 호재가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과 우면동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사진 제공 · 서초구청]

    ‘양재 R&CD 특구’ 개발 호재가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과 우면동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사진 제공 · 서초구청]

    ‘가상의 소유효과’가 가져오는 ‘패닉 바잉’

    소유효과는 실제 소유할 때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소유하고 있다’고 상상할 때도 생겨난다. 이를 ‘가상의 소유효과’라고 한다.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이 일상인 서울 분양시장은 이러한 가상의 소유효과를 증폭해 ‘패닉 바잉’의 방아쇠 노릇을 하고 있다.



    정책 당국이 무주택자를 배려해 특별공급 제한을 대폭 완화하면서 사람들의 내 집 마련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A씨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접속해 특별공급 청약을 하고는 당첨자 발표 날을 기다린다. 벅찬 마음을 안고 청약한 타입의 VR(가상현실)를 보며 어떻게 인테리어를 할지 상상해본다.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의 개발 호재를 다룬 뉴스를 검색하면서 이 지역 집값이 얼마나 상승할지 예측도 해본다. 그러곤 계약금 등 납부 일정을 살펴보면서 중도금 대출은 어찌 되는지, 잔금은 어떻게 마련할지 계획을 세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가상의 소유효과가 발생한다. 결국 낙첨된 A씨는 ‘가상으로 소유했던’ 분양권 손실의 고통을 극복하고자 패닉 바잉에 나선다.

    2월 정부는 서울에 32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공급대책의 명칭은 ‘공공주도 3080’이다. 말 그대로 ‘공공이 주도하는’ 공급 기조를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것인데, 현 정권 임기가 1년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이 이 대책을 신뢰할지 의문이다. 공급 속도도 문제다. 정책 당국은 2025년까지 23만 호 공급에 대한 ‘주택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2025년까지 주택을 공급한다는 게 아니라 ‘토지’를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실제 공급 시점은 일러야 202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공급 확대 기조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3기 신도시 계획과 ‘공공주도 3080’에 대해 현실과 괴리된 청사진만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오히려 가상의 소유효과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향후 가상의 소유효과에서 벗어난 무주택자들의 상실감이 패닉 바잉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과도한 전매 제한은 ‘초보 거래자’ 양산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미국 보스턴의 콘도미니엄 시장 연구를 사례로 들면서 소유효과가 불황기 부동산 거래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한다. 불황기에 콘도미니엄 매도자는 현재의 낮은 시세를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이 소유했다’는 이유로 시세보다 25~35%가량 높은 호가를 책정해 거래 성사 확률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소유효과는 경험이 없는 ‘초보 거래자’에게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반대로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거래자는 주택 같은 고가의 자산일지라도 그것을 교환 목적으로 보기에 소유효과가 발생하지 않아 시장 하락기에 현실적 대응이 가능하다.

    부동산 거래에서 나타나는 소유효과는 최장 10년간 전매가 제한되는 수도권 규제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도권 규제지역의 분양권을 확보한 사람은 대부분 생애 최초로 집을 취득했기에 거래 경험이 전무하다. 10년간 ‘실거주’하면서 소유효과는 극대화된다. 문제는 생애 첫 거래가 가능한 10년 후에 부동산 경기가 불황이라면 이들 역시 시세를 인정하지 못하고 시장 흐름과 괴리된 호가를 고집하다 오히려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즉 현재의 과도한 전매 규제가 훗날 불경기 도래 시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며 하락의 골을 더 깊게 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주는 손실에 민감하게 반응

    소유효과는 물질적 소유에만 작용하는 게 아니다. 관계와 경험도 소유의 한 부분이다. 익숙한 삶의 터전을 포기하고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은 소유효과로 인해 쉬운 일이 아니다.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은 불확실성이 주는 손실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 상황이 특별히 나쁘지 않은 한 ‘익숙함의 이익’을 선택하곤 한다. 그 경우 이사를 결심하더라도 이웃한 지역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거꾸로 불확실성을 극복할 ‘확실한 무언가’가 있다면 어떨까. 서울을 예로 들면 자치구를 옮겨 이사하는 것이다(그래프 참조). ‘확실한 무언가’는 좋은 입지, 신축, 개발 호재 등일 테다. 집값 상승에 확신이 있다면 불확실성을 감수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서울 특정 자치구의 주택 매매 전체에서 다른 자치구 거주자의 매입 비중이 증가한다면 그 지역은 소유효과와 무관하게 ‘상승 기대감’을 한 몸에 받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으며 집값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서울에서 다른 자치구 거주자의 사랑을 많이 받은 지역은 강북은 노원구, 강남3구는 서초구, 도심권은 동대문구 3곳이다. 모두 다른 자치구 거주자의 매수 비율이 40%를 상회한다.

    노원구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과 같이 재건축 후보 아파트가 즐비한 곳이지만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되며 오세훈발(發) 풍선 효과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서초구는 ‘양재 R&CD 특구’ 개발 호재가 있는 양재동, 우면동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도심공공복합사업 2차 후보지’에 포함됐다. 5000가구 규모의 고밀도 개발 계획이다. 앞서 발표된 청량리역 광역환승센터 개발 계획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청량리 역세권 반경에 자리한 이문동, 휘경동, 회기동의 부동산 가치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양재택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왼쪽)과 양재 AI지원센터. [서초구, 동아DB]

    양재택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왼쪽)과 양재 AI지원센터. [서초구,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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