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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 안 보면 불안하다고? 주식중독 빨간불!”

주식으로 3억6000만 원 날려본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 ‘찐조언’

  •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주식창 안 보면 불안하다고? 주식중독 빨간불!”



주식 및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불면서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가 부쩍 늘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는 한국주식, 밤 11시 30분부터 새벽 6시까지는 미국주식, 그 외 시간에는 암호화폐에 매달려 사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주식창을 잠시라도 보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들, 혹시 주식 중독은 아닐까.

서울 구로구에서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 중인 박종석(40) 전문의도 한때 심각한 주식 중독을 앓았다. 그는 2011년 여름 2000만 원 종잣돈으로 송원산업과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 주식을 500만 원어치씩 매수하면서 생애 첫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결과는 한 달 만에 9% 수익. 이후에도 7~10% 수익을 내며 스스로 ‘투자의 귀재’라고 자부했다. 자신감이 ‘뿜뿜’ 생긴 그는 2011년 12월 15일(날짜도 잊지 않는다!) 여윳돈 5000만 원에 마이너스통장에서 뽑은 3000만 원까지 합쳐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SK이노베이션에 분산투자했다. 다음 날 코스피는 30%p 폭락했고, 그다음 날인 17일엔 김정일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사망 소식이 이어지면서 주식 계좌는 단 2거래일 만에 -17%를 찍었다. 패닉 셀링으로 1200만 원을 날리고, 남은 돈 6800만 원을 SK이노베이션에 올인했다. 이 또한 실패. 그는 ‘다시 주식투자를 하면 손목을 자르겠다’ 결심하고 모든 주식을 매도했다.

“2015년 모은 돈 3억 원, 대출 1억 원으로 다시 주식투자를 시작했습니다. 1년 뒤 수익률은 -79%로, 전 재산이 4000만 원이 됐죠. 대출 1억 원이 있으니 사실상 -6000만 원이었습니다.”

그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주식 중독자’의 삶을 살았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선물옵션, 레버리지, 급등주 등 그동안 안 해본 초위험투자까지 손을 댔다. 주식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설상가상으로 다니던 병원에서도 잘렸다. 그제야 주식에서 손을 털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어떻게 주식 중독에서 벗어났을까.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깨닫고 받아들이면 실패에서 좀 더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16년 주식투자로 3억6000만 원을 날린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 그는 “근거 없는 믿음이 큰 실패를 안긴다”고 말한다. [지호영 기자]

2016년 주식투자로 3억6000만 원을 날린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 그는 “근거 없는 믿음이 큰 실패를 안긴다”고 말한다. [지호영 기자]

한 방 노린다면 도파민형 투자자

객관적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란 쉽지 않다.

“우선 나 자신이 어떤 투자자이고 소비자인지를 알아야 한다. 가계부와 일기를 쓰면 내가 명품을 즐기는 사람인지, ‘소확행’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투자 성향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도파민형 투자자인지, 세로토닌형 투자자인지 알아야 한다. 도파민은 뇌 신경전달물질 중 몸에 에너지와 활력을 주는 호르몬이다. 세로토닌은 차분하게 안정시키는 안정호르몬이다. 도파민형 투자자는 한 방을 노린다. 급등주, 고위험주, 옵션 등을 골라서 하는 사람이다. 비트코인 투자자는 대부분 도파민형이라고 볼 수 있다. 세로토닌형 투자자는 적금형 투자를 선호해 삼성전자 같은 초우량주만 산다.”

도파민형 투자자가 주식 중독에 쉽게 빠질 것 같다. 도파민형 투자자는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투자 비율이 중요하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역대급 상승장이 펼쳐졌다. 이때는 도파민형 투자자가 돈을 많이 벌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도파민형과 세로토닌형 투자 비율을 7 대 3, 6 대 4 식으로 정하고 투자하길 권한다. 만약 초보자라면 세로토닌형 투자 80%, 도파민형 투자 20% 정도가 바람직하다.”

과거 도파민형 투자자였던 것 아닌가.

“나는 도파민형도 아니고 불나방형, 하루살이형 투자자였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투자했다. 2016년 4억 원을 투자할 때 ‘나는 무조건 잘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 연대 의과대학을 졸업해 의사로서 인정받고 서울대에서 교수까지 했으니, 투자도 잘할 것이라고 여겼다. 이런 근거 없는 믿음이 결국 큰 실패를 안겨줬다.”

어떻게 극복했나.

“3억6000만 원을 날린 뒤 초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주식 계좌를 전부 삭제했다.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손해 본 -79% 주식 계좌를 캡처해 컴퓨터 모니터와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깔아뒀다. 2년 동안 매일 그 사진을 보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운동도 열심히 했다. 일기와 가계부를 쓰면서 일상과 본업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2018년 말 다시 주식을 시작했다.”

지금 투자 성향은?

“2년 이상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며 초안전형 투자를 하고 있다. 2015년 투자에 실패했을 때는 3개 종목에 올인했는데, 지금은 30개 넘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짜 분산투자하고 있다. ETF(상장지수펀드), 채권, 금, 달러, 주식 분할투자를 하고 있다. 절대 한 번에 500만 원 이상은 매수하지 않는다. 겸손하게 주식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는 게 예전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주식 중독은 어떻게 진단하나.

“국제학회의 공식적인 주식 중독 진단 기준이 없어 이번에 직접 만들었다. 외국 논문에도 주식 중독 자가진단이 없다. 행위 중독, 도박 중독을 참고했다. 14개 항목 중 8~10개 이상이 해당한다면 주식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박스 기사 참조)

패닉 상태에선 백전백패

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식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우선 주식 때문에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회사에 지각이나 결근한 적은 없는지, 밤에 미국주식을 보느라 회사에서 꾸벅꾸벅 존 적은 없는지, 주식투자 문제로 가족이나 지인과 다툰 적은 없는지…. 만약 있다면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고 봐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일상을 바로잡는 일이다. 주식투자 횟수를 줄이면서 뇌를 쉬게 해야 한다.”

최근 비트코인이 반 토막 나면서 패닉에 빠진 이가 많다.

“우리 병원에 하루 평균 주식 중독으로 두세 명, 비트코인 중독으로 한두 명씩 찾아온다. 투자는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지 마라. 폭락장에서는 이미 멘털이 마비된 상태이니 패닉 셀링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패닉에 빠져 있을 때는 어떤 의사결정도 백전백패다. 그럴 때는 차라리 주식 생각을 잠시 멈추고 밥을 먹거나 게임을 하면서 뇌를 쉬게 하는 편이 낫다. 최소 3~6개월가량 휴식을 취한 뒤 뇌가 패닉으로부터 벗어나 건강해지면 다시 주식을 할지 말지 고민해봐라.”

멘털이 건강해야 투자에도 성공한다는 뜻인가.

“투자는 언제나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감정적으로 주식을 사고팔아서는 안 된다. 언제나 이성적으로 스스로에게 ‘왜’라고 질문하면서 투자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멘털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손실이 났다는 이유로 ‘다시 주식투자를 하면 손목을 자르겠다’고 하는 것도 틀린 생각이다. 전형적인 감정적 인지오류다. 투자한 회사가 나쁜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미숙한 상태로 뛰어든 내 태도가 나쁜 것이다. 투자자의 멘털이 성숙해지면 투자 성공률은 반드시 높아진다. 언젠가 성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동아 유튜브 채널에서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의 주식 중독에서 탈출해 성투하는 ‘찐조언’ 인터뷰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1292호 (p44~46)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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