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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주인공

희극 주인공의 영혼까지 흔들어

10월의 탄생석 오팔에 숨겨진 변화무쌍한 매력

희극 주인공의 영혼까지 흔들어

‘십이야 3막 4장’, 대니얼 매클라이즈, 1840년(왼쪽). ‘십이야 5막 1장’, 윌리엄 해밀턴. [위키피디아]

‘십이야 3막 4장’, 대니얼 매클라이즈, 1840년(왼쪽). ‘십이야 5막 1장’, 윌리엄 해밀턴. [위키피디아]

1797년. 윌리엄 셰익스피어. [픽사베이]

1797년. 윌리엄 셰익스피어. [픽사베이]

‘십이야’(十二夜·Twelfth Night)는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낭만희극 가운데 하나다. ‘십이야’란 크리스마스로부터 12일이 지난 1월 6일을 말한다. 구세주가 나타난 것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 축제 기간의 마지막 날이다. 그래서 기쁘고 유쾌하게 즐기는 축일로, 흔히 악의 없는 장난과 농담을 한다. ‘십이야’는 ‘일리리아’라는 발칸반도 서부 아드리아해 동쪽에 있던 고대 국가를 배경으로 쌍둥이 남매 세바스찬과 비올라, 올리비아, 오시노 공작 등 네 사람의 복잡하게 얽힌 사랑이야기가 줄거리다. 

비올라는 오시노 공작을 사랑하는 여인. 하지만 남장을 하고 ‘세자리오’라는 하인으로 지내는 탓에 자신의 마음을 밝히지 못하고, 오히려 올리비아의 사랑을 받게 된다. 올리비아는 오시노 공작이 사랑하는 여인으로. 남장한 비올라에게 한눈에 반한다. 오시노 공작은 비올라를 통해 올리비아에게 구애한다. 그런데 배가 폭풍에 휩쓸려 헤어지게 된 쌍둥이 남매 세바스찬이 일리리아에 오게 되는데….


보석들의 여왕

‘십이야’ 2막 2장
얽히고설킨 네 명의 묘한 인연을 보여주는 비올라의 독백. 

비올라 “남장을 한 나의 모습에 그녀(올리비아)가 반했다면 안 될 말이야! 변장이란 참으로 못된 짓이군. 나쁜 짓을 하는 놈들은 이 수단을 쓰거든. 그럴 듯한 건달이 밀랍 같은 가슴속에 자기의 형상을 새겨놓은 것쯤은 얼마나 쉬운 일인가! 이 일이 어찌될까. 나의 주인(오시노 공작)은 아가씨를 깊이 사랑하는데, 변장한 나는 주인을 사모하고, 아가씨는 착각해 나한테 넋을 잃었으니. 나는 남자 행세를 하고 있으니 주인을 사모해봤자 절망적이지. 사실은 여자인데 말이야.”


‘십이야’ 2막 4장
올리비아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고민하는 오시노 공작에게 광대가 말한다. 



광대 “그러면 ‘우울의 신’을 공작 전하의 수호신으로 삼으세요. 공작 전하의 마음은 변덕이 심한 오팔(opal)과 같으니까요. 저는 그런 심정을 지닌 분들이 바다로 가기를 바라죠. 바람 부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오시노 공작 “세자리오(남장한 비올라), 너는 저 지독하게 무정한 아가씨에게 한 번 더 다시 가서 이렇게 전해라. 나의 애정은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고귀해 세속적인 토지의 넓이를 문제시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하지만 자연이 닦아놓은 그 기적, 보석들의 여왕인 그 아름다움에 내 영혼이 끌린다고 말이야.” 

비올라 “하지만 아가씨가 공작 전하를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어쩌죠?” 

오시노 공작 “그런 대답은 있을 수 없어.” 

비올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어요? 만일 공작께서 올리비아 아가씨를 사모해 고민하듯이, 어떤 여자가 공작 전하를 사랑할 경우 공작께서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싫다고 하신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어요?”

‘십이야’ 2막 4장 광대의 대사에 ‘변덕이 심한 마음이 오팔과 같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오팔은 하나의 돌 안에 다양한 빛을 품고 있는 신비로운 보석. 10월 탄생석이다. 셰익스피어는 실제로 오팔에 반해 오팔을 ‘보석의 여왕’이라 칭송했고, 자신의 희극에도 등장시켰다.


가장 완전한 보석

[디올 파인 주얼리]

[디올 파인 주얼리]

오팔은 상반되는 빛을 한 몸에 지닌 신비로운 돌이다. 마치 하나의 돌에 전 세계를 담아놓은 듯한 인상까지 준다. 

“만약 세상에 단 하나의 돌만 남는다면 그것은 바로 오팔이어야 할 것이다. 오팔에는 다른 모든 돌의 색이 다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오팔에 빠진 한 보석 전문가로부터 들은 말이다. 일부 보석상은 ‘오팔이야말로 가장 완전한 보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오팔은 파랑, 초록, 노랑, 빨강, 보라색을 모두 지니고 있다. 오팔을 서서히 돌려보면 광선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변채(變採)라 한다. 오팔 외에 변채를 보이는 돌에는 ‘라브라도라이트’ ‘월장석(문스톤)’ 등이 있다. 그러나 색의 신비함과 휘황한 광채는 오팔이 단연 으뜸이다. 

오팔 가운데 호주산 블랙 오팔이 변채가 뛰어나 가치가 가장 높다. 그러나 이름처럼 검은색이 아니라 진한 녹청색을 띤다. 공작새의 날개와 같은 화려한 유색(遊色) 효과(play of color)를 볼 수 있다. 

오팔은 그리스어 오팔리오스(Opallios)에서 온 말이다. ‘귀한 돌’이라는 뜻. 고대 로마인은 오팔을 ‘큐피드 비데로스(사랑스러운 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오팔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병마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도 믿었다. 다만 오팔은 다른 보석과 달리 무른 성질이 있어, 잘 깨지는 것이 단점이다. 

오팔에 빠졌다는 셰익스피어가 ‘십이야’에서 오팔을 변덕스러움에 비유한 것처럼, 오팔에 담긴 무지개 색의 변화가 변덕이나 바람기의 이미지로 비치기도 했다. 그래서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온 뒤에는 일시적으로 불길한 돌, 불행한 돌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오팔의 나쁜 이미지는 사라지고 다시 한 번 ‘큐피드 스톤’으로 부활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단, 일본에선 아직도 많은 사람이 오팔을 결혼 예물로 주고받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디올 & 오팔

‘디올 파인 주얼리’의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디올 파인 주얼리]

‘디올 파인 주얼리’의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디올 파인 주얼리]

오팔은 루비나 사파이어, 에메랄드만큼 대중적인 보석은 아니다. 주얼리 브랜드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오팔을 메인 스톤으로 해 눈부시게 아름다운 컬렉션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디올 파인 주얼리’다. 

디올은 1947년 설립된 프랑스 명품 브랜드다. 창립자인 크리스챤 디올은 코코 샤넬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불행히도 1957년 52세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지만 그가 직접 착수했던 역사는 디올의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이 되살려냈다. 여성미와 우아함, 정교한 아름다움의 자취가 섬세하게 깃들어 있는 대담한 주얼리가 그런 것이다. 디올 파인 주얼리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날 수 있다. 

카스텔란이 가장 좋아하는 보석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팔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팔은 굉장히 시적인 스톤이다. 마치 동화 속으로 들어와 마법을 경험해보라고 초대하는 것 같다. 오팔을 들여다볼 때면 내가 아주 멀리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지구의 바다와 그 위에 흩어진 섬들, 그리고 파도에 비친 별빛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는 오팔이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스톤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스러움을 온통 휘감은, 그러면서도 그 조합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시크릿 워치

[디올 파인 주얼리]

[디올 파인 주얼리]

디올 파인 주얼리의 ‘시크릿 워치’는 큼직한 크기의 오팔이 메인 스톤으로 세팅된 팔찌다. 팔찌 중앙에 자리 잡은 블랙 오팔, 라이트 오팔, 라이트 브라운 오팔 등 다양하고 희귀한 보석을 감상할 수 있다. 하나의 팔찌에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루비, 자수정, 핑크와 옐로 사파이어, 스페사르타이트 가넷, 차보라이트, 디맨토이드, 파라이바 토르말린 같은 보석들이 수를 놓듯이 세팅돼 마치 메인에 자리한 오팔의 불꽃과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오팔 색에 따라 한 곳에선 레드와 핑크로, 다른 곳에선 블루와 그린이 하모니를 이룬다. 

시크릿 워치 제품의 오팔을 돌리면 다이아몬드로 세팅된 시계 다이얼이 드러난다. 팔찌로 보이지만 시계이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팔찌가 시간도 알려주게 됐다.” 

디자이너의 말이다.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가장 사랑했던 숫자 ‘8’에 맞춰 모두 여덟 종류의 시크릿 워치를 출시했다. 주얼리업계에선 이 8개의 시크릿 워치를 예술작품이라고 평가한다. 여기서도 막강한 존재감을 내뿜는 보석이 오팔이다. 

반지, 팔찌, 목걸이, 귀걸이에 오팔을 세팅한 주얼리도 있다. 그 속에서도 오팔은 자신만의 불꽃을 뿜으며 함께 세팅된 다이아몬드에 그 빛을 비춘다. 디올 파인 주얼리는 오팔을 세팅한 주얼리를 여러 컬렉션을 통해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는데 카스텔란은 이것을 ‘컬렉션끼리의 대화’라고 표현한다. 이번 오팔 주얼리는 셰어 디올(Cher Dior·2013년부터 꾸준히 디자인해온 컬렉션)과 영원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라고 한다. 

카스텔란은 설명한다. 

“나는 컬렉션끼리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마칠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작업하고 매만지는 일을 반복한다.” 

이를 통해 무슈 디올과 카스텔란 사이의 대화도 상상할 수 있다. 오팔과 디올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십이야’의 엇갈린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 여느 낭만희극처럼 모두가 해피엔딩? 올리비아는 세비스찬이 세자리오인 줄 알아 청혼하고 세바스찬은 아름다운 올리비아의 청혼을 흔쾌히 받아들여 당장 결혼식을 올린다. 남장한 비올라(세자리오)를 사랑했던 그녀이니 제 길을 찾은 셈이다. 오시노 공작 역시 마찬가지다. 세자리오가 자신의 연인을 가로챈 것에 몹시 분노하지만 쌍둥이 남매의 사연이 밝혀진 뒤 남장을 벗고 아름다운 여자로 돌아온 비올라와 결혼한다. 변화무쌍한 오팔이 떠오르는 결론이다.






주간동아 2019.10.04 1208호 (p32~35)

  • 민은미 주얼리칼럼니스트 mia.min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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