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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의 아름다움과 견줄 만한 고운 명주(名酒)
2018년은 무술년(戊戌年)으로 ‘황금 개띠’ 해다. 사실 ‘무(戊)’는 흙을 뜻하니 황금이라기보다 누르스름한 색에 가깝지 않나 싶다. 누런 개라면 역시 진돗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진돗개는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우리나라의 고유 …
푸드칼럼니스트 2018년 01월 16일 -
씹을수록 달고 먹을수록 손이 간다
바다에서 멱깨나 감던 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바닷속에서 마주쳤을 때 가장 겁나는 생물이 문어라고 한다. 문어가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는 않지만 자칫 잘못 건드려 서로 얽히면 생사를 오갈 수 있다고.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빨판이 달린 8…
푸드칼럼니스트 2018년 01월 09일 -
‘안다미 조개’라 부르는 꼬막
꼬막을 떠올리면 여기저기가 시려 온다. 먹을 때마다 세차게 추운 날이었기에 등골이 시리고, 개펄 바닥에 엎드려 꼬막을 캐는 여인네를 생각하면 마음이 시리고, 50여 년간 꼬막을 캐다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던 꼬막 요릿집 주인의 사…
푸드칼럼니스트 2018년 01월 02일 -
오래된 다방이 선사하는 시간의 맛
어릴 때, 즉 미성년자일 때 카페에 종종 갔다. 근대 문인들처럼 지식과 정담을 나누려고 간 게 아니라, 삐삐(beeper) 회신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갓 입학해서는 각종 소개팅과 미팅의 장으로 활…
푸드칼럼니스트 2017년 12월 26일 -
못생긴 외모에 놀라고, 반전 매력에 빠지고~
완연한 겨울이다. 며칠째 이가 딱딱거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분다. 이맘때면 10년 전 동해에서 만난 세 친구가 생각난다. 첫인상은 다소 불편했지만 매년 겨울마다 보고 싶어지니 대체 불가한 매력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세 친…
푸드칼럼니스트 2017년 12월 19일 -
요즘 제맛을 뽐내는 것들
한식을 파는 식당이라면 어디를 가든 김치를 준다. 재료가 중국산이든 ‘종류가 무엇이든’ 맛이 있든 없든 김치는 꼭 나온다. 저렴한 백반집이라면 콩나물, 미역줄기, 호박나물 같은 것이 나오고, 해장국이나 육개장같이 한 그릇 요리를 파…
푸드칼럼니스트 2017년 12월 12일 -
둘러앉아 나눠 먹는 ‘빅 푸드’
12월이 가까워 오니 이런저런 모임에서 송년회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집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워낙 잦은 편이지만, 연말 모임만큼은 내 손으로 차린 음식을 나눠 먹고 싶은 마음이 유난히 든다. 그러다 보니 마음 맞는 사람끼…
푸드칼럼니스트 2017년 12월 05일 -
가을 내음에 어울리는 치즈의 향연
여름과 겨울 사이에 빼꼼 나타났다 금세 사라지는 가을에는 될 수 있으면 걷는 편이다. 가을 특유의 바람과 하늘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공기가 품고 있는 여러 향이 기분을 좋게 한다. 길가의 나무가 떨군 낙엽과 차가운 공기가…
푸드칼럼니스트 2017년 11월 21일 -
감각이 살아나는 짜릿한 향신료의 맛
내가 태어나 처음 ‘알바’를 한 곳은 쌀국숫집으로, 1997년 당시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유일한 베트남 식당이었다. 베트남식이라고는 하지만 미국 스타일의 쌀국수만 파는 곳이었다. 그때 ‘고수’라는 허브를 처음 알았고 그 매력에 푹 …
푸드칼럼니스트 2017년 11월 14일 -
가을 바람과 볕으로 가득 찬 맛
가을에는 어디를 봐도 곱고 무엇을 봐도 가득함이 느껴진다. 열매는 울룩불룩 살이 오르고 뿌리에도 강인한 기운과 영양이 가득 찬다.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기 전 한껏 고운 빛을 내고 매끈하게 파란 하늘에서는 뜨거운 햇살이 골고루 쏟아진…
푸드칼럼니스트 2017년 11월 07일 -
큼직한 몸집에서 우러나는 ‘섭’의 기운찬 맛
달걀과 고추장을 풀어 걸쭉하게 끓이는 섭국(왼쪽)과 여러 조각으로 잘라도 웬만한 양식 홍합 크기에 버금가는 자연산 홍합의 살.어느새 손이 시려오는 계절이 됐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가 되면 뜨끈한 국물 생각이 절로 나고 포장마차…
20171101 2017년 10월 30일 -
몇 날 며칠의 기다림으로 제맛이 밴다
우리 집은 제사가 많았다. 설과 추석 차례를 포함하면 두 달에 한 번꼴로 상을 차렸다. 그중 할아버지 제사 때 먹을거리도, 사람도 가장 풍성했다. 부산에 사는 작은아버지와 고모가 갖은 해산물을 양손 가득 들고 왔기 때문이다. 윤기 …
20171018 2017년 10월 17일 -
가볍게 바스러지며 달콤함이 번진다
일일이 고물을 묻히고 장식을 올려 완성한 전통 한과.어른이 돼서도 명절 차례상에서 제일 먼저 집어 드는 것이 약과와 한과다. 명절에만 맛보는 쫀득하고 달콤한 약과와 파삭파삭하면서 살살 녹는 한과의 매력은 절로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20171004 2017년 10월 03일 -
가을에 살 오르는 미꾸라지, 추어(鰍魚)로 격상
들깻가루를 듬뿍 넣어 끓인 걸쭉한 남원식 추어탕,크기가 작은 것만 골라 만든 미꾸라지 튀김,깻잎을 감싸 튀긴 미꾸라지 튀김.(위에서부터)만 서른 살이 넘어 처음 추어탕 맛을 봤다. 이토록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고 보낸 30년 세월이…
20170927 2017년 09월 25일 -
믿고 먹는 올드 패션, ‘소금집’ 델리미트
요즘 달걀은 물론, 햄이나 소시지도 안 팔린다고 한다. 어떻게 생산됐는지,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알 길이 없으니 불안한 마음에 아예 먹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불안함은 불확실함에서 나온다. 불안함을 떨치려면 생산 과정을 확인…
20170920 2017년 09월 19일 -
여름이 끝나면서 다시 차오르는 ‘재첩’의 맛
일일이 발라낸 재첩 살과 부추를 듬뿍 넣은 재첩국. 여러 가지 채소와 사과, 김을 넣어 무쳐 먹는 재첩숙회. 뜨거운 밥에 재첩 살을 넣고 고추장에 비벼 먹는 재첩비빔밥(위부터).섬진강의 봄은 완벽하다. 강가와 낮은 구릉마다 매화와 …
20170906 2017년 09월 05일 -
해산물이 듬뿍, 칼칼한 맛이 일품
모리국수에는 해산물 못지않게 콩나물도 푸짐하게 넣어 시원함과 아삭하게 씹는 맛을 살린다(위). 생선, 게, 조개 등 해산물을 듬뿍 넣고 고춧가루를 풀어 시원하게 끓이는 모리국수.어린 시절 경북 포항시의 작은 동네 구룡포에 종종 들렀…
20170830 2017년 08월 28일 -
이름은 불고기라도 맛은 가지가지
육수를 부어 끓이면서 먹는 서울식 불고기.(위)언양식 불고기와 비슷한 바싹불고기.(중간)부드러운 고기에 양념이 연하게 밴 광양식 불고기.(아래)불고기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마다 떠올리는 음식의 모양이 다를 것 같다. 간장과 설탕이라는…
20170823 2017년 08월 21일 -
함께 북돋우며 어울리는 육수와 육전
평양냉면은 그릇에 이것저것 담기를 절제한 여백의 맛이 있다. 그만큼 육수와 면발에 집중해 또렷하고 섬세하게 각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함흥냉면은 알뜰살뜰 필요한 것만 챙겨 넣은 복주머니 같다. 면발로 양념을 싹싹 닦아 그릇을 비워…
20170816 2017년 08월 14일 -
접시에 핀 꽃까지 먹어야 제맛
무덤덤할 정도로 꾸밈이 없는 생선회.‘먹을 수 없는 것은 그릇에 올리지 않는다’는 말은 당연한 것 같지만 음식점에 가면 왕왕 대면하게 된다. 예를 들면 생선회 접시에 담긴 채 썬 무나 파슬리, 제육볶음 아래 깔아놓은 깻잎, 중국 요…
20170809 2017년 08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