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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와 탈남자, 그들은 왜 線을 넘었나
축구경기에서 골을 넣은 공격수는 세리머니를 하기 전 항상 부심을 바라본다. 오프사이드(off-side)에 걸리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도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고 골을 넣으려는 축구선수와 같이 매 순간 성취를 위해 치열하게…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2월 13일 -
눈물 마르기 전 터진 웃음보
대한민국을 꽁꽁 얼린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해가 지면 거리에 네온사인만 반짝일 뿐 ‘불금’의 유혹도 얼어버렸다. 이런 강추위가 이어지던 어느 날 밤, 가톨릭 종교재단의 한 병원에서 척추마비 반신불수 환자가 사라졌다. 병원 재정적…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2월 06일 -
무거운 세상에 던지는 가벼운 스님들의 思惟
스님이 어떻게 가벼울 수 있을까. 속세를 떠나 불교에 귀의한 뒤 구도의 길을 찾아 수행하는 종교인에게 ‘가볍다’는 형용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장소는 비구니들만 있는 봉국사. 스님이라기보다 ‘소림사 고수’ 풍모가 느껴지는 기이한 언행…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1월 30일 -
밸런타인 신부처럼 처절한 ‘발렌타인 데이’
러시아 작가 이반 비리파예프(44)의 희곡 ‘발렌타인 데이’가 한국 무대에 올랐다. ‘21세기 러시아 연극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그의 공연에 거는 기대는 크다. 그러나 초콜릿처럼 달콤한 러시아적 낭만을 기대…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1월 23일 -
“죽기 1분 전의 깨달음… 추억은 추억, 현재에 충실하자”
1980년대 말, 작곡가 이영훈(1960~2008)의 주옥같은 노래를 녹음하고자 카세트테이프를 준비하고 라디오에서 그의 노래가 나오기만을 무작정 기다렸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는 광화문을 하염없이 거닐었고, 그의 멜로디는 아물…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1월 16일 -
멋과 맛 넘치는 미국 음악 관객 펄쩍 뛰게 만들어
공연 자막은 영화 자막과 달리 어두운 공연장에서 무대와 자막으로 시시각각 시선을 옮겨야 한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은 목을 주물러야 할 정도다. 보통 자막 1000~2000장을 사용하는 뮤지컬은 원작을 가공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언…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8년 01월 09일 -
한 배심원의 ‘합리적 의심’, 아버지 살해범 누명 쓴 아들 살렸다
왜 하필 성난 사람이 12명일까. 이 연극은 각자 다른 이유로 화가 난 배심원 12명이 증인들의 편협한 선입견에 감춰진 팩트(사실)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푹푹 찌는 한여름 오후,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는 배심원들의 작은 회의실. 누…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7년 12월 26일 -
눈물과 광기로 만나는 ‘별이 빛나는 밤’
가왕(歌王)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김희갑 작곡 · 양인자 작사)에는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 간 고흐란 사나이도 있었는데’라는 구절이 나온다. 한국 가요에도 나올 정도로 불우했던 천…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7년 12월 19일 -
“아리랑은 일본 열도에 울려 퍼진 유행가였다”
11월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시어터에서 열린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 · AMAs)의 히어로는 방탄소년단(BTS)이었다. 그들이 축하공연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객석은 …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7년 12월 12일 -
‘무섹스, 무폭력, 무시사’의 3無가 전하는 기묘한 우화
연극 ‘나는 살인자입니다’라는 제목을 보면 영화 ‘살인의 추억’ 같은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는 스릴러 영화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현대의 이솝’으로 불리는 SF소설가 호시 신이치(1926~97)의 ‘…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7년 12월 05일 -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장점을 치켜세우면 그만큼 성과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칭찬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선의의 과찬(過讚)’을 할 때가 있다. 누군가를 면전에서 칭찬하는 것이 낯간지러울 때도 있다. 그러다 보…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7년 11월 28일 -
‘인생, 새벽에 내렸다가 햇빛에 돌아가는 이슬인 것을…’
가요 ‘아침이슬’(김민기 작사 · 작곡)은 이슬을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슬은 단순한 물방울이 아니라 인고(忍苦)의 시간을 감내한 ‘영혼이 깃든’ 결정체다. 처음 ‘아침이슬’이 …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7년 11월 21일 -
무대에 오른 살아있는 古典
‘톰 소여의 모험’ 저자인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고전이란 독자들이 책 제목만 알고 막상 읽지는 않는 작품”이라고 했다. ‘고전(古典)은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고 있고, 읽기도 고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고전소설은…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7년 11월 14일 -
각기 다른 사랑이 전하는 오묘한 떨림
로마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1990년대 후반, 이탈리아의 미녀 배우 모니카 벨루치와 행사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 당시 그녀는 ‘여신’ 자체였다. 비너스 같은 몸매와 매혹적인 미모, 여기에 그녀만의 신비로운 ‘표정 언어’는 유…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2017년 11월 07일 -
서민들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 민낯을 보다
10년 전 어느 날, 필자가 탄 광역버스에서 성추행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 여성의 비명소리에 버스 승객들은 ‘정의의 사도’로 변신했다. 버스는 곧장 피해자와 가해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태우고 경찰서로 향했다. 목적지와는 다…
20171101 2017년 10월 30일 -
혹독한 시대에 맞선 3代, 풍랑 같은 가족사
고당 조만식(1883~1950)과 백릉 채만식(1902~1950)의 이름 및 사망 연도가 같아서인지 이 둘을 종종 헷갈리곤 했다. 직업은 다르지만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대를 적극적으로 살다간 조선 지식인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고교…
20171025 2017년 10월 23일 -
이념을 사명으로 착각한 우리 이야기
동족상잔의 비극적 고통을 당한 사람에게 이데올로기의 상처는 지워지지도, 잊히지도 않는다. 이로 인해 상실의 아픔을 겪은 사람이 상대에 대해 눈과 귀를 닫은 것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그들의 골수에 사무친 한이 무력한 체념이…
20171018 2017년 10월 17일 -
웃기지만 가슴 시린 1930년대 예술가들의 토크쇼
연극 ‘20세기 건담기’의 포스터는 꽤나 흥미롭다. 1936년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임에도 적벽돌 배경에 현대 의상을 입은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만 등장한다. 연출자 성기웅의 얼굴을 모르는 관객들은 현대적 포스터를 보고는 1979년 세…
20170927 2017년 09월 25일 -
연극이 물었다. ‘당신은 어떤 아버지인가’라고…
부모가 돌아가시면 땅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한(恨)으로 묻는다고 한다. 그만큼 먼저 보낸 자식은 부모 가슴에 남는다. 여기 아버지 마이클 버그가 있다. 그는 아들의 처참하고 끔찍한 죽음을 방송으로 목격한다. 26세인 아…
20170920 2017년 09월 19일 -
비겁한 복종에 화두를 던지다
공연 시간을 착각해 일찍 지하철역에 다다랐다. 땅위로 올라가도 마땅히 시간을 때울 곳이 없어 개찰구 로비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뒤적였다. 낯선 이들로부터 “도(종교적 득도)를 아냐” “도(길)를 아냐” 등 여러 질문을 받았다. 비…
20170913 2017년 09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