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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작은 논
밤새 목이 아파 뒤척이다 일어난 아침. 창문을 연 순간 너무 반가웠다. 7층 우리집에서 내다본 학교 앞 작은 논에는 밤새 물이 가득 차 있었다.벌써 두달째 계속되는 목타는 봄. 강원도에서는 산불이 크게 번져 주민들이 배를 타고 바다…
20000504 2005년 10월 17일 -
노랑머리와 나팔바지
요즘은 어디를 가나 노랑머리의 젊은이들을 쉽게 만나게 된다. 어디 노랑머리뿐인가. 빨강 보라 초록… 동화책에서나 봄직한 낯선 모습들이다. 전에는 머리카락 색이 검지 않으면 노랑쟁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는데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
20000831 2005년 10월 14일 -
15년 만에 만난 개구장이들
세월이 유수(流水) 같다는 표현을 요즘같이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최근 초등학교 때 친구들을 15년 만에 만나 어릴 적 추억들을 화제삼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때 새록새록 되살아난 그 시절의 즐거운 기억들로 하루하루가 정말 즐겁다.우…
20000824 2005년 09월 26일 -
사오정 커플
“당직 서느라 피곤하고 출출할 텐데 딱 한잔만 하자.” “그래, 그럼 정말 한잔만이다.”번번이 회사 동기의 술친구 제안을 무시할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실내 포장마차에 마주 앉았다.사오정 시리즈 하나 못 외우면 미개인 취급받던 시절…
20000817 2005년 09월 21일 -
그 여자의 손
내 취미는 손금보기다. 아니 손 들여다보기라 해야 옳다. 누구나 다 알 만한 얄팍한 상식 몇 가지로 되지도 않는 사설을 국숫발 뽑듯 뽑아내니까. 신기한 것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 엉터리 사주풀이에 아주 즐거워한다는 것이다.어쨌든 나…
20000810 2005년 09월 05일 -
좋은 거짓말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할 때도 있고 아이들과의 약속을 깜박 잊어버려 본의 아니게 거짓말하는 부모가 될 경우도 있다. 거짓말이 반복되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로 뒤덮인 21세기를 살…
20000803 2005년 08월 18일 -
반갑지 않은 물난리 추억
장마와 한 차례 태풍이 지나갔다. 이때가 되면 비만 와도 온몸이 찌뿌드드하다는 외할머니의 신경통이 걱정되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수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유독 물난리를 많이 겪었기 때문일까. 시뻘건 흙탕물이 혀를 낼름거리듯 집안…
20000727 2005년 08월 08일 -
어머니 4주기에
여름날의 짙푸른 한나절이 그 수명을 다하고 지금은 땅거미가 스멀스멀 내려앉는 밤의 길목이다. 창문 밖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환한 불빛이 어둠을 부르고 있는 것 같다.거실에서 아이들이 사촌간의 우애를 다지는 앙증스런 소리가 들려온다. …
20000720 2005년 07월 26일 -
남편의 빈자리
“나, 울릉우체국으로 발령났어.” “뭐? 놀리지 마.” “정말이야.” “농담이지? 사실대로 말해!”“진짜야, 1월4일자야.”작년 12월31일 오후 늦게 남편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승진하고 대기중인 상태로 6개월이 지났기에 곧 발령이…
20000713 2005년 07월 21일 -
초록의 계절에
초록이 춤춘다. 빗속의 군무가 흥겹다. 싱싱함을 되찾은 가로수들의 율동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때로는 성난 파도처럼, 때로는 뭉게구름처럼 강약을 되풀이하는 모양이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열정적인 몸짓 같다. 게으른 봄비 탓에 대기는 …
20000706 2005년 07월 12일 -
한여름 밤의 추억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다다를 무렵, 바다로 산으로 휴가를 떠난 이들로 인해 혼잡했던 서울 도심에 어느 정도 여유가 찾아온 듯했다.생각 같아서는 모처럼 한산해진 서울 도심에서 여름휴가를 보냈으면 좋으련만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등쌀에…
20000907 2005년 06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