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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칭하지 못하는 나라 살아 무엇하리”
임제(林悌·1549∼1587)는 ‘백호(白湖)’라는 별호로 널리 알려진 조선 중기의 시인이다. 백호는 섬진강 지류를 가리키는데, 바로 그의 향제(鄕第·고향집)가 있는 곳이다. 백호의 자유분방한 성품은 성리학이 풍미하던 당시의 경직된…
20091103 2009년 10월 28일 -
탕 탕! … “10·26엔 가슴이 뛴다”
20세기의 10월26일은 한국인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중차대한 역사적 연표다. 한말 안중근(安重根·1879∼1910)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 저격, 일제강점기 청산리대첩(1920년 10월21∼26일)의 마지…
20091027 2009년 10월 21일 -
‘21세기 환향녀’를 만드는 어리석음
임진왜란 이후 만주족이 급속히 성장해 후금(後金)을 세우자 조선은 명(明)과 후금의 중간에 서게 됐다. 당시 광해군은 탁월한 외교적 식견으로 기미자강(羈自强·한편으론 다독거리면서 한편에선 힘을 길러 대비함)의 중립외교를 구사해 임란…
20091020 2009년 10월 14일 -
보름달아, 이산의 아픔을 아느냐
“유리왕(儒理王) 9년(서기 32년) 봄, 왕이 6부를 정한 후 이를 두 패로 나눠 두 왕녀로 하여금 각각 부내의 여자를 거느려 7월16일부터 날마다 새벽부터 대부(大部)의 뜰에 모여 길쌈을 시작하게 했다. 밤 10시경에 파(罷)하…
20091013 2009년 10월 07일 -
神의 실수에 누가 돌 던지랴
조선 세조조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졌으니 바로 자웅(雌雄)의 생식기를 모두 가진 어지자지(양성인간) 사방지(舍方知) 사건이다. 사방지 사건은 조선 명종 때 서얼 학자인 어숙권(魚叔權)이 쓴 ‘패관잡기(稗官…
20090929 2009년 09월 23일 -
약자엔 비둘기, 강자엔 호랑이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의 ‘세종시 계획 수정 불가피’ 발언을 놓고 야당은 “권력의 단맛을 보려는 욕심에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얄팍한 행태”라고 주장하며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야당은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곡학…
20090922 2009년 09월 16일 -
“한국의 방두(房杜)는 없는고?”
당태종(唐太宗) 이세민(李世民·599∼649)의 치세(627∼649)를 ‘정관(貞觀)의 치(治)’라 일컬으며 후세까지 훌륭한 정치의 귀감으로 삼고 있다. 사서는 “길바닥에 떨어진 남의 물건을 줍지 않고, 행상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
20090915 2009년 09월 11일 -
100년 전 ‘양김 시대’는 미완의 혁명
1894년 갑오년은 한국 근대사에서 영원히 기억돼야 할 해다. 새해 벽두부터 동학농민전쟁의 서곡이라 부를 수 있는 고부민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3월28일 일본 도쿄를 출발, 청의 북양대신 이홍장(李鴻章·1823∼1901)을 만나기 …
20090908 2009년 09월 02일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양반도둑 아니겠소”
조선 말술과 해학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로 정수동(鄭壽銅·1808~1858), 김병연(金炳淵·1807~1863, 삿갓), 방학중 등을 들 수 있는데, 각기 일가를 이룬 이들 중 단연 압권은 정수동이었다.대주가(大酒家), 대시…
20090901 2009년 08월 26일 -
누구를 위해 ‘주사위’를 던지나
죽느냐 사느냐, 운명과 흥망을 걸고 단팔걸이로 승부나 성패를 겨룰 때 동양에서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이라는 말을 쓰고 서양에서는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라는 말을 쓴다. 하나같이 천하를 걸고 다투는 최대의 모험이자 비장미가 감도…
20090811 2009년 08월 05일 -
무능력·무책임한 정치인들아, ‘순우곤의 治’를 아는가
사마천(司馬遷·기원전 145∼80)이 궁형(宮刑)이라는 치욕을 겪은 후 편찬한 ‘사기(史記)’(원명 太史公書)는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열전(列傳)에서 다루고 있는데, 비단 중국 고대사 연구뿐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귀감이 되…
20090728 2009년 07월 20일 -
따뜻한 ‘함안차사’를 아시나요?
조선 성종 때 ‘울고 왔다가 울고 간다’는 경상도 함안 땅에 절세 미녀의 딸을 둔 자가 있었는데, 그만 죽을죄를 지었다. 사죄(死罪)인 만큼 지방 수령이 처리할 수 없어 중앙에서 판관을 내려보냈다. 그 사이 죄인의 딸인 노아(蘆兒)…
20090714 2009년 07월 08일 -
“어진 임금을 만나러 왔소, 댁은 뉘신데…”
조선 성종(1457∼1494, 재위 1469∼1494)은 영특하고 국량(局量)이 넓을 뿐 아니라 미복잠행(微服潛行)으로도 유명한 군주였다. 밤이면 편복으로 갈아입고 어두운 한양 장안을 돌아다녔다. 중신들은 만류했으나 성종은 듣지 않…
20090630 2009년 06월 25일 -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지금으로부터 49년 전, 자유민권의 사수를 위해 4·19혁명이 일어났다. 그날 서울의 거리거리에서 청년학도와 시민들은 저절로 뭉쳐 스크럼을 짜고 총탄에 맞서 나아갔다. 몽둥이 하나 가진 것 없이 교문을 뛰쳐나온 학생과 시민들은 약속…
20090616 2009년 06월 11일 -
단오풍정과 유두잔치 즐겨보세
음력 5월5일 단오(端午)는 설날, 한가위와 함께 3대 명절의 하나로 수릿날, 천중절, 단양이라고도 한다. 단오의 ‘단(端)’자는 첫 번째를, ‘오(午)’자는 다섯을 뜻하므로 단오는 ‘초닷새(初五日)’라는 말이 된다. 그리고 ‘수리…
20090602 2009년 05월 29일 -
오욕의 역사는 또 반복된다
1000여 년 전 고려 성종대에 활약한 문하시중 최승로(崔承老·927~989)가 국왕에 올린 ‘시무책’ 28조 중 제14조는 이상적인 제왕상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하루하루를 삼가여 스스로 교만하지 말고 아랫…
20090519 2009년 05월 15일 -
가슴속 어떤 정자에서 갈매기와 벗 삼을 것인가
경기도 파주 임진강변의 반구정(伴鷗亭)과 서울 강남 한강변의 압구정(狎鷗亭)은 각각 조선시대에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영의정을 지낸 황희(黃喜·1363~1452)와 한명회(韓明澮·1415~1487)가 퇴은(退隱) 후 세상의 치란성쇠…
20090505 2009년 04월 29일 -
취중에 외교문서 일필휘지 “너는 취한 정신이 더 맑구나”
조선 정조 때 편찬된 ‘국조인물고(國朝人物考)’를 보면, 조선 성종 때 문장이 고명하고 성리학에 밝아 불차발탁(不次拔擢·순서를 따지지 않고 특별히 채용)된 손순효(孫舜孝·1427~1497)라는 남산골 선비가 있었다. 국왕이 그를 총…
20090421 2009년 04월 16일 -
“감사와 수령은 대도(大盜)요, 향리는 굶주린 솔개와 같다”
● 역사상 명멸한 왕조와 국가의 공통된 멸망 원인으로 부정부패를 들 수 있다. ‘삼국사기’ 고이왕 본기를 보면 “관리로서 공사에 뇌물을 받거나 도적질을 한 자는 3배를 배상케 하고 종신토록 금고형에 처한다(宮人 受財及盜者 三倍徵贓 …
20090407 2009년 04월 03일 -
조선시대에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었다
“근래 홍건적(紅巾賊)이 강을 건너 침략했는데, 어쩔 수 없이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어떤 책(策)과 술수(術數)가 의(義)에 합치하겠는가.” 이것은 650년 전인 고려 공민왕 9년(1360)에 치러진 문과의 시제(試題)다. 당시 …
20090324 2009년 0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