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약분업 후퇴해선 안된다
의약분업의 기초에는 근본적인 논쟁이 있다. 의권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국민이 의사에게 부여한 것이라는 일종의 의권재민론(醫權在民論)과 의사의 독점적-배타적 진료권은 이미 사회로부터 인정받아 자연스럽게 획득된 것이기 때문에 협상의 대…
20001005 2005년 06월 23일 -
전통은 계속되어야 한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마다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를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자전적 성격의 이 소설은 20세기 초엽 우리 민족의 삶을 담담한, 그러면서도 절제된 문체로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다.이미륵의 작품 속에는 고국에 대한 …
20000921 2005년 06월 22일 -
고향 친구의 손목시계
오랜 고향 친구가 ‘사람’이라는 담담한 제목을 붙인 산문집 한 권을 부쳐 왔다. 내가 소설을 쓰기 훨씬 이전부터 작가가 되기 위해 글공부를 하던 친구였다. 그의 글을 읽어 내려가다가 나는 몇 번이나 책장을 덮곤 했다. 놀라움 때문이…
20000914 2005년 06월 20일 -
벌거벗은 문화권력자들에게 고함
살다 보니 소신처럼 지녀왔던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우가 있다. 지금 내게 그런 곤혹스러운 사안이 하나 있다. 창작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청소년 시절부터 수십년간 품어왔던 리버럴한 관점을 완전히 폐기하…
20050621 2005년 06월 17일 -
형식주의 벗어나야 법이 산다
22년 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유학을 떠날 때 일이다. 당시 국내 외환법은 장기체류 해외여행객의 경우 미화 1000달러까지만 갖고 나가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풀브라이트 재단에서 여행경비로 40달러를 주기에, 나는 960달…
20000907 2005년 06월 16일 -
‘채시라’가 많아야 나라가 산다
강의시간에 채시라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학생들이 ‘와’하고 웃는다. 예뻐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했더니 ‘에이’ 하며 또 웃는다. 사실 예쁘기도 하다. 그러나 채시라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그가 ‘프로’이기 때문이다. ‘무늬’만 탤런트…
20001228 2005년 06월 14일 -
교수님들, 이젠 공부 좀 합시다
도쿄대학의 시게히코 하스미(蓮實重彦) 총장은 불문학자다. 전공분야가 뭐냐고 묻는 나에게 그는 푸코와 데리다와 들뢰즈라고 대답했다. 만 64세의 나이에 프랑스의 최첨단 문학이론가들인 푸코와 데리다와 들뢰즈라니. 모파상이나 플로베르도 …
20001221 2005년 06월 10일 -
역사를 다시 만들 수 있는가?
역사는 옛날이야기다. 옛날이야기는 재미있다. 하지만 요즘의 역사 이야기는 도통 재미가 없다. 그 이유는 역사를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라고 열렬히, 심지어 화를 내면서까지 주장하는 사람들, 특히 지식인들이 많기 때문…
20050614 2005년 06월 10일 -
표절과 토막살인
양심이 조심(操心)으로 대체되는 추세를 막을 수는 없다. 기실, 역사가 수없이 증거하듯 양심이라는 사밀하고 애매한 잣대가 특권화해서는 합리적이며 성숙한 사회운용의 원리가 자생하기 어렵다. 조심이 그저 개인의 기지나 책략이 아니라, …
20001214 2005년 06월 08일 -
정치·행정 '새판' 짜야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남-북한의 극단적 좌우대립 구도는 남한사회 내부의 정치질서를 근본적으로 왜곡시켰다. 외생적으로 도입된 서구적 혹은 자본주의적 체제, 이념, 제도,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대안 제시는 불온한 사회주의적 행태로 …
20001207 2005년 06월 03일 -
이민과 한국인의 재형성
1987년은 한국 민주화의 원년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민의 방향이 바뀐 해이기도 했다. 그 해 이후 해외로 떠나는 한국인의 수는 급격히 줄었고, 대신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의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90년대 초, 한국 정…
20050607 2005년 06월 03일 -
‘문화적 경건주의’ 족쇄 풀어라
김구 이순신 안중근 심청!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은?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 답을 쉽사리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몇 년 사이 한국에서 제작되어 무대에 올려진 오페라 이름들이다. 역사적으로 훌륭하다고 평가받은 인물들을…
20001130 2005년 06월 01일 -
세상이 공평해지려면
하루아침에 ‘세기적’ 놀림감이 되고 말았지만, 미국 헌법이 그리 허술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200여 년 전 신생 독립국 미국의 정초(定礎)를 닦은 이른바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은 그들 나름대로 합당…
20001123 2005년 05월 31일 -
어설픈 세계화는 안된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은 IMF와 미국의 요구에 따라 기업은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고, 결합재무제표 작성과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했으며, 금융기관은 BIS(자기자본비욜) 8% 준수 등을 수용함으로써 한국경제 전반에 걸쳐 급격한 구…
20001116 2005년 05월 30일 -
소나무에게 말 걸어봤나요?
교양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교정의 나무들 중 한 그루를 골라 그 나무와 3개월 동안 대화를 나눈 소감을 써내는 과제를 내주었다. 그랬더니 세상에 그런 과제가 어디 있느냐, 어떻게 나무하고 얘기를 하느냐고 모두들 볼이 부었다. 그…
20050531 2005년 05월 27일 -
개혁 주체 도덕성부터 회복하라
개혁은 김대중 정부의 가장 비중 있는 정책추진 과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개혁은 유감스럽게도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정치개혁 교육개혁 재벌개혁 기업개혁 금융개혁 공기업개혁 방송개혁 인사개혁 노동개혁 의료개혁 등 어느 한 분야에서…
20001109 2005년 05월 26일 -
새야 새야 파랑새야…
1894년 11월 충남 공주 우금치 고갯마루에서 동학농민군들이 살을 에는 찬바람을 뚫고 몸을 날렸다. 그들의 손에는 죽창과 낫, 괭이 등 무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보잘것없는 도구들이 들려 있었지만, 이들과 맞선 일본군은 총으로 무장…
20050524 2005년 05월 20일 -
잘못된 구조조정이 나라 망친다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우등졸업했다고 떠든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한국 경제에 다시금 위기의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년간 구조조정을 한다고 법석댔지만 거시지표상의 숫자 맞추기에 바빠 정작 중요한 체질개선에 실패했기 때…
20001102 2005년 05월 17일 -
기러기 아빠와 생존 본능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설립한 수양(修養)·구국(救國) 단체인 흥사단의 상징은 기러기다. 수많은 기러기들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대오를 맞춰 하늘을 나는 모습에 도산 선생이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어떤 새들도 그토록 질…
20050426 2005년 04월 19일 -
명품인간과 짝퉁인간
얼마 전 만난 광고회사 후배는 온몸을 완전 명품으로 휘감고 나타났다. 20만원짜리 셀린느 넥타이, 25만원 아르마니 와이셔츠, 35만원 베르사체 지갑, 20만원 구찌 벨트, 300만원 까르띠에 산토스 시계, 250만원 랑방 신사복,…
20050419 2005년 04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