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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서 열국지로 시야를 넓혀라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삼국지에서 열국지로 시야를 넓혀라

삼국지에서 열국지로 시야를 넓혀라

김시덕 지음/ 메디치미디어/ 384쪽/ 1만6000원

“지도를 펼쳐 한반도가 있는 자리에 시선을 두자. 동아시아에는 대륙만 있는 게 아니다. 동아시아 동쪽에는 캄차카 반도, 사할린 섬, 쿠릴 열도, 일본열도, 오키나와, 타이완 섬, 필리핀 제도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연쇄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는 일본열도와 오키나와에 감싸인 두 개의 내해(內海), 즉 동해와 동중국해 사이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당연한 사실은 한반도는 육지에 접한 면보다 바다에 접한 면이 훨씬 넓다는 것이다.”

저자가 당연한 사실을 강조한 것은 실제로 지도 위에서 캄차카 반도와 쿠릴 열도, 사할린 섬의 위치를 쉽게 짚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리라. 우리의 시선은 늘 바다가 아닌 대륙을 향해 있었고, 한반도는 바다에 접한 면이 훨씬 넓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다.

1592년 한반도의 지정학적 의미를 바꿔놓은 사건이 일어났다. 1598년까지 7년간 이어진 임진왜란은 유라시아 동쪽 해양 세력이 한반도 국가의 존속을 위협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일본은 험난한 동중국해를 항해하는 대신 한반도를 교두보 삼아 명나라를 정복한 뒤 인도까지 가려는 계획을 세웠고, 반대로 중국은 한반도를 방패막이 삼아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조선과 명이 일본에 신경 쓰는 사이 북방 만주인이 청을 세웠고, 이는 명의 멸망과 또 다른 동아시아 해양 중심지인 타이완의 탄생을 불러왔다. 임진왜란은 동아시아 전체의 판도를 바꿔버린 국제 전쟁이었다. 한반도는 단숨에 지정학적 요충지로 세계사에 등장했다.

조선의 비극은 16세기 말부터 18세기까지 동아시아의 판도가 바뀌고 있음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나선정벌’(조선 효종 때 청나라를 도와 연해주 흑룡강 방면으로 남하하는 러시아 군대를 정벌한 일)을 통해 러시아군과 무력충돌을 하고도 끝끝내 그들이 누구인지 몰랐다. 조선에게 중요한 외국은 여전히 중국과 일본, 특히 중국뿐이었다. 결국 19세기 말 한반도를 둘러싸고 청, 러시아, 일본이 충돌한 끝에 한반도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해양 세력 일본은 유라시아 동부의 대륙세력이 된다.

저자는 이를 ‘삼국지’(정확히 말하면 소설 ‘삼국지연의’)적 세계관의 폐해라고 설명한다. 즉 조선인은 자국을 ‘삼국지’ 속 위·촉·오 가운데 특히 촉나라와 동일한 존재로 생각하거나 위·촉·오 바깥의 ‘오랑캐’와 대비되는 ‘중화’적 존재로 간주했다. 이러한 세계관에 러시아, 영국, 프랑스, 미국 같은 서구 열강이 들어갈 틈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21세기에도 한반도는 ‘삼국지’적 세계관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한국 역사에서 러시아와 일본의 존재를 과소평가하고 미국과 중국의 존재를 과대평가함으로써 판단을 그르친 사례를 지적하며 이제 수많은 이해관계국이 얽혀 각축전을 벌이는 ‘열국지’적 세계로 시야를 넓힐 것을 주문한다.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500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흥미로운 역사 에세이다.

삼국지에서 열국지로 시야를 넓혀라
살면서 마주한 고전

이종인 지음/ 책찌/ 608쪽/ 1만8000원

동서양 고전부터 현대 영미소설, 한국문학, 일본 하이쿠까지 책 360권을 4계절로 구분해 소개했다. 인생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봄에는 장영희 수필집 ‘내 생애 단 한 번’을, 질풍노도 시기인 여름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은퇴 시기인 가을엔 융의 ‘정신의 구조와 역학’을, 과업을 끝내는 겨울엔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를 권한다. 360권을 섭렵하는 방대한 책 여행.

삼국지에서 열국지로 시야를 넓혀라
삶의 만족은 어디에서 오는가

서동석 지음/ 틔움/ 240쪽/ 1만4800원

‘진정한 삶의 기술은 우리가 살고 있는 표면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미끄러져 나가듯 사는 것이다.’ 19세기 초절주의 철학자 랠프 월도 에머슨의 철학을 성공, 인생, 지혜, 진실, 건강 5가지 키워드로 나눠 현재의 삶을 만족으로 변화시키는 100가지 지혜를 뽑아냈다. 모순된 삶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강조한 에머슨의 방식은 동양사상의 중도와 일맥상통한다.

삼국지에서 열국지로 시야를 넓혀라
골목사장 생존법

김남균·김남주 지음/ 한권의책/ 208쪽/ 1만5000원

10년 차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자본금 1억2000만 원(대출금 포함)으로 커피숍을 창업할 계획인 철수 씨.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전국상가세입자협회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김남주)가 철수 씨 같은 ‘골목사장’을 위해 월세 보증금과 권리금 개념부터 계약서 작성법, 사업자등록, 세금 신고, 공동창업, 아르바이트,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가게 주인으로 사는 법을 알려준다.

삼국지에서 열국지로 시야를 넓혀라
우리 역사교육의 역사

역사교육연구소 지음/ 휴머니스트/ 336쪽/ 2만 원

한 시대의 역사 인식은 당대 교육 방법과 내용에 집약돼 있다는 점에서 역사교육의 역사는 각 시대상을 반영한다. 새로운 역사교육을 모색하고자 2009년 출범한 역사교육연구소의 연구자 12명이 참여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 역사교육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통사적으로 접근하며, 특히 뉴라이트의 등장과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파동 등 민감한 사안도 다룬다.

삼국지에서 열국지로 시야를 넓혀라
과학한다는 것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김재영 외 옮김/ 반니/ 510쪽/ 2만3000원

14년 전 교양 열풍을 일으킨 슈바니츠의 ‘교양 :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에 과학이 빠진 것을 아쉬워하는 이가 많았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과학사 교수인 저자가 ‘과학이라는 창으로 생각하기’를 제안한다. 천문학은 별을, 화학은 물질을, 생물학은 유기체를 연구하는 등 점점 더 전문 영역으로 세분화된 근현대 과학에 ‘전체성’이라는 시각을 부여해 설명한 것이 특징.

삼국지에서 열국지로 시야를 넓혀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지음/ 생각의길/ 292쪽/ 1만5000원

저자가 전국을 다니며 진행한 ‘청소년과 학부모를 위한 무료논술특강’의 첫 결과물. 효과적으로 논증하면 생각이 달라도 소통할 수 있고, 남의 생각도 바꿀 수 있으며, 내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며 ‘논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켜야 할 3가지 규칙은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할 것,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할 것,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할 것.

삼국지에서 열국지로 시야를 넓혀라
협동의 터전에서 희망을 만나다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지음/ 알마/ 220쪽/ 1만3800원

죽음조차 함께 나누는 장례협동조합, 전기의 생산·공급·유통을 소비자가 해결하는 태너전기협동조합, 미국 최대 자연식품 매장인 퓨젓소비자협동조합 등 다양한 분야의 협동조합 10곳을 직접 탐방해 소개했다. 협동조합이 발달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대신 신자유주의의 본고장인 미국과 캐나다를 찾아간 이유는 그들의 발전 과정이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삼국지에서 열국지로 시야를 넓혀라
불멸의 오페라 Ⅲ

박종호 지음/ 시공사/ 1204쪽/ 6만 원

2005년 첫 권이 나온 ‘불멸의 오페라’ 시리즈 세 번째이자 마지막 책. 특히 3권에서는 20세기 초 새로운 오페라 르네상스를 이룬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 10편을 비롯해 독일, 오스트리아, 러시아, 체코, 헝가리, 영국, 미국 등 국가별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근현대 오페라 54편을 소개했다. 각 작품 소개에 추천 CD와 DVD도 함께 수록해 감상을 돕는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주간동아 2015.04.13 983호 (p74~75)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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