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2

2012.06.18

‘무료통화’ 보이스톡 후폭풍

통신사 “매출 하락에 시장 붕괴” vs 소비자 “통신요금 인하…전면 허용을”

  • 권건호 전자신문 통신방송산업부 기자 wingh1@etnews.co.kr

    입력2012-06-18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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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통화’ 보이스톡 후폭풍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카카오톡을 개발한 ㈜카카오가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 ‘보이스톡’을 내놓자 그 파문이 이동통신시장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동통신사(이하 통신사)들은 mVoIP를 허용하면 음성통화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자들은 사업 자체가 고사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에 서비스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요금을 줄일 수 있는 mVoIP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더해 애플사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 2012’에서 와이파이망에서만 제공하던 영상통화 서비스 ‘페이스타임’을 이동통신망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혀 mVoIP에 대한 통신사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mVoIP 허용 여부와 수준은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기존 견해를 재확인했다.

    ㈜카카오가 내놓은 보이스톡은 2월 일본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5월 25일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서비스에 돌입했다. 통신사와의 마찰을 고려해 한국을 서비스 지역에서 제외하자 많은 카카오톡 이용자가 불만을 표시했다. 이후 국내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카카오톡 앱을 수정해 보이스톡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아냈고, 이는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결국 6월 4일 ㈜카카오는 국내에서 보이스톡 테스터를 모집하며 사실상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국내 사용자 사이에서 보이스톡을 사용하는 우회 방법이 급속히 퍼지면서 차라리 공식적으로 사용 방법을 제공하자고 판단했다”면서 “테스트 상황을 본 뒤 정식 서비스 일정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보이스톡은 스카이프와 차원이 달라”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하자 통신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mVoIP가 음성통화를 대체하면 매출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3세대(3G) 가입자는 54요금제(월 5만4000원),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는 52요금제(월 5만2000원) 이상만 이동통신망에서 mVoIP를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통신사들은 보이스톡이 다음 ‘마이피플’, NHN ‘라인’, 그 밖에 ‘스카이프’ ‘바이버’ 등 기존 mVoIP와 차원이 다르다고 판단한다. 먼저 카카오톡 가입자가 세계적으로 4700만 명에 이르고, 국내에도 3500만 명이나 된다. 더구나 활용률 면에서도 카카오톡은 기존 메신저 앱보다 월등히 높다. 이에 따라 보이스톡 사용이 훨씬 늘어나리라 보고, 매출 감소도 클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통신사 연합전선에서 LG유플러스가 이탈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동통신시장 만년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듯 6월 7일 mVoIP를 전면 허용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SK텔레콤, KT와 차별화함으로써 가입자 확대 기회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의견을 재확인하면서 책임을 사업자에게 돌렸다. SK텔레콤과 KT는 내심 mVoIP를 허용하는 요금제 하한선을 높이거나 데이터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원하지만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 고심 중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mVoIP 정책을 결정한 외국의 경우 대부분 시장 자율에 맡겼다. 시장 자율 대신 전면 허용을 선택한 나라는 현재까지 미국과 네덜란드뿐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는 통신사들이 자율적으로 mVoIP 허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대부분 우리나라 통신사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요금이 일정 금액을 넘어설 때만 mVoIP 사용을 허용한다. 다만 추가요금을 내면 저가요금제 가입자도 mVoIP를 쓸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영국 보다폰은 월정액 41파운드(7만4000원) 이상에서 mVoIP를 허용하고, 그 이하 요금제에서는 추가요금 15파운드(2만7000원)를 내도록 했다. 독일 T모바일은 월정액 49.95유로(7만3000원) 이상에서만 허용하며, 그 이하 요금제에선 추가요금 9.95유로(1만4500원)를 받는다. 프랑스 오렌지도 월정액 49유로(7만2000원) 이상 요금제를 쓰거나 추가요금 15유로(2만2000원)를 내면 mVoIP를 쓸 수 있다.

    미국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제정한 ‘오픈 인터넷 규칙’에 따라 mVoIP를 전면 허용했다. 하지만 미국은 스마트폰 요금제 자체가 워낙 높은 편이다. 스마트폰 사용 최저요금은 버라이즌이 69.99달러(8만2000원)고, AT·T는 54.99달러(6만4000원)다(문자요금 제외). 버라이즌은 지난해 7월부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하고 데이터 요금을 인상했다. 네덜란드도 mVoIP를 전면 허용하자 통신사들이 데이터 요금을 올렸다. 네덜란드 최대 통신사 KPN은 지난해 9월부터 정액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을 줄이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했다.

    방통위의 역무 구분도 관심사

    ‘무료통화’ 보이스톡 후폭풍

    ㈜카카오는 6월 4일 보이스톡 테스터를 모집하며 사실상 무료통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외국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시장 자율에 맡긴 나라나 전면 허용한 나라나 결과적으로 mVoIP를 이동통신망에서 사용하려면 고가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 자율에 맡긴 경우 통신사들이 고가요금제에서만 허용하고, 전면 허용한 경우 통신사들이 데이터요금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mVoIP를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쟁점은 여전히 남는다. mVoIP가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 중 어떤 역무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책임과 기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회선 설비를 설치한 경우 기간통신사업자로, 설비를 임대해 사업을 하는 경우 별정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로 구분한다. 사업자 지위에 따라 적용받는 규제와 이용자 보호 의무가 다르다. 기간통신사업자는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반면, 별정통신사업자는 자격을 갖추고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부가통신사업자는 신고만 하면 된다. 유선 인터넷전화(VoIP)는 서비스 초기에 역무 구분이 없었지만, 서비스가 확장하면서 기간통신으로 분류됐다.

    mVoIP는 법규정만 보면 부가통신사업자에 가깝지만, 문자메시지와 음성통화를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은 기간통신사업자와 유사하다.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면 기존 통신사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라는 원칙에서 배치된다. 기간통신사업자로 분류해 규제를 강화하면 자칫 기술발전으로 새롭게 만들어낸 서비스를 제약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시장구조나 전기통신사업법 체계에 따라 mVoIP 서비스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면서 “역무 구분과 이용자 보호, 경쟁 정책 등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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