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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십백천만 법칙’과 인쇄매체

‘일십백천만 법칙’과 인쇄매체

며칠 전 친구들과 원로 한의사 한 분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친구 중 한 명이 그를 초청했는데, 알고 보니 저와는 2년 전 한 세미나에서 만난 구면이었습니다. 그때도 느꼈지만, 종심(從心)을 넘긴 그는 ‘나이는 숫자’임을 몸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대화는 세종시와 아프간 파병을 찍고, 프로야구와 신종플루를 돌아 건강 얘기로 흘렀습니다.

“건강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하루 한 번 아침에 화장실에 가고, 열 번 크게 웃고, 100자를 쓰고, 1000자를 읽고, 1만 보를 걸어보라”는 처방전을 내놓았습니다.

글을 쓰고 읽는 것과 건강의 상관관계가 흥미로웠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는 뇌를 자극하고, 주의력과 집중력을 높여 치매를 막으며, 심리적 안정을 줘 숙면을 돕는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책이 ‘수면제’인 이유를 알겠더군요. 일기를 쓰고 신문이나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면 ‘구구팔팔’(99세까지 팔팔하게 산다)은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모두 입을 막고 콜록거렸습니다. 식사 중 웃음이 터진 겁니다. 국민연금공단을 곤혹스럽게 할 ‘장수비결’치고는 무척 간단하고 쉽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가 말한 ‘일십백천만 법칙’이 그렇게 녹록한 것만은 아닙니다. 국민 10명 중 3명 정도가 1년 동안 책을 1권도 읽지 않고(2008년 국민독서실태조사), ‘택배 사인’할 때 외에는 펜을 잡을 일이 없으며, 조용한 사무실에서 크게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루 5000보도 안 걷는 대한민국 어른들의 실상을 떠올려보면 말입니다.

‘일십백천만 법칙’과 인쇄매체
마침, 12월3일 국회 진성호 의원(한나라당)이 신문 등 인쇄매체 구독을 위한 지출에 대해 연 30만원 한도로 특별공제를 해주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네요. 현재 신문의 가구구독률(36.8%, 1998년 64.5%)과 평균 정기구독부수(1.3부)를 토대로 계산하면 신문구독료 규모는 1조3540억원(797만부). 여기에 약 14%의 세율을 적용하면 1900억원 정도가 구독료 공제혜택으로 돌아간다는 게 진 의원의 설명입니다. 공제혜택을 줘서라도 글 읽기를 장려하려는 현실이 딱하긴 하지만, 이참에 건강을 위해 최소 하루 1000자 이상 읽는 습관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신은 건강비결 중 하나는 실천했습니다. 1171자입니다.



주간동아 2009.12.15 715호 (p14~14)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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