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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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는 느림, 판매는 빠름

  •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입력2007-05-09 1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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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시지는 느림, 판매는 빠름

    ‘파페포포 안단테’ 표지에 실린 삽화.

    옛날 어느 왕국에 예쁜 공주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주를 사랑하는 병정이 있었다. 병정은 공주와의 신분 차이를 걱정했지만 용기를 내 말했다. “공주님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 사랑하고 있습니다. 공주님이 없는 삶은 저에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제 사랑을 받아주세요.” 병사의 고백을 받은 공주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무 말 없이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그리고 그 다음 날도 공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나를 정말 사랑한다면 증거를 보여주시오. 그대가 100일 동안 내가 잘 보이는 발코니 앞에서 기다려준다면 내 방 창문을 열어 그대의 사랑을 받아들이겠어요.”(‘파페포포 안단테’ 중 시네마 천국)

    파페 병사는 정말 100일 동안 꼼짝하지 않고 기다렸을까? 포포 공주는 병사의 사랑을 확인했을까? 이 동화의 결말이 궁금해진다면 당신도 ‘파페포포’ 중독자다. 더벅머리 소년 파페와 번개머리 소녀 포포를 중심으로 우정, 사랑, 가족애 등 일상의 소중한 가치를 이야기하는 카툰 에세이 ‘파페포포’ 시리즈 3탄이 4년 만에 출간됐다.

    워낙 오래 뜸들이다 책이 나와서인지 ‘파페포포 안단테’(심승현 지음, 홍익출판사)는 발행 2주 만에 주요 대형 서점마다 판매순위 1위를 기록하며 단숨에 20만 부를 넘겼다. 2002년 출간된 1탄 ‘파페포포 메모리즈’와 2003년에 나온 2탄 ‘파페포포 메모리즈’가 합쳐서 180만 부 팔렸다고 하니, 당분간 ‘파페포포 안단테’의 돌풍은 계속될 듯하다.

    3탄의 주제는 ‘더불어 느리게 살기’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묻는다. 너는 누구냐? 조금은 느리더라도, 내게 허용된 깊이와 넓이만큼 살기를 바란다. 나는 오늘도 거울 속의 나에게 말한다. 안단테, 안단테….” 상투적인 인생 조언도 파페포포의 예쁜 그림 위에 얹어놓으면 밑줄 긋고 싶어지는 이야기로 바뀐다. 이것이 카툰 에세이의 매력이다.

    카툰 에세이는 부드럽고 따뜻한 색채의 그림과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일상의 이야기가 결합된 일종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2000년대 인터넷 만화의 보급과 함께 급성장한 카툰 에세이는 ‘파페포포’ 시리즈 외에도 ‘완두콩’ ‘포엠툰’ 등이 줄줄이 종이책으로 출간돼 대성공을 거뒀다. 2005년 이후 우화형 자기계발서 열풍에 밀려 잠시 소강상태였으나, 2007년 봄 ‘파페포포 안단테’의 돌풍과 함께 카툰 에세이의 인기도 재점화될 조짐이다. 여기에는 3탄 ‘파페포포 안단테’를 구입하면 1탄 ‘파페포포 메모리즈’와 2탄 ‘파페포포 투게더’ 미니북을 끼워주는 새로운 방식의 ‘1+2’ 마케팅도 한몫한다. ‘파페포포’ 3탄의 주제는 ‘안단테’지만 마케팅 방식은 ‘알레그로’나 ‘비바체’ 정도가 아니라 ‘프레스토(presto·매우 빠르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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