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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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기쁨에 웃고 도덕적 해이에 분노했다

2016년 스포츠 10대 뉴스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6-12-16 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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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한국 스포츠계는 어느 해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8월에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펼쳐졌고, 프로야구는 팬들의 뜨거운 사랑 속에서 사상 첫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이외에도 농구, 축구, 배구, 골프를 비롯해 아마추어 등 여러 종목에서 다채로운 이야깃거리가 쏟아진 한 해였다.

    그러나 즐거운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0월 이후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추악한 권력이 그동안 마수의 손길을 뻗쳤음이 드러나 한국 체육계는 아물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새해를 앞두고 지난해를 돌아보는 의미에서 ‘2016년 스포츠 10대 뉴스’를 살펴본다.



    ‘최순실 국정농단’ 직격탄 맞은 체육계

    박근혜 대통령의 도덕적 해이와 무능에서 비롯된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 사태로 한국 체육계는 쑥대밭이 됐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연루된 체육특기생 입시 비리 문제가 터졌고, 최씨의 조카 장시호 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 아니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제2차관을 앞세운 박근혜 정권은 대기업이나 정부의 부적절한 자금을 승마계, K스포츠재단 등으로 끌어들였다. ‘체육 대통령’으로 불리던 김 전 차관은 앞장서 비리를 주도하거나 묵인했다. 또 각각 동·하계올림픽 간판스타인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와 수영의 박태환은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히 김 전 차관이 약물 복용에 대한 징계가 끝난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권력에 취약한 한국 체육계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삐걱거린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도 차질이 생겼다. 상징적인 것이 5월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 위원장의 석연치 않은 교체다. 당시에는 자진 사퇴로 포장됐지만, 조 전 위원장이 최씨 측의 각종 요구를 수차례 거부하자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대회 개막이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위원장 교체는 성공적인 대회를 위한 전체 로드맵이 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세상에 알려진 뒤 평창동계올림픽이 최순실 일당의 놀이터가 될 뻔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각종 스폰서 협상이 난항에 부딪히는 등 동계올림픽 준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산고 속 출범한 통합 체육회, 첫 수장에 오른 이기흥

    엘리트 체육을 관장하던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관할하던 국민생활체육회는 ‘대한체육회’로 통합한 뒤 3월 21일 등기를 완료하며 법정 출범했다. 그러나 두 단체의 통합은 시작부터 적잖은 불협화음을 연출했다. 옛 대한체육회 측은 밑에서부터 점진적인 통합과 리우올림픽 이후 통합 완료를 원했지만, 문체부가 무리하게 통합을 밀어붙였기 때문. 3월 법정 출범하고도 새 체육회장이 10월에야 선출됐다는 점은 역사적인 통합 과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10월 5일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첫 수장으로 선출되면서 대한체육회는 우여곡절 끝에 진정한 통합에 마침표를 찍었다.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효투표 892표 중 33%인 294표를 획득한 이 회장은 2021년 2월까지 대한체육회를 이끌게 된다. 그는 “모두가 함께하는 조화로운 대한체육회를 만들겠다”며 체육계의 화학적 융합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절반의 성공’ 리우올림픽

    8월 브라질에서 열린 제31회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수확하며 208개 출전국(난민팀 제외) 가운데 종합 8위를 차지했다. 당초 목표로 한 ‘10-10’(금메달 10개 이상, 종합 10위 이내)은 좌절됐지만 종합 8위를 기록해 2004 아테네올림픽 이후 4개 대회 연속으로 올림픽 ‘톱10’에 오르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양궁과 태권도가 이번에도 효자 종목 구실을 톡톡히 했다. 양궁은 남녀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모두 금메달을 차지해 사상 첫 전 종목 석권의 쾌거를 달성했고, 태권도는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 등 출전 선수 5명이 모두 메달을 목에 걸어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따낸 21개의 메달 가운데 9개가 이 두 종목에서 나왔다. 반면, 유도와 레슬링은 나란히 노골드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11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여자 골프에서 박인비는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해 국민을 열광케 했다. 중국은 종합 3위(금 26·은 18·동 26)에 올랐고, 일본은 종합 6위(금 12·은 8·동 21)를 차지했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 당선 쾌거

    2004 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삼성생명 코치)은 리우올림픽 기간에 현지에서 진행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후보자 23명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전체 5815표 중 1544표를 얻어 1603표를 획득한 독일 펜싱선수 출신 브리타 하이데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아 당선했다.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신설된 IOC 선수위원에 한국인이 당선한 건 유승민이 두 번째로,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이 2008 베이징올림픽 때 처음 선출된 바 있다. 선수위원은 하계종목 8명, 동계종목 4명 등 총 12명이며 동·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투표 등 IOC 위원과 동등한 권리를 누린다. 유일한 한국인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건강 문제로 제몫을 못 하는 가운데 유 위원이 국제 스포츠 행정에서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



    부정행위와 도덕적 해이로 몸살 앓은 프로스포츠

    5월 프로축구 전북현대모터스는 구단 스카우트가 2013년 심판을 매수하고자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결국 전북은 올 시즌 승점 9점 감점과 벌금 1억 원 징계를 받았다. 프로야구에서는 또다시 승부 조작 사건이 발생했다. 이태양(NC 다이노스)이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는 등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은 선수만 5명에 이른다. 또 시즌을 끝내고 귀국한 메이저리거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음주운전과 사고 후 미조치 등 물의를 일으켜 ‘삼진아웃’제에 따라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현역은 아니지만 전 농구대표팀 출신 방성윤은 ‘골프채 폭행’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프로야구 왕조 구축한 두산 베어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15년 만에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던 두산 베어스는 2016시즌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패권을 가져갔다. 더스틴 니퍼트(22승), 마이클 보우덴(18승), 장원준(15승), 유희관(15승)으로 이어지는 4명의 강력한 선발투수를 앞세워 93승50패1무를 기록한 두산은 2위 NC를 9경기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월등한 전력과 무서운 기세로 무장한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도 NC에 파죽지세로 4연승을 거두며 싱겁게 시리즈를 마감했다.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한 두산은 새로운 ‘두산 왕조’의 구축을 선포했다.



    불안감 노출한 슈틸리케호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A조)에서 잇달아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9월 중국과 홈경기 1차전에서 3-0으로 앞서다 후반 수비 불안을 보이며 간신히 3-2 승리를 거뒀다. 이어 중립경기로 펼쳐진 시리아전에서도 0-0으로 비기는 데 그쳤다. 당연히 이겨야 할 시리아전에서 승점 1점 추가에 그치며 경기력에 의문을 갖게 하더니 10월에도 고전은 이어졌다. 홈에서 펼쳐진 카타르전에서 힘겹게 3-2로 이겼고, 이어진 이란 원정에선 0-1로 패하면서 결국 대표팀 경기력은 물론 벤치 파워까지 도마에 올랐다. 선수 기용을 놓고도 논란이 빚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 직후 카타르 선수의 이름을 거론하며 한국 선수의 경기력과 비교해 여론을 들끓게 했다. 다행히 11월 서울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전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둔 한국은 3승1무1패 승점10으로 이란(3승2무·승점 11)에 이어 조 2위에 올랐다. 3위 우즈베키스탄(3승2패·승점9)과는 승점 1점 차. 최종예선은 2017년 3월 재개된다.



    몸값 100억 원 시대 연 프로야구

    2016시즌까지 삼성 라이온즈에서 중심 타자로 활약한 최형우는 11월 24일 한국 프로야구 첫 ‘몸값 100억 원 시대’를 열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그는 KIA 타이거즈로 이적하면서 계약 기간 4년에 계약금 40억 원, 연봉 15억 원 등 총액 100억 원에 이르는 잭팟을 터뜨렸다. 한국 프로야구에 FA제도를 도입한 1999년 이후 공식 발표 금액이 100억 원대를 기록한 것은 최형우가 처음이다. ‘몸값 100억 원 시대’는 어느 정도 예상된 바지만, 최형우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몸값까지 시장가치 이상으로 평가받으면서 프로야구계에 또 한 번 ‘거품 논란’이 일었다.



    프로축구 전북 - 서울 - 수원의 ‘황금분할’

    2014년부터 2년 연속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현대는 2015시즌 종료 후 ‘아시아 제패’를 목표로 내세우며 시즌 오프 기간 전력 보강에 열을 올렸다. 김신욱, 김보경, 이종호, 김창수, 고무열, 로페즈 등을 영입하며 더욱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 시즌 종반까지 전북의 3연패는 당연한 것처럼 보였지만 변수가 있었다. 5월 불거진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비위행위로 승점 9점 감점 징계를 받았고, FC서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서울은 38라운드 최종 전북전에서 1-0 승리를 거둬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 대신 전북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알아인(아랍에미리트)을 결승 1·2차전 합계 3-2로 따돌리고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올라서는 감격을 누렸다. 올해 처음으로 스플릿라운드에서 그룹B(7~12위)로 떨어지는 등 고전한 수원삼성블루윙즈는 시즌 막판 FA컵 결승에서 서울을 따돌리고 패권을 차지했다.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구단인 전북, 서울, 수원 세 구단이 나란히 타이틀 한 개씩을 가져가며 황금분할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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