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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전사 ‘國保硏’을 아십니까

암호 보호 장비와 암호 해독술 개발 … 개인과 땅 놓고 소송 또 다른 화제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정보전사 ‘國保硏’을 아십니까

정보전사 ‘國保硏’을 아십니까

국가보안연구소가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자통신연구원 건물.

검찰이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짐으로써 구 안기부와 국정원의 주요 인사 도청 사건 파문이 커지고 있는 요즘 비화폰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국가보안연구소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수의 관계자들 사이에서 ‘국보연’ 또는 ‘NSRI(National Security Research Institute)’로 불려온 이 기관의 정체는 무엇인가.

CIA보다 많은 인원과 예산을 쓰는 미국 최대의 정보기관은 NSA(National Security Agency·국가안보국)이다. NSA가 정보 보안을 위해 미군 부대와 정부기관을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의 통신을 감청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NSA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수집한 정보를 FBI나 CIA에 넘겨 수사케 함으로써 미국의 국익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국내 방첩과 별도로 NSA는 광범위한 해외 감청을 병행한다. NSA가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의 정보기관과 함께 전 세계를 오가는 무선 신호와 인터넷 교신을 감청하기 위해 에셜론을 운영한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일을 하다 보니 NSA는 암호를 해독하는 기술을 갖게 되었다. 또 미국의 통신을 지키기 위해 암호를 만들거나 암호 장비를 만드는 기술도 갖게 되었다.

비밀조직 샛별팀에서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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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연이 들어서기로 한 곳의 도면.

이렇게 부차적으로 얻은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미국은 NSA에게 암호를 풀고 만들며, 암호 장비를 개발하는 일을 하는 CSS(Central Security Service·중앙정보원) 임무를 맡겼다. 지금 이목을 끌고 있는 국보연, 즉 NSRI는 한국의 CSS라고 할 수 있다. 당장은 CSS에 비교할 순 없겠지만 궁극적으로 국보연이 지향하는 곳은 CSS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국보연은 1981년 10월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에 있던 비밀조직 샛별팀에서 비롯되었다. 군은 어느 조직보다도 비밀이 많기 때문에 국과연은 군에서 사용할 암호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샛별팀을 만들었다.

정부 조직에서도 암호를 많이 사용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외교통상부인데, 외교통상부는 세계 각지에 나가 있는 대사관과 암호로 교신을 주고받는다. 이 암호와 암호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1983년 1월 정부는 전자통신연구원(ETRI) 안에 무선통신연구실을 만들었다.

정보전사 ‘國保硏’을 아십니까

국보연이 들어서기 위해 수용한 강형철 씨 소유의 땅. 강 원장은 “양파처럼 껍질이 벗겨지는 돌(손안에 있는 것)이 많은 이곳에서 자란 단풍나무는 백반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90년대 들어 휴대전화로 대표되는 민간용 무선 통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어 무궁화위성을 군과 민간(정부)이 함께 사용하게 되면서 군과 민간이 별도로 통신 보안 기술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적어졌다. 이에 따라 국과연의 샛별팀과 전자통신연구원의 무선통신연구실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졌다. 그리하여 2000년 1월1일 두 기구를 합쳐 전자통신연구소 안에 부설 기관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국보연이다.

적국이나 가상적국은 유사시는 물론이고 평시에도 우리의 통신망이나 사이버망을 교란함으로써 우리를 곤란에 빠뜨릴 수 있다. 이러한 사이버 테러를 차단하고 대비하기 위해 2004년 2월20일 국정원 산하기구로 만든 것이 NCSC(National Cyber Security Center)로 불리는 국가사이버안전센터다. 국보연과 이 센터는 그야말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NCSC는 국가통신망과 국가 사이버 안전망을 보호하는 일을 전담하는데, 이 센터에서 사용할 장비를 개발하고, 풀기 힘든 암호와 난해한 암호 해독술을 개발하는 곳이 바로 국보연이다. 한마디로 국보연은 정보화시대의 정보전사인 것이다.

국보연은 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이지만 국가정보원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국정원에서 없어진 과학보안국(8국)의 기능을 일부 대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연구소의 비중은 막중하다.

이러한 국보연이 최근 한 개인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또 다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보연과 법정 다툼을 벌이는 주인공은 서울 강남에서 피부과 의원을 운영하는 강형철(51) 원장. 대전이 고향인 강 원장은 대덕연구단지 안에 해당하는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에 2만평이 넘는 임야를 갖고 있다.

현재 국보연은 전자통신연구소 안에 있는데, 2003년 독립 청사를 만들기로 하고 대상지를 물색하다 강 원장 소유의 임야를 ‘찜’한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만든 ‘대덕연구단지관리법’과 하부 법령 등에 따르면, 대덕연구단지로 지정된 구역 안에서 정부는, 연구시설과 체육시설 등 몇몇 시설을 짓는 경우엔 땅 소유주의 동의가 없어도 자유롭게 수용할 수가 있다. 국보연 측은 이 법령을 근거로 강 원장 소유 임야 수용을 결정했다.

국가정보원과 밀접한 관계

피부과 전문의인 강 원장은 백반증 치료를 전문으로 한다. 그는 이화여대 의대에서 17년간 교수 생활을 하며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소에 2년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 그때 단풍나무 성분이 백반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강 원장이 갖고 있는 대덕의 임야에는 그의 부친이 심어놓은 단풍나무가 많았다.

귀국 후 어느 날 그는 이 단풍나무의 잎에서 추출한 물질을 백반증 환자에 발라보았는데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자란 단풍나무 추출물에서는 이러한 효능이 발견되지 않았다. 왜 그가 갖고 있는 임야에서 자란 단풍나무에서 나온 추출물만 백반증 치료에 효과적일까.

그의 임야에는 양파처럼 껍질이 벗겨지는 돌이 많은데(아직 성분 분석은 못했다), 그는 이렇게 특이한 돌이 있는 토질이다 보니 이곳에서 자란 단풍나무는 백반증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을 내렸다. 강 원장은 물질적으로는 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인지라, 이 임야에 백반증 치료제를 만드는 연구소를 지을 계획을 세웠는데 바로 그 시기 국보연이 건물을 짓겠다며 그의 임야를 수용해버린 것.

강 원장은 “땅은 얼마든지 내줄 수 있다. 그러나 단풍나무가 자라는 3000평 정도만은 백반증 치료제 연구소를 지을 수 있도록 제외해달라”고 간청했으나 국보연은 들어주지 않았다. 강 원장은 법원에 호소했으나 지난해 7월 1심 재판부는 국보연의 수용엔 문제가 없다며 강 원장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강 원장은 이에 불복해 항소심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강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복잡한 정보 세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도청은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보연은 국가안보를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도청과 관련된 장비를 만드는 곳으로 보도되었다. 의사로서 나는 백반증 치료제 개발에 인생을 걸고자 했다. 법원이 나의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는 내 땅에서 자란 단풍나무를 국가에 기증하겠다. 내가 돈이 욕심 나 소송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나는 언론에 의해 도청장비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연구소만큼이나 백반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위한 약을 개발하는 것도 소중하다고 믿는다.” 한편 국보연의 한 관계자는 토지 수용 소송에 대해 “잘돼고 있다. 곧 마무리될 것이다. 우리는 도 감청 장비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5.08.30 500호 (p20~21)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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