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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백억대 재산가가 고작 1만원

알부자들 건강보험료 회피 편법 백태 … 유령 사업장 만들어 종업원과 똑같이 납부

뭐? 백억대 재산가가 고작 1만원

뭐? 백억대 재산가가 고작 1만원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10층짜리 빌딩을 소유한 김모씨(43)는 매달 1만160원의 건강보험료를 낸다. 부동산임대업을 하고 있는 그의 보험료는 직장인 평균 건강보험료(7만2187원)의 14% 수준.

100억원대 재산가인 그는 자영업자로 건강보험 부과 체계상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해 재산(차량 포함)과 소득 정도에 따라 수백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해 1월 그가 소유한 빌딩 경비원 4명을 직원으로 경비용역업체를 만들고, 그 업체의 대표 자격으로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했다. 그가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한 자신의 월급(표준보수월액)은 20만원. 하루 4교대로 근무하는 경비원들이 받는 월급을 자신의 월 소득으로 그대로 신고한 것이다. “그렇게 재산이 많은데 너무한 것 아니냐”는 주변의 비난에도 그는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대부분의 빌딩주들이 이렇게 하고 있고, 또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게 그의 항변이다.

100억원대 재산가가 1만원대의 보험료를 내는 것이 합법적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에 대한 해답은 공단의 보험료 부과 체계를 살펴보면 간단하게 나온다. 현행 보험공단 정관은 비록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가진 무직자나 개인사업자라도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면 월급에 대해서만 보험료가 산정될 뿐, 재산이나 월급 외 소득에 대해서는 보험료 산정기준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 없다”

이는 현행 건강보험법이 직장인(사용주 포함)이 아닌 사람에겐 지역보험에 가입해 재산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 금융소득, 자동차, 연령 등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토록 규정하고, 직장인의 경우는 직장보험에 가입해 월급만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토록 한 데 연유한 것. 많은 개인사업자나 재산가들이 종업원이 한두 명밖에 되지 않는 초미니 회사나 심지어 유령회사를 만들어서라도 직장보험에 가입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지난해 7월부터는 종업원 5인 미만의 사업장(일부 사업장 제외)도 건강보험 의무 사업장으로 편입되다 보니 이런 편법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직장보험에 가입해서도 이들 ‘가짜 사업주’들이 자신의 월급을 실제 소득과 비슷하게 신고하면 도덕적 지탄을 면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업주들은 종업원과 같은 수준의 월급을 신고하거나 아예 신고 자체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공단의 정관이 사업주의 보수가 파악되지 않는 경우 상근근로자 중 최고 보수액을 사업자의 근로소득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 더욱이 국세청으로부터 지난해의 종합소득세 신고 자료가 넘어오는 1년 동안은 사업주가 최고 보수액을 받는 종업원보다 근로소득을 더 낮게 신고한다 하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방법이 전혀 없는 형편이다.

결국 이들로서는 지역보험에 가입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보다 최저 수준의 월급을 받는 종업원 한두 명을 고용한 후 사업장을 만들고, 종업원의 월급에 맞춰 몇 만원의 보험료를 내는 것이 엄청난 이득이 되는 셈이다.

뭐? 백억대 재산가가 고작 1만원

5월 서울시장 선거 당시 쥐꼬리 보험료로 물의를 빚었던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그의 보험료는 불과 2만원 선이었다.

5월 말 서울시장 선거 당시 ‘쥐꼬리 보험료’로 말썽이 됐던 이명박 현 서울시장도 바로 그런 경우. 이시장은 자신 소유의 빌딩을 관리하는 종업원 6명을 직원으로 한 임대관리 회사를 만들고, 그 대표로 있으면서 자신의 월급을 2000년 99만원, 2001년 133만원이라고 신고했다. 회사를 만들면서 그는 자동으로 직장보험에 가입됐고, 보험료는 종업원의 월급 수준에 맞춰 2만원 선으로 결정된 것. 175억원(신고금액)의 재산가인 이시장에겐 이보다 좋은 건강보험료 절세 방안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편법을 이용하는 사람은 재산가뿐만이 아니다. 종업원을 수백명이나 거느린 기업체 대표나 병원 대표, 택시회사 사장 등도 단돈 몇 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40여대의 택시를 소유하고 있는 경기도 모 택시업체 사장의 지난 몇 년간 보험료 납부 실적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보험공단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업체 대표 김모 사장의 2000년 7월에서 지난해 6월까지 보험료 납부 실적은 고작 매월 7840원. 김씨가 보험공단에 신고한 자신의 월급은 29만5500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는 월급이 57만4321원으로 올라 보험료도 1만9480원으로 상승했다. 올 1월에는 73만4166원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조사돼 보험료가 2만6000원 선까지 올랐다.

하지만 2만원대까지 올랐던 보험료는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올 7월부터는 1만1960원으로 뚝 떨어진다. 김씨가 자신의 월급이 30만5000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수정신고를 한 까닭. 택시회사 사장의 월급이 30만원에서 70만원밖에 되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만 어떻게 보험료가 2년 사이 이렇게 들쭉날쭉할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소득 대비 보험료 부과 법 바꿔야

이는 택시회사 사장인 김씨가 자신의 근로소득 명세가 소득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야 국세청에서 공단에 통보된다는 사실을 악용해 자신의 월급을 턱없이 낮게 공단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서 공단으로 근로소득이 통보되는 시점은 매년 10월 말. 이 때문에 2001년 11월이 돼서야 김씨의 월급은 73만4166원으로 공단에 의해 직권 상향조정될 수 있었다. 이마저도 김씨의 실제 월급이 아닌 이 택시회사 종업원 중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 조정이었다. 기본급과 상여금 등 국세청이 인정하는 근로소득이 타 기업체보다 열악한 이 회사 택시기사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김씨의 보험료는 실제 소득보다 턱없이 낮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김씨는 공단으로부터 직권조정을 받은 후에도 다음해인 올 7월에는 자신의 월급을 30만5000원으로 신고해 현재는 1만1950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뭐? 백억대 재산가가 고작 1만원

서울의 마천루. 과연 이 빌딩들의 소유주들은 얼마의 보험료를 내고 있을까.

보험공단 관계자는 “지역과 직장으로 갈라진 부과 체계 이원화 때문에 생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종업원 월급보다 낮게 신고된 금액만큼의 보험료는 직권조정 후 소급추징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보험료를 적게 내는 재산가나 사업주가 수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주간동아’가 보험공단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렇듯 보수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자신이 고용한 종업원 수준의 보험료를 내고 있는 재산가나 사용주는 전국적으로 3만3907명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에는 667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기업체 사장과 269명의 직원이 있는 준종합병원 대표뿐만 아니라 의사·한의사·약사·변호사 등 전문직과 부동산 임대업자, 운수업체 대표, 보험금융업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중 일반 근로자의 평균보험료인 7만2187원보다 적은 보험료를 내는 사용주만 2만4000여명에 달했고, 보험료가 3만원도 안 되는 사용주도 3309명에 이르렀다.

뭐? 백억대 재산가가 고작 1만원

국민보험공단은 수백억원대의 재산가라 하더라도 사업체를 차리면 종업원과 똑같은 보험료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사용주가 1만8319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재산가들이 보험료를 피하기 위해 유령회사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유행병처럼 확산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3만4000여명에 달하는 사업주의 평균보험료는 근로자 평균보험료보다 1만1000원이 적은 6만1298원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업주가 내는 보험료가 근로자보다 더 적은 셈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공단측의 인식. 보험공단 직장부가부 최승주 부장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 법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 사업주의 경우 근로자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기 때문에 근로자보다는 부담이 많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건강연대 변혜진 간사는 “사용자를 근로자로 간주할 경우 사용자의 재산과 소득에 비해 훨씬 적은 보험료를 내도록 하는 모순이 생긴다. 따라서 사용자의 경우는 자영업자처럼 재산, 자동차, 소득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함께 부과할 수 있도록 법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355호 (p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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