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사랑의 힘?’ 반려자 만나고 화려하게 부활한 예비신부 리디아 고

[김종석의 인사이드 그린] 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우승, 6년 만에 시즌 3승 달성

  •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사랑의 힘?’ 반려자 만나고 화려하게 부활한 예비신부 리디아 고

리디아 고는 CME그룹 투어 우승으로 올해의 선수 트로피, 평균 타수 1위 트로피,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트로피를 받았다(왼쪽부터). [사진 제공 · LPGA]

리디아 고는 CME그룹 투어 우승으로 올해의 선수 트로피, 평균 타수 1위 트로피,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트로피를 받았다(왼쪽부터). [사진 제공 · LPGA]

 “리디아 고 우승. 골프 때문에 밤새우기는 처음입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11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700만 달러·약 94억8220만 원)에 나선 예비 며느리 리디아 고(25·뉴질랜드)를 향한 애틋함을 드러낸 것이다. 리디아 고는 12월 3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정 부회장의 아들 정준(27) 씨와 결혼한다. 약혼자 정준 씨는 3라운드부터 직관에 나서 리디아 고의 어머니, 언니와 18홀을 따라 돌며 응원을 보냈다.

여자 골프 사상 최다인 200만 달러 거머쥐어

가족 응원단의 파이팅에 더 힘을 얻은 걸까. 공동선두로 출발한 리디아 고는 2타를 줄여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2위 리오나 매과이어(아일랜드)를 2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을 확정한 후 리디아 고는 정준 씨와 뜨거운 포옹을 했다. 두 사람은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초대형 결혼 선물을 장만한 화려한 피날레였다. 시상식에서 리디아 고는 트로피를 3개나 받은 뒤 정준 씨와 나눠 들었다. 대회 우승컵과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베어트로피) 타이틀까지 안았다. 여자 골프 대회 사상 최다 상금인 200만 달러(약 27억 원)를 거머쥐며 상금왕(436만4403달러·약 59억 원)에도 올랐다.

2015년 이후 7년 만에 올해의 선수가 된 그는 10월 강원 원주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LPGA투어 통산 19승을 달성했다. 당시에는 정준 씨가 현장에 없었지만 “어디에 있든 내 옆에 있다는 마음”이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또 2016년 이후 6년 만에 시즌 3승을 달성했다. 상금왕 레이스에서 줄곧 선두였던 이민지(호주)를 막판에 추월하며 2007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436만4994 달러) 이후 15년 만에 시즌 상금 400만 달러 고지를 돌파했다. 역대 상금 랭킹 2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우승 후 리디아 고는 “그(약혼자)가 내 얼굴에 미소를 갖게 해줬다. 내가 더 좋은 사람, 좋은 선수가 되도록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존재”라고 고마워했다.

정준 씨는 고교 시절 테니스를 치다 골프에 입문한 뒤 김주형과 김수지를 가르친 이시우 프로, 골프 스타 이보미를 통해 리디아 고를 소개받았다. 이후 6개월가량 연락만 주고받았고, 둘이 처음 만난 건 지난해 4월 하와이에서 열린 롯데 챔피언십 직전이었다. 리디아 고는 이 대회에서 3년 만에 다시 투어 정상에 복귀했다. 이를 두고 주위에서는 정준 씨가 ‘행운의 부적’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8월 인스타그램에 정준 씨와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곧(Soon)’이라는 문구와 하트, 스마일이 들어간 이모지를 올리기도 했다.

정태영 부회장 아들과 지난해 4월 첫 만남

10대 시절 리디아 고. [리디아 고 인스타그램]

10대 시절 리디아 고. [리디아 고 인스타그램]

미국 ‘골프위크’는 “정준 씨는 리디아 고를 만난 뒤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함께 골프를 즐겼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리디아 고는 올랜도에 거주 중이며, 정준 씨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직장을 다니고 있다. 이시우 프로는 “정준 씨가 요즘은 70대 초중반 골프 실력을 보인다”고 전했다.

정준 씨와 인연을 맺은 뒤 리디아 고는 과거 10대 천재 골프 소녀의 명성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언니 고슬아 씨는 “그를 만나고 나서 리디아 고가 평안을 얻었다”고 전했다. 리디아 고는 우승 인터뷰에서 “골프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나는 내 정체성과 골프를 연결해 생각했지만 그는 나와 골프를 연결 짓지 않는다. 내가 79타를 치건, 65타를 치건 항상 나를 사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위크’에 따르면 정준 씨는 리디아 고를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리디아 고의 심리상담을 맡은 정그린 그린코칭 솔루션 대표는 “결혼 상대나 연인을 통한 안정감이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리디아가 결혼할 친구와 소통이 잘 되고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인비(34)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챔피언에 오른 후 LPGA투어에서 4년 가까이 우승 없이 부진했다. 운동을 그만둘까 고민하던 박인비는 2011년 남기협 스윙 코치와 약혼한 뒤 한 해에 메이저대회에서만 3승을 올리는 등 황금기를 맞았다. 2014년 10월 결혼 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금메달까지 땄다.

리디아 고는 결혼 후 계속 투어를 뛸 것으로 보인다. 정준 씨는 “내년에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선수 생활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 그만두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2013년 프로로 전향할 때부터 30세 넘어서까지 선수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언니 고 씨도 “리디아 고가 명예의 전당 포인트를 채우면 서서히 선수 생활의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앞으로 5년가량 투어에 집중한 뒤 정상에서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

이미 그는 LPGA 명예의 전당 가입을 눈앞에 뒀다. 마지막 대회 우승과 평균 타수상, 올해의 선수상 수상으로 명예의 전당 포인트를 각각 1점씩 추가해 통산 25점으로 가입 자격이 부여되는 27점에 2점만 남겨놓았다. 11월 22일 세계 랭킹도 지난주보다 한 계단 오른 2위가 됐다. 랭킹 포인트 7.51점으로 1위 넬리 코르다(미국·7.60점)와는 0.09점 차이다.

리디아 고는 27세가 되는 2024년 파리올림픽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세 때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출전만으로도 영광인데 그는 2회 연속 시상대까지 올랐다. 파리에서 금메달까지 획득한다면 골프 인생 최고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다.

리디아 고의 이름 앞에는 늘 최연소, 최초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15세 때인 2012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LPGA투어 첫 승을 올렸다. 2014년 LPGA투어 신인상을 받았다. 2015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선 만 18세 4개월 20일 나이로 역대 최연소 메이저 우승자가 되기도 했다. 10대에만 15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2015년 2월 18세 나이로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다. 남녀 통틀어 최연소. 타이거 우즈도 못한 일이다.

2016년 이후 하강 곡선 그리다 부활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는 리디아 고. [사진 제공 · LPGA]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는 리디아 고. [사진 제공 · LPGA]

하지만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급격한 하강 곡선을 그렸다. 43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하다 2018년 4월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15승째를 올렸지만 다시 3년 동안 우승 없는 세월을 보내야 했다. 세계 랭킹은 2020년 8월 55위까지 곤두박질쳤다.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다 자신의 모든 걸 태워버려 더는 뭔가를 할 육체적·정신적 의욕이 사라진 ‘번아웃(burnout)’이 너무 일찍 찾아온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반년 가까이 쉬는 동안 집에 실내자전거 같은 운동기구를 들여놓고 홈 트레이닝에 매달렸다. 매일 아침 10㎞를 달렸다. 요가, 필라테스 등으로 유연성도 길렀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을 보충하는 식이요법으로 근육량을 7㎏ 늘렸다. ‘워라밸’을 중시하고, 쉴 때는 K팝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을 즐기면서 독서와 신앙생활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리디아 고는 “작은 목표에 집중했다. 결과가 아니라 어떤 부분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에 몰입했다”고 말했다. 가령 우승에 집착하지 않고 해마다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을 모두 70% 이상 기록해보자는 식이다. 자신의 장점인 정교한 쇼트게임 완성도도 더욱 높였다. 안지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천재적인 운동선수는 우승과 본인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번아웃에서 벗어나려면 업무나 성취의 기준을 현실적으로 정하고 과정을 중시해야 하는데 리디아 고가 좋은 사례”라고 진단했다.

오랜 기간 리디아 고를 매니지먼트했던 임만성 임에이전시 대표는 “리디아 고의 최대 장점은 인내심이다. 뭐가 잘 안 되면 화내고 망가지기도 하는데, 그는 끝까지 차분함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했다. LPGA투어에서 엄마 선수로 뛰었던 한희원 골프해설위원은 “리디아 고는 3년 동안 힘든 시기를 잘 견뎌냈다. 안정보다 변화를 택한 용감한 선수다. 그런 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힘들어도 참으면서 업그레이드를 위해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리디아 고. 거기에 평생 동반자의 길을 약속한 ‘그’의 존재가 재기 드라마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는지도 모를 일이다.

리디아 고는 2022 시즌을 끝낸 뒤 “싱글 레이디로 차지한 마지막 우승”이라며 웃었다. 기혼자로는 언제 첫 우승을 신고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종석 부장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아일보 스포츠부장을 역임한 골프 전문기자다. 1998년부터 골프를 담당했고 농구, 야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주요 종목을 두루 취재했다.





주간동아 1366호 (p58~61)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75

제 1375호

2023.02.03

“위험할 정도로 강력한 AI” 챗GPT 직접 사용해보니…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