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1

2011.08.22

똑똑한 사람 키우기가 진짜 리더의 소임

무능한 부하직원?

  • 김한솔 IGM 협상스쿨 책임연구원 hskim@igm.or.kr

    입력2011-08-22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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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사람 키우기가 진짜 리더의 소임
    이 대리가 들고 온 기획서를 살펴본 방 과장은 한숨부터 나온다.

    “이 대리, 내 얘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내일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제안서에 이번 달에 끝내야 하는 프로젝트가 두 건. 방 과장은 요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래서 여유가 좀 있는 신규 아이템 기획서를 이 대리에게 부탁했다. 전체 흐름에 대한 친절한 조언과 함께. 그런데 결과물이 영 이상하다.

    “과장님께서 해주신 얘기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논리적으로 안 풀려서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이 아이템 같은 경우엔….”

    본인이 작성한 기획서 내용을 설명하려는 이 대리. 하지만 방 과장 머릿속엔 처음부터 갖고 있던 논리가 아주 명확하다.



    “알겠어. 여기 두고 가고 내일 얘기하자고. 내가 흐름을 다시 잡아줄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가는 이 대리. 그리고 이 대리의 기획서에 실망해 한숨 쉬는 방 과장. 뭐가 문제인 걸까.

    많은 리더가 이런 불만을 갖는다. “왜 부하직원들은 나처럼 스마트하게 일하지 못할까?” 그리고 꿈꾼다. “똑똑한 부하직원 하나 있으면 정말 좋겠다.”

    미안하지만 부하직원이 당신처럼 일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당신은 몇 년간의 노하우 덕에 그 일이 쉽고 당연하다. 부하직원이 당신만큼 똑똑하지 않은 것 역시 당연할 수 있다. 당신만큼, 혹은 당신보다 더 똑똑하게 일을 처리한다면 그가 당신의 부하직원으로 있을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자. 부하직원이 해온 일이 정말 엉터리인가.

    한 TV 다큐멘터리 속 상황이다. 제작진이 길거리에 복권 한 장을 떨어뜨려 놓은 뒤 누군가 그걸 줍자마자 달려가 말한다. “그 복권 저한테 파시죠? 만 원 드릴게요.” 결과는? 대부분의 사람이 팔지 않았다. 하지만 복권에 당첨됐다 해도 결과는 만 원 이하였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사람들은 “내가 주운 복권이 만 원 이상의 금액에 당첨될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이를 ‘소유편향’이라 한다. 흔히 ‘내 것’에 대해 갖는 근거 없는 확신을 뜻한다. 길거리에 떨어져 있던 복권도 ‘내 손에만’ 들어오면 대박이 날 거라 믿으니, 내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보다 훨씬 더 좋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리더에게 묻고 싶다. 부하직원의 생각을 이해하기 전에, 혹은 제대로 듣기도 전에 ‘소유편향’에 빠져 당신 생각만 최고라고 믿고 있지는 않은가. 월마트 창업회장인 샘 월튼은 이렇게 말했다.

    “최고의 아이디어는 현장의 평사원에게서 나온다. 조직 하부에까지 책임감을 부여해 그 안에서 아이디어가 솟아나도록 하라. 당신은 동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야만’ 한다.”

    부하직원의 아이디어가 못마땅한가. 당신만큼 똑똑한 부하직원이 없어 답답한가. 소유편향을 버려라. 그리고 똑똑한 사람을 찾느라 힘 빼지 마라. 똑똑한 직원을 데리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똑똑한 직원으로 키워내는 리더, 그것이 진짜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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