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3

2000.07.20

어머니 4주기에

  • 입력2005-07-26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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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4주기에
    여름날의 짙푸른 한나절이 그 수명을 다하고 지금은 땅거미가 스멀스멀 내려앉는 밤의 길목이다. 창문 밖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환한 불빛이 어둠을 부르고 있는 것 같다.

    거실에서 아이들이 사촌간의 우애를 다지는 앙증스런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가 다시금 살아오실 것만 같던 4년 전의 그 당혹스런 비통함은 사라지고 어머니를 잃은 슬픔의 무게가 자꾸만 엷어지는 것을 느낀다.

    늘 고생만 하셨던 우리 어머니. 기구한 운명의 멍에에서 헤어나는 길은 자식의 욱일승천밖에 없다고 확신하면서 “네가 잘돼야 한다” “너밖에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자신의 희망을 온통 큰아들인 내게 거셨던 어머니.

    그 희망의 대가는 ‘희생’이셨다. 자식이라는 특권에 어머니의 희망과 염원을 무미건조하게 느껴야 했던 그 지나간 시간의 멍울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어머니에 대한 죄의식이 팽배해지고 현실과의 괴리감에서 방황과 번민과 좌절감에 휩싸일 때면 “순리대로 살아라, 억지로 안 된다”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돌아오지 않을 모정이여!



    눈물이 납니다.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창문 너머 초췌하신 모습으로 서 계신 어머니의 환영이 보입니다. 기일이라 오신 우리 어머니.

    살아생전 모습은 온데간데 없으시고 하염없이 슬픈 모습과 비통함뿐입니다. 두견새의 그림자만큼이나 애처로운 모습으로 손자, 손녀, 아들딸, 며느리들, 그리고 지아비를 지척에서 쳐다보며 말못할 울먹임을 토해내시는 우리 어머니. 4년이라는 세월이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애통함을 자꾸만 엷어지게 만드는가 봅니다. 어머니의 희생을 값지게 보은하지 못한 것이 늘 마음의 빚으로 자리합니다.

    어머니, 편안히 오셔서 어머니의 장손 선명이를 쓰다듬어 주십시오. 살아생전 한복을 사놓고 그렇게 기다리시던 그 장손이 참으로 대견스럽고 착하게 자랐습니다. 어머니,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술 한 잔밖에 올리지 못하지만 어머니께서 베푸신 희생의 세월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어머니의 전부셨으니까요.

    어머니, 언젠가 다시 살아 돌아오실 것 같은 기대 속에서 어머니를 맞이하는 집사람의 모습이 눈물겹도록 헌신적입니다. 착한 큰며느리의 정성을 보아서라도 내년에는 꼭 살아 돌아오셔서 온 가족과 해후상봉(邂逅相逢)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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