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8

2011.10.17

대한민국 ‘野敎 신도’ 완벽한 분석

  • 이웅현 국제정치칼럼니스트 도쿄대 정치학 박사

    입력2011-10-17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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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野敎 신도’ 완벽한 분석
    처음에는 1번 타자(표지)부터 중대한 오타(誤打)를 날린 줄 알았다. 2번 타자(목차)가 또다시 ‘신나는 가을 野敎에 미치다’라는 제목을 날리는 것을 확인하면서 오타가 아니라 김재박류(流)의 재치 있는 연타(軟打, 번트)인가 생각했다. 정작 커버스토리 기사 내용 그 어디에도 ‘野敎’라는 표현에 관한 설명이 없음을 발견하고 나서는 오타도 연타도 아닌, 본루타(本壘打, 홈런)였음을 깨달았다. 807호 커버스토리 표제는 독자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담장을 넘는 장타(長打)였다.

    2011년 가을 대한민국의 프로야구는 틀림없이 ‘종교’ 수준에 이르렀으며, 단순한 팬텀(phantom)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팬덤(fandom)을 거느리고 있다. 추억과 열정, 광기마저 서린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과거와 현재를 서정적인 스타일로, 치밀한 분석으로, 그리고 ‘야교 신도’들의 언어유희로 잘 담아냈다. 신나는 ‘야구’의 더 신나는 미래를 위한 분석과 제안을 가미했더라면 퍼펙트게임이 됐을 것이다. 열정적인 믿음을 일시적인 팬텀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냉정한 분석과 비판도 마음껏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해야 한다.

    커버스토리의 임팩트가 강하다 보니 ‘서울시민 패널 긴급 좌담회’ ‘개성공단에 법이 어디 있습니까?’ ‘또 불임…민주당은 없다?’ ‘박근혜 대세론 검증 1라운드’ 등 중량감과 시의성을 겸비한 기사가 왜소해졌고, ‘특집’ 혹은 ‘집중분석’ 같은 연결고리로 이어지지 않아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특히 긴급 좌담회 ‘시장 후보에게 바라는 것’은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계층의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요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음에도, 기획 의도와 타이밍, 들인 노력에 비해 그 결론이 지나치게 평범했다. 잔잔한 교훈 또는 향토의 역사지식을 제공하는 ‘경영을 바꾸는 인문학의 힘’ ‘역사 속 시간 여행…서울에 古宅이 있었네’ 같은 기사는 많을수록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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