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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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호 선원들 애절한 모습 아직 눈에 선해”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6-08-07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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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원호 선원들 애절한 모습 아직 눈에 선해”

    동원호 선원 취재를 위해 소말리아로 들어간 김영미 PD.

    “동원호 선원들의 절절한 부탁은 모두 기억하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가슴속에 담아둔 말이 너무 많아서겠죠. 2박3일 동안 배에 머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잠도 거의 못 잤습니다.”

    국내 언론 최초로 소말리아 해적단에 들어가 피랍된 동원호 28호 선원들의 모습을 밀착 취재한 김영미 프리랜서 PD는 대화 도중 목이 메였다. 그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꼭 다시 와달라” “내 소식을 가족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당부했던 선원들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 지난 7년간 이라크 등 분쟁지역을 전문적으로 취재해온 그였지만 이번 취재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목숨을 담보로 해서 찍어온 필름은 6월25일 MBC PD수첩을 통해 ‘조국은 왜 우리를 내버려두는가’라는 제목으로 방송됐다. 처음으로 전해진 동원호 선원들의 비참한 모습을 본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다음 날 협상을 맡고 있는 외교부의 홈페이지가 항의 글로 인해 일시 다운될 정도였다.

    “동원호에 오르기 위해 한 달 정도 협상을 해야 했습니다. 두바이와 에티오피아를 거쳐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로 들어갔는데, 모가디슈에서 대규모 교전이 일어나 위험했죠. 그곳에서 일주일가량 해적들과 접촉하기 위해 전화기를 붙잡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마지막에 무선 햄이 터진 겁니다.”

    그는 현지에서 취재팀을 따로 꾸렸다. 보안을 맡아줄 무장인력도 채용했다. 그러나 정작 취재를 위해 배에 올랐을 때 그의 옆엔 아무도 없었다. 공포가 밀려왔고 ‘혹시 나도 납치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 선원들을 만난다는 보람과 기대가 더 컸다.

    “동원호 선원들은 제가 취재를 하기 위해 온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배에 올랐을 때 저를 보고도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그러다 제가 한국 사람인 걸 확인하고는 가장 먼저 건넨 말이 ‘우리 풀어주려고 온 사람입니까’였습니다. 취재를 하러 왔다고 말하기가 왜 그렇게 미안하던지….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방송 직후 외교부는 그가 “정부의 협상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거의 끝난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PD는 “내가 도대체 뭘 방해했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협상을 한 것도 아닌데…”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나긴 ‘취재’를 마치고 귀국한 그는 쉴 틈도 없이 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동원호의 실상을 알리고 선원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족과 국민에게 전해줘야 하기 때문. 김 PD는 “방송에 나간 것보다 훨씬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고 믿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이 동원호 28호 선원들을 절대 잊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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