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3

2005.05.03

장애인 그림 지도 ‘사랑의 채색’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5-04-28 17: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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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그림 지도 ‘사랑의 채색’
    인사갤러리 큐레이터 김정현(34) 씨는 매주 월·금요일이면 직장 대신 서울 송파구민회관으로 출근한다. 장애인 그림 동호회인 ‘화사랑’ 회원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현재 김 씨에게 그림을 배우는 장애인은 18명. 대부분이 뇌성마비, 정신지체 등의 중증 장애인으로 연령도 17세부터 66세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힘겨운 몸동작으로 김 씨의 지도를 받으며 그림을 그린다. 떨리는 손 대신, 발 또는 입으로 붓을 잡고 그리지만 그 열정은 전문 화가 못지않다.

    김 씨가 장애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96년부터. 당시 한 장애인 단체의 문화강좌 강사로 일한 것이 인연이 됐다. 이곳의 문화강좌가 폐강된 뒤에도 세 명의 장애인이 김 씨에게 그림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고, 김 씨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후 수강생은 점차 늘어났고 화사랑이라는 이름도 붙이게 됐다.

    그러나 김 씨의 이 일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97년 외환위기 직후 강의실로 쓰던 공간을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지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김 씨는 강의실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기관과 단체를 찾아다녔다. 다행히 그에게 강의실을 지원해준 곳이 있었는데 바로 송파구청이었다. 구청 측은 구민회관 내 35평의 강의실을 지원해주었고, 이곳은 현재까지 화사랑 회원들의 보금자리로 쓰이고 있다.

    화사랑 회원들은 해마다 자신들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연다. 한해 두해 횟수를 더하더니 올 11월 전시회가 벌써 여덟 번째다. 힘들게 만든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회원들은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된다.

    수원대 서양화과를 졸업, 개인전 5회 경력의 화가이기도 한 김 씨는 “장애우들과 함께하느라 결혼에도 관심 갖지 못했지만 보람도 컸다”며 “도예나 그림 등을 가르칠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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