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8

2001.01.18

좀도둑으로 추락한 大盜

  • 입력2005-03-10 13: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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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도둑으로 추락한 大盜
    “그가 왜?….” 대도(大盜) 조세형씨(63)를 그의 법정 진술처럼 ‘그저 못난 도둑놈’으로 만들어버린 일본 절도 행각에 대해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지난 98년 11월 15년간의 수형생활을 끝마친 이후 지난해 11월24일 오후 3시 사건 발생 당시까지 2년여 동안 그가 보여준 행적은, 일본까지 건너가 가정집을 털고 그것도 모자라 경찰에게 칼을 휘두른 모습과는 너무나 상이하기 때문이다.

    출소 이후 전국 교회를 돌며 선교활동과 전과자 돕기에 혼신의 힘을 다했던 그였다. 보안경비업체 에스원 범죄예방연구소의 비상근 전문위원으로 동국대 경찰학과 학생과 경찰을 상대로 범죄대처 기술을 가르치며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부와 사회적 명성을 쌓았다.

    전과자 돕기 운동을 벌이다 만나 지난해 5월 조씨와 결혼한 부인 이은경씨(41)는 1월5일 오전 소식을 접하고 “내 남편은 칼로 누구를 찌를 사람이 아니다”라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조씨는 사건 당일 오전 부인 이씨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노숙자에 대한 선교활동을 하고 있으며 내일(11월25일) 돌아가겠다”고 말한 뒤 이날 오후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부인 이씨에 따르면 조씨가 지나칠 정도로 일본 노숙자에 대한 선교에 집착했다는 것.



    “체류기간에 9만엔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는데 뭐하러 그런 일을….” 부인 이씨는 에스원 최중락 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한다.

    경찰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조씨를 알고 지내온 최고문에게도 이번 사건은 의문투성이다. “1억5000만원의 전셋집과 부인의 공장 운영 수입을 제외하고도 에스원 월급과 강연비 등 매달 1000만원의 월수입이 있고 가정과 아이까지 있는데 뭐가 부족해서….”

    최고문은 이런 가정환경 외에도 일본에서의 절도행각이 전혀 조씨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조씨는 30년의 절도 행각 동안 반드시 밤에 드라이버 하나만 들고 다녔는데, 왜 이번만큼은 일본도를 들고, 대낮에 범행을 저질렀냐는 것.

    말하기 좋아하는 심리학자들의 말처럼 무의식적인 자기성취감의 발로인지, 아니면 절도 자체를 하나의 예술로 승화하기 위한 그의 ‘노력’ 인지 여부는 조씨 자신만이 알고 있다.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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