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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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빨리 교단에 서고 싶다”

  • 입력2006-07-06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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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빨리 교단에 서고 싶다”
    “현명한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처음 복직요구소송을 낼 때만 해도 마치 허허벌판에 혼자 서있는 것처럼 암담했는데 그동안 각계 각층에서 양심적인 많은 분들이 격려를 해준 것이 힘이 됐습니다”

    지난 1월18일 복직요구소송에서 승소한 김민수 전 서울대미대교수(38)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교수는 서울대 개교 50주년 심포지엄에서 서울대 미대 원로 교수들의 친일활동을 지적한 글을 실어 교수회의에서 추궁당한 뒤 재임용에서 탈락하자 1년간 법정 싸움을 해왔다.

    ‘재임용 심사가 합리적이고 정당한지 법원의 심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서울대는 즉각 항소할 것임을 밝혀 김교수의 복직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이긴 하다. 그러나 김교수는 이번 판결이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는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그동안 대학이 법원의 판결을 지켜보겠노라고 밝혀온 만큼 현명하고 합리적인 길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98년 9월 가을학기 도중 갑자기 김교수에게 ‘임용 기간 만료’ 통지를 보냈다. 이어 전화선을 끊고 연구실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연구실을 지켜냈고 김교수도 수업을 강행했다. 대학에서 학점을 인정하지 않는 김교수의 수업에 3학기 내내 평균 50~60명의 학생들이 수강했고 특히 지난 해 가을에는 ‘김민수교수 복직과 학문의 자유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110명의 학생이 수강신청을 해 김교수를 응원했다.

    “처음엔 화가 나서 외국으로 나가버릴까 하다 점차 이 일이 개인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앞으로 대학은 마음대로 임용권 행사를 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그동안 행정소송 대상에서 제외됐던 재임용 탈락 교수들은 다시 법 앞에서 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겠죠.”



    김교수는 재임용에서 탈락한 뒤 우리 대학과 미술문화에 대한 비평활동을 더욱 활발히 펴왔다. 지난해 시각문화 비평가들과 함께 ‘디자인문화비평지’를 창간했고 재임용 심사에서 ‘내용 부실’로 판결받은 문제의 논문 ‘시각예술의 측면에서 본 이상 시의 혁명성’을 수록한 ‘멀티미디어 인간, 이상은 이렇게 말했다’를 최근 펴냈다. 미술에 국한하지 않고 뉴미디어 이론과 심리학, 사회학을 관통하는 그의 학문적 방식은 사회적 의미로서 시각이미지를 파악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이번 판결이 “개인적으로는 명예회복이란 의미가 있다”는 김교수는 “그동안 애써준 비상대책위원회의 학생들과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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