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9

1999.11.18

“말러 전곡에 도전합니다”

  • 입력2007-03-06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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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러의 음악에는 자연의 소리와 문명의 갈등이 한데 공존합니다. 이런 다면성(多面性) 때문에 날이 갈수록 그의 음악은 더 큰 호소력을 갖는 것 같아요.”

    ‘한국의 아바도’ ‘한국의 래틀’로 불려온 지휘자 임헌정(부천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말러 교향곡 전곡연주에 도전한다. 그와 부천 필은 27일 교향곡 1번을 시작으로 2002년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말러의 교향곡 10곡(미완성작인 10번 포함, 번호 없는 ‘대지의 노래’제외)을 모두 연주할 예정.

    월드컵 개막전야인 2002년 5월31일에는 교향곡 사상 최대 거작인 교향곡 8번 ‘1000인 교향곡’을 무대에 올린다.

    “아직 우리 음악계 여건으로 볼 때 무리한 도전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그렇지만 도전 없이 현실에만 안주한다면 어떻게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겠어요.”



    그의 말대로 그가 이끌어온 부천 필의 11년은 도전의 역사였다. 그는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하고 끊임없는 연습으로 단단한 앙상블을 정련해냈다.

    ‘바흐와 쇤베르크의 밤‘(91년), ‘바르토크의 밤’(93년), ‘쇤베르크의 밤’(94년) 등 연이은 현대음악 기획공연을 치러내면서 그의 콘서트는 즐기는 음악회를 떠나 진지한 청중과 작곡학도들이 모여드는 ‘학습의 장’이 됐다.

    ‘한국의 아바도’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인 아바도가 끊임없이 실험적인 기획연주를 펼치고 있는 데 빗댄 별명. ‘한국의 래틀’이란 그의 후임으로 예정된 영국 버밍엄시 교향악단 음악감독 사이먼 래틀에 비유한 말이다. 래틀은 무명의 버밍엄시 교향악단을 맡아 수년만에 세계 정상급 악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류 악단으로 키워냈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20세기 후반 클래식 음악계에 가장 화려한 빛으로 떠오른 인물. 사후 반세기 동안이나 잊혀 왔던 그의 음악은 제자인 지휘자 브루노 발터 등의 노력으로 탄생 100주년인 1960년부터 조명받기 시작했다.

    오늘날 세계 일류로 자처하는 지휘자 중 말러 전곡연주에 도전하지 않은 인물이 없을 정도. “KBS교향악단이나 서울시향이 했어야 할 일을 일개 지방악단이 앞서 시도했다”고 꼬집는 목소리도 들린다. 우리나라 악단들이 말러 연주를 꺼리는 데는 연주 기법상의 어려움도 한몫을 한다. 임헌정은 “말러는 바그너의 악극을 지휘할 때 최대 80번까지 리허설을 했다”며 “단원들에게 그 얘기만 해주었다”고 웃음지었다. “부천 필의 기량을 믿는다”는 자신감과 함께.

    그는 서울대 작곡과와 메네스음대, 줄리어드음대를 졸업하고 85년부터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유윤종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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