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0

2014.06.02

거리로 기선 제압 부러운 장타자 쇼트게임선 기죽어

  •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차장 nhy@golfdigest.co.kr

    입력2014-06-02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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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타를 보장한다’는 클럽 중에는 헤드 크기가 체적 한도치인 460CC를 넘어 500CC나 되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것도 있다. 반발 계수 0.86을 넘는 스프링 같은 고반발, 고탄성 샤프트 광고를 하는 클럽도 있다. 하지만 모두 비공인이니 이런 클럽으로 떳떳하게 장타자 행세를 하다가는 요즘 같은 세상에 면박당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한국 남성 골퍼들은 특히 장타에 목을 매고, 스코어와 상관없이 일단 티샷에서부터 상대방 기를 죽여야 직성이 풀리니 비거리 늘리는 클럽에 귀가 쫑긋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그래서인지 시즌이 한창인 이맘때 골프용품 회사가 많이 추진하는 이벤트가 바로 장타 대회다.

    캘러웨이 골프 코리아는 5월 26일 ‘X2HOT 300야드 스푼 챌린지 시즌2’ 결승전을 인천 영종도 드림골프레인지에서 개최했다. 올해 상반기 전국 6개 지역에서 500명 이상이 예선을 치렀고, 30명이 본선 무대에 진출했다. 우승자는 지난해 준우승자 김건휘 씨인데, 그는 3번 우드로 지난해 기록보다 4야드 늘어난 343야드를 날렸다. 김씨는 자신의 드라이버로 435야드를 날리기도 한 ‘괴물’이다.

    5월 25일엔 나이키골프코리아가 올해 신형 드라이버인 VR-S 코버트로 3대 3 팀대항 장타 대회 결승전을 열었다. 3월부터 전국 8개 지역 예선을 거쳐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골프클럽에서 결승전을 치렀다. 일반부에서는 팀 평균 327.8야드, 주니어부에서는 327.5야드가 우승 비거리였다. 대회 최고 비거리는 일반부 3위 팀 삼성레포츠의 최현준 씨가 기록한 356.6야드다.

    사실 요즘 출시되는 클럽은 대부분 성능이 좋다. 장타는 어떤 클럽을 쓰느냐보다 어떤 스윙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장타자의 스윙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평균 시속 125마일 이상의 빠른 스윙 스피드가 첫째, 여기에 멀리 날아갈 탄도를 만들어내는 10도 미만의 론치 앵글이 둘째, 그리고 2700RPM 미만의 공 스핀이 셋째다.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장타자 노승열의 평균 비거리는 300.4야드로 스윙 스피드는 118.35마일, 론치 앵글은 9.89도, 공 스핀은 2889RPM이다. 타이거 우즈도 한창 때는 스윙 스피드가 120마일 정도 나왔다. 그에 비하면 최장 타자는 스윙 스피드에서 일반 프로 선수보다 평균 5마일 정도 빠른 편이다. 그러니 장타 클럽에 목매기보다 연습장을 찾아 스윙을 좀 더 갈고닦는 편이 낫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강함을 얻으면 섬세함을 잃는 게 세상 이치. 장타자의 약점은 어프로치와 쇼트게임에 있다. 캘러웨이 골프 코리아 장타 대회에서 우승한 김건휘 씨가 한 말이다.

    “장타자이기에 임팩트를 강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쇼트게임에 약하다. 부드럽게 힘 조절을 해야 하는데 항상 강하게 치는 습관 때문에 정확한 거리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세상은 그렇게 공평하다. 장타자는 오히려 꼬박꼬박 페어웨이로 공을 보내고 정교하게 온그린을 하는 골퍼에게 쉽게 무너진다. 파5 홀 2온이 무슨 소용인가. 4온이어도 퍼팅 한 번에 홀인하는 이를 당하지 못한다. 자, 이제 좀 위안이 되는가.

    거리로 기선 제압 부러운 장타자 쇼트게임선 기죽어

    5월 25일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골프클럽에서 열린 나이키골프코리아 장타 대회(왼쪽). 캘러웨이 골프 코리아 장타 대회 우승자 김건휘 씨의 우드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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