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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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지폐 모델 잭 니클라우스 멋있지 아니한가

  •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차장 nhy@golfdigest.co.kr

    입력2014-05-07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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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파운드가 찍혀 있는 영국 스코틀랜드 지폐다. 잉글랜드 파운드와 스코틀랜드 파운드는 서로 통용된다. 1파운드에 현재 환율 1732원이니까 우리 돈으로는 8656원짜리로, 버젓이 유통 가능한 돈이다. RBS(Royal Bank of Scotland), 즉 스코틀랜드왕립은행 로고와 함께 은행장 인증까지 선명하다. 지폐 앞면 인물인 로드 일레이(Lord Ilay)는 1727년 설립된 RBS의 첫 번째 은행장이다. 자본 면에서 보면 영국과 유럽에서 두 번째,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은행이다. 민간은행이었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되면서 공기업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여하튼 에든버러에 본사를 둔 스코틀랜드 대표 은행이다.

    하지만 뭔가 좀 특이하다. 지폐 앞면 로고처럼 황금곰(Golden Bear)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원조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가 지폐 속 인물로 들어가 있다. 그는 메이저대회 18승에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72승을 거둔, 골프 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올린 선수다.

    지폐 뒷면을 보니 확실히 니클라우스가 맞다. RBS 은행 로고는 있지만 R·A(영국왕립골프협회) 클럽하우스 사진이 보이고, 또 니클라우스가 1970, 78년 이 대회에 출전해 거둔 성적과 클라레 저그를 들어 올린 당시 사진도 있다. 그는 메이저대회 18승 중 브리티시오픈에서만 3승을 거뒀다. 66년 뮤어필드에서 첫 승을 올렸고, 70년에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더그 샌더스와 플레이오프 끝에 우승했다. 당시 연장전은 한 라운드를 더하는 방식이었다. 니클라우스는 78년에도 이 코스에서 사이먼 오언을 꺾고 우승하면서 갈채를 받았다. 골프 역사 전당인 올드 코스와의 인연이 남다른 것이다.

    지폐 발행일을 보니 2005년 7월 14일. 니클라우스가 65세 나이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해 40년 만에 마지막 은퇴 경기를 한 날이다. 이를 기념해 RBS에서는 기념 지폐를 수만 장 찍었고, 니클라우스는 거기에 200장 정도 직접 서명해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유통 가능하지만 대부분 기념으로 간직한다.

    한국인 중에도 소장자가 있는데 한 장은 김귀열 슈페리어 회장이 간직하다 최근 세계골프역사 박물관을 만들어 니클라우스 코너에 기념품으로 넣었다. 또 한 장은 코스 설계사인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 박현준 부사장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또 한 장은 골프에 관심 많고 수준급 골프 실력을 갖춘 재계 명망가가 갖고 있다.



    한평생을 골프에 열정적으로 바치고 그 업적을 높이 평가받아 유통 가능한 지폐 속 인물로 살아생전 등장하다니 참 멋진 인생 아닌가.

    살아서 지폐 모델 잭 니클라우스 멋있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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