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8

2006.10.31

“프로의 세계 미쳐야 산다”

  • 김성규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입력2006-10-25 17:3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얼굴 피부가 좋지 않아 ‘멍게’라는 별명이 붙은 한화의 이범호(24·사진)는 고등학교 시절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다. 대구고 출신인 그의 학창 시절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10월1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현대의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우연히 이범호에게 고등학교 시절 얘기를 들었다. “어유, 말도 마세요. 제가 3학년 때 우리 학교 전적이 2무13패인가 그랬어요. 나가기만 하면 졌으니까요. 오죽 답답했으면 감독님께 ‘제가 한번 투수를 해보겠다’고 한 적도 있어요.”

    팀 성적이 그랬다면 그 팀의 선수로 프로 지명을 받기는 당연히 어렵다. 이범호는 “그때 야구를 같이 했던 동기 16명 중 프로에 입단한 것은 나 한 명뿐”이라고 했다. 그때 동료들은 지금 뭐 하냐는 물음에 이범호는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사회에서 자리잡은 친구가 없을 거예요. 서로 연락을 안 해서 잘은 몰라요”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로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프로야구계에 진입하는 것 자체도 힘들다. 이범호는 대구고 동기 중 유일하게 프로야구계에서 성공했다. 2000년 계약금 1억1000만원을 받고 한화에 입단한 그는 2004년 홈런 23개, 74타점에 타율 0.308의 성적을 내며 성공의 길에 들어섰다.

    프로의 꿈을 이뤄도 그 세계에서 금방 잊혀지는 선수들이 많다. 한화 홍보팀에 있는 김장백(31) 씨는 1998년 한화 입단 시절 꽤 주목받던 투수였다. 서울고와 연세대를 거쳐 2억원 넘는 계약금을 받고 한화에 입단했던 것.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 김장백을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2000년 9월6일 당시 두산의 타이론 우즈에게 37호 홈런을 맞은 뒤 빈볼성 공을 던졌다가 퇴장당했다는 내용이 그와 관련된 몇 안 되는 기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김 씨는 “프로가 되는 게 최대 목표였기 때문에 프로 유니폼을 입으면서 더 이상의 의욕을 잃었다”고 했다. 2003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해 기록원과 2군 매니저 등을 거쳐 올해 홍보팀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지금에 만족한다”며 웃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인상적이었다. “제가 볼 때 프로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는 선수들은 천재거나 바보 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니에요. 한마디로 야구에 미친 사람들이에요. 대단한 사람들이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