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4

2005.05.10

한국은 ‘외형’ 미국은 ‘내실’

  • 문승진/ 골프전문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5-05-04 18: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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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외형’ 미국은 ‘내실’

    2년 연속 골프다이제스트(한국판)가 선정한 ‘한국 베스트 골프장 10’ 중 1위에 뽑힌 핀크스GC.

    골프장들이 저마다 명문을 지향하고 나섰다. 1980~90년대 지어진 골프장들은 회원권 분양을 통한 경제적인 수익을 중시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들어선 골프장들은 회원 관리를 철저히 하고 최고급 시설을 갖춤으로써 세계 명문 골프장으로의 도약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그만큼 회원권 가격도 급등했다. 차별성을 강조하며 4억원대가 넘는 고가 회원권을 분양하는 골프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골프장 회원으로서 자신이 이용하는 골프장이 세계 명문 골프장으로 꼽힌다면 더없이 즐거운 일일 것이다. 또한 골퍼로서 명문 골프장에서 라운드해보는 것은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을 감상할 때와 같은 설렘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명문이라는 단어가 남발되는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명문 골프장은 어떤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국내 골프장 사장들치고 자신의 골프장을 명문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어떤 골프장은 서울과의 근접성을, 어떤 골프장은 골프장 설계자의 명성과 최고급 시설을 내세우며 명문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신생 골프장은 수천만원대의 조경수와 최고급 자재로 실내장식을 한 클럽하우스를 뽐내며 명문이라고 광고한다.

    골프장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명문 골프장 선정에 대해 나름대로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샷의 가치(shot values)다. 골퍼들이 자신의 샷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받고 있느냐는 것이다. 위험과 보상을 동시에 제공하는지, 플레이어의 기량을 얼마나 다양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지, 모든 종류의 샷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또한 로우 및 하이 핸디캐퍼가 각각 수준에 맞는 공격 루트를 즐길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경기성. 세월이 흐른 뒤에도 각 홀의 특징에 대해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기억성. 코스의 난이도, 관리 상태, 디자인 다양성, 서비스 등 다양한 검토를 거친 뒤 명문 골프장을 선정한다.

    특이한 점은 기여도라는 항목이 있다는 것이다. 각종 대회 개최를 비롯해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도를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결국엔 명문 골프장도 지역공동체 안에서 존재한다는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남의 생각은 안 하고 ‘자신들만의 장소’로 사용하겠다는 이기주의는 명문 골프장이 될 자격이 없는 셈이다.

    국내 골프장 가운데는 오거스타내셔널GC처럼 일반인들에게 라운드를 철저하게 제한하며 ‘희소성’을 불러일으켜 명문 골프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골프장도 있다. 그러나 많은 골퍼들은 알고 있다. 특정 골프장을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나오고, 다시 가고 싶은 골프장이 진정한 명문이라는 것을.

    돈으로 온갖 치장을 해놓고 정작 서비스 마인드는 부족하거나 많은 골퍼들을 멀리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명문이라고 할 수 없다.

    진정으로 명문을 만들겠다는 골프장과, 명문 골프장 회원권을 소유하겠다는 골퍼들은 나름대로 명문의 기준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돈으로, 아니면 서비스만으로 명문을 만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지나치게 인위적인 명문 쌓기는 자위만 될 뿐, 대외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명문 골프장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편안하고, 골퍼들이 늘 가고 싶어하는 진정한 명문 골프장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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