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8

2004.11.04

‘황제’와 ‘여왕’ 몰락? 슬럼프?

  • 문승진/ 굿데이신문 골프전문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4-10-29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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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골프 여왕’ 박세리(27·CJ)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최고의 골프 스타인 이들이 요즘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박세리는 10월18일(한국시간) 끝난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15오버파라는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참가선수 20명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대회를 위해 시즌 중 이례적으로 ‘한 달간 출전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는데도 최하위를 기록해 더욱 충격을 주었다.

    이번 대회에서 박세리는 나흘 동안 72홀을 소화하면서 버디는 고작 7개에 그쳤고 보기는 20개나 쏟아냈다. 3라운드에선 버디를 단 1개도 뽑아내지 못하고 보기만 8개를 기록하며 80타를 치는 망신도 당했다. 박세리가 80대 타수를 친 것은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7월 에비앙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더블보기 4개, 보기 2개를 묶어 9오버파 81타를 친 이후 두 달 만이다.

    우즈 또한 올 시즌 스트로크 대회에선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264주 동안 지켜왔던 황제 자리를 ‘흑진주’ 비제이 싱(피지)에게 내주고, 최근엔 2위 자리마저 ‘골프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빼앗겼다.

    그렇다면 이들의 부진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적인 면에서 본다면 스윙에 뭔가 문제가 있겠지만 이들의 부진 원인은 정신적인 이유가 더 강하다. 골프는 멘탈게임이다. 전날 10언더파를 쳤다가 오늘 10오버파를 칠 수 있는 게 바로 골프다. 우즈의 경우 그동안 최고 스타로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관심 대상이었다. 우즈는 보이지 않는 부담감으로 괴로워했을 것이다. 한때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던 ‘백상어’ 그렉 노먼(호주)은 “세계 랭킹 1위 자리는 항상 나를 괴롭혔다”고 고백했다. 또한 무릎수술과 스승인 부치 하먼과의 결별, 그리고 결혼 등이 우즈의 부진을 초래했다.



    박세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목표 상실에 따른 일시적인 심리적 허무감’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박세리는 올 시즌 미켈롭울트라오픈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을 얻은 뒤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다. 여기에 후배들의 눈부신 성장과 더불어 더 멀리 달아나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의 격차로 인한 초조감도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슬럼프는 모든 선수들에게 찾아온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다. 소렌스탐도 99년 슬럼프로 고전했다. 당시 그녀는 US여자오픈 예선에서 탈락한 뒤 펑펑 울었다. 해마다 5승 이상씩 기록했던 그녀는 99년 단 2승에 그쳤다. 하지만 소렌스탐은 오래 방황하지 않았다. 날마다 윗몸일으키기를 1000회씩 하면서 ‘칼’을 갈았고 결국 다음해 화려하게 복귀하며 ‘소렌스탐의 시대’를 열었다.

    우즈, 박세리는 강한 승부욕을 자랑한다. 이들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앞만 보고 걸어온 이들에게는 지금의 시련이 약이 될 것이다. 이들은 더욱 강한 모습으로 태어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마치 조개가 진주를 토해내기 위해 심한 ‘가슴앓이’를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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