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0

2004.04.15

천재 소녀 인기, 우즈 뛰어넘다

  • 문승진/ 굿데이신문 골프전문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4-04-08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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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계에 불어 닥친 ‘천재 소녀’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14)의 인기 열풍은 가히 폭발적이다. 미셸 위가 참가하는 대회는 갤러리와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각종 스포츠신문이나 스포츠 인터넷사이트는 미셸 위의 일거수 일투족을 시시각각 소개하고 있다. 대회를 주최한 스폰서 입장에서는 미셸 위야말로 가장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인 셈이다. 미셸 위의 인기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능가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팬들의 관심 밖에 있었던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미셸 위의 등장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것.

    미셸 위는 각종 대회에서 보내온 초청장으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미셸 위의 아버지 위병욱씨(45·하와이대 교수)는 “PGA투어 소니 오픈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친 미셸에게 PGA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미 PGA투어 7개 이상의 대회로부터 출전 초청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LPGA투어 통산 49승에 올해의 선수상을 6차례나 수상한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미셸 위의 인기 돌풍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소렌스탐은 올 시즌 LPGA투어 두 번째 대회인 세이프웨이 인비테이셔널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언론과 팬들의 관심은 온통 미셸 위에게 쏠렸다. 소렌스탐의 근황을 묻는 질문보다는 “미셸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이 쏟아진 것. 이 대회 조직위원회 톰 맬리티스 회장은 “코스 점검을 하다 10번홀 부근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 있어 무슨 사건이 일어난 줄 알고 깜짝 놀라 가봤더니 미셸 위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이렇게 많은 관중이 온 것은 처음이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놀라워했다.

    이처럼 미국인들이 미셸 위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호기심보다 미셸 위의 재능과 잠재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셸 위는 LPGA투어 첫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7언더파 281타로 공동 4위에 오르며 당초 자신이 약속했던 ‘톱5’ 진입을 이뤄냈다. 특히 메이저 대회 공동 4위는 그동안 “실력보다 상품성으로 떴다”는 비판을 잠재우는 계기가 됐다.

    미셸 위는 300야드를 넘기는 호쾌한 드라이버 샷을 앞세워 우즈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린을 정복하고 있다. 우즈는 15살 때 US주니어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뒤 1997년 메이저 대회에서 ‘톱5’에 들기까지 6년이 걸렸다. 하지만 미셸 위는 지난해 주니어 대회를 석권한 후 1년 만에 메이저 대회의 ‘톱5’ 진입에 성공했다. 미셸 위는 52년 사라소타 오픈에서 우승한 마를린 해기(미국·18세 14일)가 보유하고 있던 최연소 우승자 기록과 68년 LPGA챔피언십에서 20살 19일로 우승한 샌드라 포스트(미국)의 최연소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도 갈아치울 태세다.



    미국인들은 도전과 모험을 좋아한다.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존경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을 인종과 종교를 떠나 ‘영웅’처럼 대우한다. 미국인들이 프로풋볼(NFL)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이유도 NFL에는 상대의 거친 수비를 뚫고 조금씩 전진해나가는 역동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미셸 위는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모두 갖췄다. 14살의 어린 나이에도 미국 남자 프로골퍼들에게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미는 미셸 위의 모습은 결과를 떠나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또한 미셸 위는 “나의 꿈은 마스터스에 출전해 그린 재킷을 입는 것이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미국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은 미셸 위가 장차 우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한다. 심지어 미셸 위가 프로로 전향하면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서 우즈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부를 둔 스포츠미디어 챌린지 캐슬린 허섯 대표는 “미셸 위가 가진 다양성과 외모, 그리고 카리스마를 볼 때 ‘미셸 위’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전문가 존 스폴스트라 역시 “어린 나이에 이만큼 잠재성을 인정받은 운동선수를 본 적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엄청난 값어치를 지닌 선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미셸 위의 강점은 기량뿐 아니다. 특히 미셸 위가 한국계라는 점은 상업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골프 대국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미셸 위를 앞세운 스포츠 마케팅이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국 남가주대학 데이비드 카터 교수(스포츠마케팅)는 “미셸 위가 백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핸디캡이 아니라 축복”이라면서 “미셸 위는 세계 골프팬들에게 오랜 기간 친근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84cm의 장신에서 뿜어져나오는 미셸 위의 폭발적인 드라이버 샷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미셸 위는 로프트 7.5도에 엑스트라스티프 샤프트를 장착한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미셸 위는 웬만한 남자 선수를 능가하는 시속 238km에 이르는 빠른 스윙 스피드를 자랑한다. 큰 키와 유연한 몸을 이용한 빠른 헤드 스피드가 장타의 비결인 것이다. 미셸 위의 스윙은 우즈의 파워와, 장신(190cm)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스윙을 구사해 ‘빅이지’라 불리는 ‘골프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의 부드러움을 합쳐놓은 듯하다.

    미셸 위의 또 다른 매력은 완벽한 언어 구사에 있다. 미국인들은 LPGA투어가 재미없는 이유 중 하나로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이 우승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주최국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LPGA투어 코리안 돌풍의 발원지인 박세리(27·CJ)가 “실력 못지않게 미국 문화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 그중 언어가 가장 큰 장벽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 미셸 위를 자랑스러운 미국인 골퍼로 생각하는 것이다.

    미셸 위 열풍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그 파장은 더욱 거세질 태세다. 우즈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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