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4

2004.03.04

‘정교한 스윙’ 욕망 누가 막으리

  • 문승진/ 굿데이신문 골프전문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4-02-27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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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교한 스윙’ 욕망 누가 막으리

    최근 드라이버를 바꾼 어니 엘스.

    ‘로프트는 크고 샤프트는 짧게.’

    최근 프로선수들이 선호하는 드라이버의 형태다. 그동안 아마추어 골퍼들은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선 무조건 드라이버의 로프트는 작고 샤프트는 길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론적으로 드라이버의 로프트가 작으면 공의 탄도가 낮고 런이 많다. 또한 샤프트가 길면 스윙 궤도가 커져 거리가 늘어난다. 하지만 비거리에 더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정확한 임팩트와 이상적인 체중 이동이다.

    얼마 전부터 골프용품사에서도 로프트가 크고 샤프트가 45인치 이하로 짧아 다루기 쉬운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골프용품 수입업체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45∼46인치 이상의 드라이버가 주종을 이뤘지만 최근에는 1∼2인치 작은 43.5∼44.75인치 제품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로프트 역시 그동안 초보자의 경우 10∼10.5도, 중·상급자는 8.5∼9.5도 등을 주로 사용해왔으나 요즘엔 11도 이상의 드라이버를 찾는 골퍼들이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경향은 프로골퍼들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29·미국)가 드라이버를 교체한 일이 이러한 추세에 불을 붙였다. 2004년 시즌 개막투어인 메르세데스챔피언십에서 우즈는 계속 사용해오던 로프트 6∼7도의 드라이버를 던져버리고 로프트가 큰 드라이버를 들고 나왔다. ‘걸어다니는 광고’로 불리는 우즈가 사용한 나이키 골프의 ‘이그나이트(IGNITE)’는 9.5도로 로프트가 크고 길이 역시 43.5인치로 짧다.

    ‘황태자’ 어니 엘스(35·남아프리카공화국)와 지난해 PGA챔피언십 우승자 리치 빔(34), ‘8자 스윙’의 대명사 짐 퓨릭(34·이상 미국)도 최근 드라이버를 새것으로 바꿨다. 7도짜리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버를 사용해오던 엘스는 지난해부터 타이틀리스트 983E 9.5도(44.5인치)로 교체해 사용하고 있으며, 리치 빔은 테일러메이드 580 9.5도에 45인치 샤프트를 장착해 사용하고 있다. 짐 퓨릭은 타이틀리스트 983K 9.5도에 43.75인치 샤프트를 장착한 드라이버로 바꾼 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같이 프로선수들이 빠른 스윙과 큰 키에도 불구하고 큰 로프트와 짧은 샤프트를 사용하는 이유는 비거리보다 정확도가 스코어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우즈가 스윙 궤도를 줄이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한 이유도 정교한 스윙을 구사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복합, 신소재 등 드라이버 클럽페이스의 재질이 다양해지면서 반발력이 뛰어난 드라이버가 계속 등장하는 것도 짧고 큰 드라이버를 선호하게 된 데 한몫했다.



    최근 샤프트가 짧은 드라이버로 교체한 한 프로골퍼는 “골프 경기에서 클럽을 14개 사용하는 것은 다양한 거리에 맞게 클럽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며 “10야드 더 보내기 위해 OB나 러프 지역으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기는 싫다”고 말했다. 좀더 정확히 멀리 보내고 싶은 골퍼들의 욕망은 어쩌면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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