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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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맛 라운딩 꿈 낭패 보기 십상

  • 이조년/ 골프칼럼니스트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3-10-30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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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싼 맛 라운딩 꿈 낭패 보기 십상

    동남아 덤핑 골프 여행객들의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인천공항의 골프 여행객(아래).

    1월9일 태국 방콕에서 150km 떨어진 랏부리주에 위치한 컨트리클럽에서 한국인 사업가 L씨(47)가 호텔 5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L씨는 현지 골프장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었는데, 골프관광객 감소로 골프장 운영이 여의치 않아 적자를 면치 못하자 이를 비관해 자살했다.

    L씨가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벌인 치열한 제 살 깎기 식 경쟁 때문이다.

    겨울 대목을 맞이한 여행사들은 요즈음 항공권을 입도선매하고 현지 골프장을 잡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보통 해외 골프장은 현지 교포를 내세워 선수금을 주고 임대계약을 맺는다. 아예 골프장을 통째로 빌리는 경우도 있고 10팀 혹은 15팀 등을 단위로 블록을 미리 잡아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태국의 골프장 이용료는 해마다 12월이면 특별한 이유 없이 오른다. 한국사람들이 요모조모 따져보지 않고 무모하게 계약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인들은 골프장측이 짜증낼 정도로 이것저것 따진다고 한다.

    높은 비용을 치르고 골프장을 임대하고 낮은 가격에 관광객을 유치하다 보니 싼 맛에 해외 골프여행을 떠났다 낭패를 보는 골퍼들이 적지 않다. 옵션 렌털 비용 등을 추가로 부담하며 바가지를 쓰는 게 보편화된 지 오래다.

    태국의 모 골프장은 한국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내기와 고성방가, 욕설 등을 일삼는 ‘어글리 코리안’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100달러짜리 지폐를 흔들며 점수 계산 문제로 고함을 지르고 얼굴을 붉히는 한국인들 때문이다.

    그린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가지 않으면 캐디들에게 한국어로 심한 욕설을 퍼붓고 골프채를 집어던지는 등 행패를 부리는 경우도 자주 있다.

    어글리 코리안의 추태는 골프장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현지 여성한테 윤락을 요구하거나 성적인 수치심을 주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가라오케(즉석반주나 녹음된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술집)에서 폭탄주를 마신 뒤 여종업원에게 윤락을 강요하다 거절당하자 난동을 부린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

    실로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골프는 에티켓과 룰을 중시하는 운동이다. 올 겨울엔 덤핑 골프여행과 어글리 코리안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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