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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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시작했다 ‘싸움’나기 일쑤

  • 문승진/ 굿데이신문 골프전문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3-10-23 1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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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용인시에 있는 한 골프장. 밀리는 시간이 아닌데도 한 팀의 속도가 늦어 좀처럼 순서가 돌아오지 않았다. 이 팀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퍼트는 물론 공을 찾는 데 수십분씩을 할애했다. 이 팀 때문에 계속 밀려 뒤 팀의 항의가 거세지자 결국 골프장 경기 진행요원이 달려왔다. 하지만 이 팀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플레이는 홀을 거듭할수록 더욱 진지해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신중을 기하던 이 팀 사람들 사이에서 욕설이 오가더니 급기야 멱살을 잡으며 주먹다짐으로 번졌다. 원인은 과도한 내기골프 때문이었다. 이 팀을 담당했던 캐디의 말에 따르면 절친한 친구 사이인 이들은 처음에는 작은 액수를 걸고 내기하다가 배판에 배판을 거듭, 나중에는 한 타당 수십만원짜리 내기골프를 벌였다고 한다. 그러다 골프 규칙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결국 싸움으로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크든 작든 내기를 하지 않는 골퍼는 거의 없다. 자신과의 싸움인 골프에서 작은 규모의 내기는 한 타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흥미와 집중력을 배가시킨다. 그만큼 골프에서 내기는 일반화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즐기는 내기골프에는 스트로크, 스킨스, 라스베이거스, 후세인 게임 등이 있다. 가장 많이 즐기는 스트로크 게임은 말 그대로 타당 돈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때 트리플 이상이나 버디, 그리고 세 명이 동타일 때는 일반적으로 배판이 된다.

    스킨스 게임은 홀마다 상금을 걸어놓고 그 홀에서 이긴 사람이 상금을 가져가게 하는 게임으로 동점자가 나오거나 더블 보기 이상을 기록하면 상금은 다음 홀로 이월된다. 라스베이거스 게임은 팀 대항 경기로 그 홀에서 1, 4등과 2, 3등이 한 팀이 되어 매홀 대결하는 단체 게임이다. 팀 구성은 한 홀이 끝난 후 성적에 따라 계속 바뀌게 된다. 걸프전에서 유래된 후세인 게임은 그 홀에서 2등이 된 사람이 후세인이 되고 나머지 3명이 연합군이 되어 매홀 대결하는 방식이다. 2등의 점수에 3을 곱한 성적이 연합군의 성적보다 낮으면 후세인이 승리하고 반대가 되면 연합군의 승리로 돌아가게 된다. 이 게임도 마찬가지로 한 홀이 끝난 후 성적에 따라 후세인과 연합군이 결정된다.



    적당한 규모의 내기골프는 라운드를 즐겁게 해준다. 그러나 내기 규모가 커지면 라운드 분위기는 자연스레 험악해지고 플레이보다는 내기에 집착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골프가 잘 안 된다는 이유로 클럽을 집어던지거나 캐디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잘못을 떠넘기기도 한다. 내기를 해보면 그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은 골프를 떠나 일상생활에서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내기에만 집착하는 골퍼들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내기는 골프를 즐기는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본인은 물론 상대방도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내기골프를 해야 한다. 라운드가 끝난 뒤 승자가 패자에게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든 골퍼들은 소탐대실(小貪大失)하여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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