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짤순이다. 너는 롱순이라 좋겠다.”
골프장에서 골퍼들 사이에 자주 오가는 대화다. 200야드가 안 되는 드라이버 거리를 가진 아마추어들의 불편한 심기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왜 그럴까. 자존심 때문이다. 내가 상대방보다 체격으로나 힘으로나 못한 것이 없는데 거리가 덜 나가면 불쾌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거리를 늘리기 위해 죽어라 힘을 써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힘을 더 쓰고, 몸을 더 많이 움직이면’ 거리가 덜 나갈 뿐만 아니라 방향의 정확성도 떨어진다. 이런 원리를 알면서도 스윙할 때 더욱 힘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마추어의 비애가 아닐까.
“힘이 문제라면 중력이 없는 달나라에서 쳐라. 그러면 아마도 친 볼이 우주를 몇 바퀴 돌 것이다.” 거리에 민감한 사람들을 비꼬는 우스갯소리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가 아니다. 그런데 아마추어들은 ‘거리 전쟁’을 하다가 호주머니가 빈털터리가 된다.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거리보다 정확성이 더 중요한데도 ‘거리 싸움’에 지면 마치 하늘이 무너진 듯 말이 아니다.
프로들처럼 체중을 이동하거나 임팩트 때 정확한 타격을 하지 않고서는 자신이 원하는 거리가 나오지 않는다. 최상호나 봉태하가 키가 크고 체격이 보디빌더처럼 근육질이어서 거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타격과 빠른 스윙스피드가 거리의 비결이다. 아마추어들은 거리가 안 나온다며 클럽을 자주 바꾼다. 실제로 헤드무게가 더 나가고 샤프트 길이가 길면 거리가 더 많이 나간다. 질량과 스윙속도가 거리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질량은 헤드무게에 비례하고 스윙속도는 샤프트 길이에 비례한다.
하지만 이런 원리는 프로들이나 일부 아마추어들에게만 해당된다. 샤프트가 길면 휘두르기가 어렵고 헤드무게가 무거우면 스윙이 쉽지 않다. 타이거 우즈처럼 샤프트가 43인치인 표준 드라이버가 거리를 더 낼 수 있다. 욕심을 줄여야 장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