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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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하다 열 받는 날

  • golgahn@sportstoday.co.kr

    입력2004-12-20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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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 하다 열 받는 날
    사실 골프 하다 열 받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대표적인 것은 1m 이내의 버디 퍼팅. 아예 홀을 벗어나면 속상하지는 않다. 홀에 들어갔다가 휘돌아서 나오면 그대로 ‘뚜껑이 열린다’. 바로 퍼터를 집어 던지고 싶어진다.

    드라이버를 잘 쳤다. 남은 거리는 80야드. 샌드나 피칭웨지로 핀에 붙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런데 이것이 뒤땅을 친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린에 올리지 못한 것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지만 그 앞에서 벙커에 빠진다. 더 무슨 일이 있겠느냐고? 벙커에서 한번에 나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3~4번 퍼덕거려 보라. 아예 골프가 싫어진다.

    파5홀에서 동반들은 모두 3온인데 나 혼자만 2온이다. 이글 찬스거나 최소한 버디라고 쾌재를 부른다. 그런데 다른 3명은 버디나 파로 끝낸다. 버디 동생이 보기라고 했던가. 처음 친 볼은 짧고 두 번째는 홀을 지나치고 세 번째 퍼팅마저 홀이 외면하면…. 아마도 퍼터를 부러뜨리고 싶을 것이다. 그나마 자신의 미스샷은 자기가 해결하면 되지만 동반자가 열 받게 하면 그건 방법이 없다. 볼이 디봇에 들어갔는데 꺼내놓고 치는 뺀돌이, OB가 났는데도 그 지역에 들어가 샷을 하는 ‘내멋대로’파, 더블 파를 해놓고 트리플 보기라고 스코어를 적는 수준 미달자, 벙커에서 볼을 좋은 곳으로 옮겨놓고 치는 양심불량자 등을 만난 날, 골프는 스트레스 그 자체다.

    그렇듯 ‘오늘은 영 아니다’ 싶을 때는 무슨 핑계를 대고서라도 골프장을 빠져 나오는 게 상책인지 모른다. 갑자기 분위기를 확 바꾸는 비법은 타이거 우즈도 모를 것이다. 애초에 즐겁자고 한 골프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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