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6

2001.05.31

안하면 밋밋하고 심하면 싸움나고 … ‘내기골프’ 원죄

  • < 안성찬/ 스포츠투데이 골프 전문기자 golfahn@sportstoday.co.kr >

    입력2005-01-31 16:0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N 골프장에서 벌어진 일. 프로선수 1명과 골프계에서 꽤 이름이 난 아마추어 3명이 한조를 이뤄 경기를 벌였다. 그런데 갑자기 1번 홀에서 모든 경기가 끝났다. 첫 티 샷이 OB가 난 A씨 때문. OB(아웃 오브 바운스)란 볼이 칠 수 없는 곳으로 간 경우를 말하며 1벌타가 부과된다. 약이 오른 이 골퍼는 세컨드 샷을 하기 전에 스틸 샤프트를 그대로 부러뜨려 자신의 팔을 주욱 긁었다. 피를 부른 ‘엽기 골프’ 경기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바로 끝났다.

    사건은 또 있다. 역시 아마추어 내기팀이었다. 이번에는 9번 홀에서 서로 얼굴도 모르던 두 팀의 8명 선수가 난투극을 벌였다. 게임진행이 느리던 앞팀이 세컨드 샷을 하기도 전에 뒤팀에서 티 샷을 날린 것. 앞팀은 아웃코스 9번 홀에서 10번 홀로 넘어가는 보경로에서 기다리다 뒤팀이 오자 시비를 걸었다. 뒤팀도 질세라 말을 받아친 것이 화근이었다. 갑자기 한 사람이 클럽을 빼서 휘둘렀고, 곧 8명은 각자 클럽으로 칼싸움(?)을 벌이다 모두 병원으로 실려갔다.

    사실 클럽은 살인무기나 다름없다. 얼마 전 한 골프장에서 티 샷을 하는데 앞에 나가 있던 사람이 샷을 한 클럽의 헤드에 맞아 즉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클럽헤드가 빠져나가 머리를 맞았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미 절명한 것이다. 이처럼 골프클럽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부를 수 있는 무기가 되기 때문에 함부로 휘두르면 안 되는 것 중 하나다.

    이 끔찍한 사건들은 모두 내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냥 하면 심심하니까 재미있자고 내기를 하지만 도를 넘으면 싸움이 벌어지고, 그린은 아수라장이 된다. 내기골프는 결국 내가 하면 재미고 남이 하면 도박일 따름이다. 골프문화가 변하려면 내기골프의 수준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