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3

2003.02.27

포지션 분업화 동양 승승장구

  • 이동훈/ 굿데이신문 종합스포츠부 기자 blue@hot.co.kr

    입력2003-02-20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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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지션 분업화 동양 승승장구
    SBS에서 방영중인 ‘올인’이라는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다. ‘올인(all-in)’은 포커 등 도박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건 마지막 노림수. 올인의 사전적 의미 중에 속어로 ‘무일푼의’란 뜻이 있는 것은 인생역전의 기회가 되기보다는 ‘쪽박’을 찰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일 게다. 우리나라에서 올인은 ‘오링났다(거덜났다)’라는 속어로 사용된다.

    반면 자산관리에서 사용되는 말로 ‘포트폴리오(port-folio)’가 있다. 대박을 꿈꾸며 돈을 한 곳에 쏟아 넣는 게 아니라 다양한 곳에 자산을 분산투자하는 방식이다.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 대비해 투자로 인한 손실위험(risk)을 최소화하는 안정적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올 시즌에도 승승장구하며 2연패를 향해 순항하고 있는 프로농구 동양은 ‘올인’ 대신 ‘포트폴리오’ 전략을 세워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동양의 강점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이 포지션의 적절한 분업화다. 농구의 포지션은 우선 단순하게 가드-포워드-센터로 나눌 수 있다. 가드는 경기의 템포를 조절하는 야전사령관을 말하며 포워드는 주로 득점을 하는 슈터를 지칭한다. 리바운드가 강해야 하는 센터는 포스트를 장악하는 선수다. 현대 농구는 이를 포인트가드-슈팅가드-스몰포워드-파워포워드-센터로 더 세분해 분류한다.

    농구에서는 훌륭한 가드와 슈터 그리고 포스트를 장악할 수 있는 선수가 있으면 어느 정도 우승권에 근접할 수 있다. 동양이 여기에 해당한다. 동양은 김승현이라는 가드와 3점슛 능력이 뛰어난 슈터 김병철,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는 마르커스 힉스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에 오른 뒤 동양은 창단 멤버인 김병철과 전희철을 동시에 보유하기 힘든 상태에 빠졌다. 샐러리캡(구단 연봉 상한제)을 도저히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동양은 과감히 전희철을 포기했다. 전희철은 동양의 프랜차이즈 스타(팀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였지만 동양은 그를 포기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높이의 열세로 동양이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면 동양은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팀의 전력을 냉정히 판단한 결과다.



    반면 올 시즌 하위권으로 처진 팀이나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번번이 힘든 경기를 하는 팀을 보면 포지션의 구성이 한쪽에 치우친 경우가 많다. 키 큰 포워드들이 즐비하거나 외곽슈터들이 필요 이상으로 중복돼 있는 것이다. 또 특급 선수 한 명을 데려오기 위해 여러 명의 선수들을 버린 팀도 있다. 특정의 한 부분에 ‘올인’했다가 ‘오링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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