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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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 감독의 ‘박찬호 짝사랑’

  • < 김성원/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 rough@sportstoday.co.kr

    입력2005-01-10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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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스타전 감독의 ‘박찬호 짝사랑’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박찬호(LA다저스)가 선발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화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인만의 선수가 아니라, 이제 미 대륙에서도 실력을 확실하게 인정 받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박찬호의 발탁 뒷면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꿍꿍이’가 숨어 있다. 팬 투표로 선발하는 야수와 달리 투수는 감독의 추천으로 선발한다.올해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의 감독은 보비 밸런타인(뉴욕메츠). 박찬호에게 상당한 ‘애정’을 품고 있는 감독이다. 박찬호가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터라 애정의 농도는 더욱 짙다. 박찬호를 선발해 미리부터 인연을 맺어두자는 의도일 수 있다.

    밸런타인의 ‘박찬호 짝사랑’은 원칙적으로 따지면 편애에 가까운 것이다. 대신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투수 그레그 매덕스(애틀랜타)와 마무리 투수 로브 넨(샌프란시스코)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레그 매덕스가 누군가. ML에서 면도날 피칭, 컴퓨터 제구력이라 할 만큼 최고의 컨트롤을 자랑하는 대표 투수다. 4년 연속 사이영상을 수상했으며, 올스타 추천 투수를 발표한 7월5일 기준으로 리그 방어율 1위(238)에 올라 있었다. 로브 넨은 리그 세이브 부문 1위(5일 현재 25세이브)를 달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매덕스는 박찬호가 닮고 싶어하는 투수 중 하나다. 올해 초 출국 인터뷰에서도 “좌우 홈 플레이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매덕스의 컨트롤을 닮고 싶다. 올해의 목표는 매덕스 컨트롤”이라 말한 바 있다. 자신의 ‘역할 모델’이 탈락하고 당당히 올스타전 투수에 뽑혔으니 박찬호의 심정이 묘할 것도 같다.

    보비 밸런타인 감독이 속한 뉴욕 메츠는 다저스 못지않게 동양인 선수에 대한 선호도가 강한 팀이다. 지난 97년에는 서재응을 영입했고 올해에는 일본인 외야수 신조와 계약했다. 밸런타인 자신이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서 감독을 지낸 바 있다. 이러한 호의를 입증이라도 하듯 밸런타인 감독은 구단 관계자에게 박찬호를 영입하고 싶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결국 올해의 올스타 선정은 박찬호 영입작전의 신호탄일 가능성이 크다. 뉴욕 메츠는 지난해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패한 뒤 특급 투수 마이크 햄튼(콜로라도)까지 놓쳐 수준급 투수에 대한 갈증이 상당하다.

    따지고 보면 감독들의 ‘내 맘대로’ 투수 선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감독들의 투수 추천과 관련, 한국 야구팬들은 이미 지난해 분노한 적이 있다. 당시 애틀랜타의 존 콕스 감독이 잠수함 돌풍을 몰고 다닌 김병현(애리조나)을 빼고 명단을 발표해 주위를 당혹케 한 것. 대부분의 미국 언론에서도 “B.K(김병현의 애칭)를 발탁하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라 밝혔고, 팀 동료 랜디 존슨 등도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결국 김병현의 올스타전 탈락 분풀이를 박찬호가 대신 해준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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