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5

2000.12.28

입단 파동 겪으면 선수 생활 꼬인다

  • 입력2005-06-13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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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단 파동 겪으면 선수 생활 꼬인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이 이렇게도 잘 맞아들 수 있을까. 두산 강혁(26)이 지난주 SK로 트레이드됐다.‘한국시리즈 우승팀과 준우승팀은 보호선수 명단 외에 각 1명씩 창단팀 SK에 트레이드한다’는 지난 8월의 이사회 방침에 따라 단행된 이번 트레이드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것이어서 그 충격의 강도가 더하다.‘슬러거’들이 많은 두산이라고는 하지만 설마 강혁을 내줄 줄이야. 강혁이 시장에 나왔다고 했을 때 야구 관계자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무튼 이번 트레이드로 프로야구판은 해묵은 법칙 하나를 더욱 공고히 했다. 입단 파문을 일으켰던 선수는 반드시 비운의 길을 걷게 된다는 점이다.

    강혁을 필두로 한화 오창선, 삼성 김재걸 최창양, SK 이호준 등 입단 당시 예외없이 프로-아마 이중 등록, 또는 이중 계약 등의 사유로 당시 야구계에 파문을 일으켰던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프로 유니폼을 입는 데는 성공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때로는 납치 소동과 법정 싸움, 해외 역수입이라는 파란을 일으키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입성한 것과 달리 실속은 없었다는 얘기다.

    아마추어 최고의 좌타자 강혁과 유망주 투수 오창선은 93년과 95년 각각 한양대- OB(현 두산), 홍익대-한화 사이의 이중 계약 파문을 일으켜 KBO로부터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다. 이후 이들은 99년 각각 징계가 해제되며 해빙기를 맞았다.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는 동안 관심을 모았던 이들은 그러나 막상 프로 입단 후엔 코칭스태프의 고개를 젓게 했다. 이제 강혁은 SK로, 오창선은 현재 상무 입단을 위해 KBO에 신청서를 내놓은 상태다.

    사실상 현대-삼성 재벌 대리전의 시발점이 됐던 유격수 김재걸도 백업요원으로만 활동해 왔다. 95년 실업 현대 피닉스 소속이던 김재걸은 실업 등록 선수로서 2년간 프로 진출을 할 수 없다는 아마-프로 협정서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삼성과 입단 계약을 체결했고, 결국 양 그룹의 법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현대를 등에 업은 대한야구협회가 삼성을 등에 업은 KBO에 프로등록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서울지법에 제기했으나 기각돼 이 분쟁은 프로측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프로야구 스카우트 규약까지 개정되는 소동을 겪었던 최창양 파동은 그 이후 일어났다. 95년 삼성은 부산 연고의 최창양을 필라델피아 마이너리그로 내보낸 뒤 역수입, 롯데 구단의 김을 빼놓았다. 법정싸움과 규약개정의 과부하가 걸리는 헛소동을 벌인 끝에 문제 선수들을 모셔오는데 성공은 했지만 이후 이들의 활약이 크게 빛을 발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최창양은 지난 10월 개인 사정으로 결국 방출됐다.

    93년 연세대-해태의 힘 겨루기 와중에 호텔 탈출 소동을 벌였던 이호준을 보자. 이호준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호텔서 사실상 감금된 채로 있다가 탈출, 해태와 극적으로 계약하는 풍상을 겪었으나 올시즌 중반 SK로 트레이드됐다.

    유일한 예외사례가 LG-일본 프로야구 다이에의 해외 진출 법정 싸움을 겪었던 임선동으로 그는 스카우트 파동의 유일한 생존자다. 올해 다승왕을 차지하는 등 재기에 성공한 임선동은 강혁의 트레이드를 지켜보면서 부진했던 LG 시절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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