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9

2000.06.22

미국행 도장 찍고 아프다 ‘엄살’

  • 입력2006-01-25 1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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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행 도장 찍고 아프다 ‘엄살’
    ”더 던져라!”

    “못 던지겠습니다.”

    지난 98년 9월 일본 오사카. 한국 청소년 대표팀과 대만 대표팀의 경기가 치러지는 고색창연한 고시엔 구장서 때아닌 실랑이가 생겼다. 당시 마운드에 올라와 있던 부산고 3년생 백차승과 대표팀 최주현감독간에 언쟁이 벌어진 것이다.

    백차승은 팔꿈치 통증을 강하게 호소했다.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나이 어린 투수가 제 멋대로 마운드를 내려오겠다고 버티다니….’ 최주현감독은 어이가 없었다. 최감독은 다른 제안을 했다. “우리 팀 사기도 있고 하니, 대신 1루 수비라도 봐라” “안됩니다.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백차승은 이마저 거절했다.

    결국 대표팀은 역전패 당했다. 백차승에겐 비난이 쏟아졌다. 시속 150km의 공을 뿌려 고등학교 야구의 선동렬이란 별명을 갖고 있던 백차승은 당시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계약설이 파다했다. 야구계 안팎에선 그가 자신의 어깨 보호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강판 요청을 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백차승은 귀국한 뒤 곧바로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입단 발표를 마쳤고 99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지금에 와선 백차승의 통증 호소는 거짓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주 보스턴 레드삭스와 입단 발표한 부산상고 채태인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산고 추신수와 함께 왼손 최고 투수로 평가받던 채태인은 어느 순간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멀쩡하던 선수가 계약을 앞두고 갑자기 아프다니, 연고 구단 롯데 스카우트팀은 몸살이 났다. 채태인은 그 뒤에도 각종 전국대회서 공을 뿌리지 못하다가 청룡기 1차전에 잠깐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한국 선수들이 즐비한 보스턴 레드삭스와 8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일본의 재활병원까지 가서 어깨검사를 했다는 채태인. 그러나 그에겐 다른 의도가 있었음이 나중에 알려졌다. 그는 이미 보스턴과 밀약을 해둔 상태였다. 그리고 부상을 이유로 두각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국내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피해보려 한 것이다.

    미국야구는 왜 한국의 어린 선수들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일까. 보스턴의 경우를 보자. 보스턴은 미국 프로야구에서 재정 부문 빅5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돈이 많지만 해마다 치러지는 미국내 신인드래프트에선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년도 승률이 높은 탓에 드래프트 순위에서 최하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올해의 경우 메이저리그 최저 승률팀인 플로리다 말린스가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카드를 뽑았다. 보스턴은 하위 순위에서 그런 저런 선수를 뽑는 것보다는 한국에서 똘망똘망한 선수를 데려오는 게 훨씬 낫다는 계산을 했을 법하다.

    해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다투는 보스턴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유망주를 픽업할 수 있고 이런 투자는 조진호 김선우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성공작’이라는 것이 입증돼 왔다.

    국내 프로스카우트들은 이제 국제화의 흐름을 비켜갈 수 없다. 선수나 선수 가족은 물론 미국 스카우트들이 벌이는 ‘작전’에도 눈을 부릅뜨고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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