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7

2007.05.29

혈압관리 시작은 120/80부터

  • 입력2007-05-23 18: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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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압관리 시작은 120/80부터
    모처럼 휴일에 집에서 가족과 함께 TV를 보며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여섯 살 난 아들이 “아빠, 나 공룡 나오는 거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공룡 나오는 거 없는데, 잘못 봤나보네”라고 대답했지만, 아이는 제목을 봤다며 끝까지 우긴다. 그래서 다시 채널을 돌리며 확인하니 케이블TV 한 채널의 영화 제목이 ‘공공의 적’이었다.

    ‘제목 글씨가 작아서 ‘공공’이 ‘공룡’으로 보였구나’라고 생각하며 한참을 웃다가, 문득 얼마 전 외래진료 때 만난 한 환자가 떠올랐다. “140mmHg까지가 정상혈압 아니냐”고 묻던 환자였다. 자기가 본 게 맞다고 우기는 아들녀석과, 자기는 고혈압 기준을 제대로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못 알고 있는 환자의 모습이 엇비슷하게 느껴졌다.

    먼저 환자의 질문에 대해 답하면, 정상혈압은 ‘수축기 혈압 120mmHg 미만, 확장기 혈압 80mmHg 미만’이다. 이는 2003년 5월 ‘미국고혈압합동위원회’가 발표한 7차 보고서에 따른 것이며, 6차 보고서에서 ‘높은 정상혈압’으로 분류되던 수치는 ‘고혈압 전 단계’로 바뀌었다(표 참조). 그 이유는 정상혈압의 기준을 강화하고 생활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혈압이 높아지기 전에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은 혈압수치가 115/75mmHg 이상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혈압이 20/10mmHg 증가할 때마다 위험도가 배가되며, 55세에 정상혈압인 사람도 일생 동안 고혈압 발생 가능성이 90%나 된다. 또한 혈압이 정상범위에 있더라도 수치가 높을수록 합병증 발생 위험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혈압이 높아지기 전에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더불어 고혈압 진단을 받으면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하며, 목표 혈압에 이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혈압수치가 정상범위를 조금 넘어선 경우라면 생활수칙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혈압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정상혈압이 됐다가도 생활수칙을 어김으로써 다시 고혈압 진단을 받고 있다. 또 평생 혈압약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혈압 치료를 방치한다는 점도 문제다.



    수도관이 낡으면 오염물질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관이 막히거나 수압이 올라가 관이 터지는 일이 생기듯, 혈관이 고혈압으로 손상받게 되면 혈관이 막히거나(심근경색, 뇌경색) 터지는(뇌출혈)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혈압관리 시작은 120/80부터
    고혈압 예방을 위한 생활수칙은 음식을 싱겁게 골고루 먹기, 살이 찌지 않도록 적정 체중 유지하기,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기, 금연하고 술 삼가기, 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소 많이 먹기, 스트레스 피하기, 정기적으로 혈압 측정하기 등이다.

    이러한 예방법만으로도 상당한 혈압 강하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고혈압에 대한 잘못된 지식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환자들이 없기 바란다.

    김종한 부산영도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 미국고혈압합동위원회 7차 보고서의 혈압 분류
    혈압 분류 수축기 혈압(mmHg) 확장기 혈압(mmHg)
    정상 120 미만 80 미만
    고혈압 전 단계 120~139 80~89
    제1기 고혈압 140~159 90~99
    제2기 고혈압 160 이상 100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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