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2

2006.11.28

생명 가로막는 죽상혈전증 요주의

  • 최동훈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입력2006-11-22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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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 가로막는 죽상혈전증 요주의
    최모(60) 씨는 어느 날 갑작스러운 언어장애와 오른쪽 다리 마비로 응급실을 찾았다. 급성 뇌졸중(뇌중풍)으로 진단받은 최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갑자기 혈압이 떨어져 심전도 검사를 해본 결과 급성 심근경색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최씨는 응급 관상동맥 풍선확장술과 스텐트 삽입술을 시술받았다. 최씨가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연이어 겪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죽상혈전증(粥狀血栓症)을 앓고 있던 최씨에게 잇따른 심혈관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

    죽상혈전증은 전 세계 사망원인 1위인 심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는 심각한 질병이지만 내원 환자들과 상담해보면 이 질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조차 질병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드물다.

    생명 가로막는 죽상혈전증 요주의

    죽상혈전증 형성 과정.

    죽상혈전증은 쉽게 말해 죽상경화증이 심각해진 상태를 말한다. 지방, 섬유성 물질, 미네랄 등이 쌓여 두꺼워진 혈관 벽의 플라크가 갑작스럽게 파열되면 여기에 혈소판이 활성화되어 혈전(피떡)이 생긴다. 이렇게 형성된 혈전은 혈관을 타고 우리 몸을 돌아다니다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신체의 주요 혈관을 막히게 하여 뇌졸중, 심근경색, 말초동맥질환 등과 같은 주요 심혈관계 질환을 야기하는데, 이 같은 질환의 이환 과정을 일컬어 죽상혈전증이라고 부른다. 매년 세계적으로 3200만 건 이상의 죽상혈전성 질환이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60세 이상 인구에서 죽상혈전증은 환자의 생명을 6~12년 단축시킬 정도로 그 영향이 심각하다.

    죽상혈전증이 무서운 이유는 단지 몸의 특정 부분에만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말초동맥 질환을 가진 사람은 일반 사람보다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으로 사망할 확률이 6배나 높다. 같은 맥락에서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는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다시 일으킬 확률이 높으며, 뇌졸중 환자들 역시 한층 높은 심근경색 및 뇌졸중의 재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죽상혈전증을 경험한 환자 8명 중 1명은 1년 이내 심혈관계 질환의 재발로 사망하거나 재입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심혈관질환이 잇따라 일어나는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죽상혈전증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명 가로막는 죽상혈전증 요주의
    죽상혈전증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금연을 하고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갖거나, 일주일에 3회 이상 운동을 하는 등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거나 혈압을 조절해야 한다.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치료제도 도움이 된다. 일례로 항혈소판제는 혈관의 막힘 현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입증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죽상혈전증을 가진 환자의 위험인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5년간 5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심혈관질환의 도미노 현상을 피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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